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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정부 보안청사에서 비공개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검찰이 지난 주말 김건희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약 12시간에 걸쳐 비공개로 조사했다. 현직 대통령 부인으로는 헌정사상 처음이다. 뒤늦게나마 조사를 한 건 다행이지만, 서면조사 이후 비공개 출장조사를 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수사 신뢰에 영향을 줄 중대한 문제다. 이런 와중에 ‘검찰총장 패싱 논란’까지 나오는 건 우려스럽다.

서울중앙지검은 그제 김 여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로 소환해 대면조사를 했다고 어제 공개했다. 조사는 낮 1시 30분부터 어제 새벽 1시 20분까지 약 12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해온 반부패수사2부와 명품백 수수 사건을 맡아온 형사1부가 차례로 조사를 마쳤다고 한다.

김 여사 소환은 늦어도 많이 늦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 첫 고발이 이뤄진 2020년 4월 이후 4년여간 ‘전주(錢主)’인 김 여사는 서면조사를 딱 한 번 받은 게 전부다. 주범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주가조작 일당 6명은 이미 지난해 2월 유죄 판결을 받고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명품백 수수 사건 역시 검찰에 고발된 지 7개월이 됐다. 줄곧 대통령기록물이라면서 실물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밝히지 않더니 최근엔 행정관이 바로 돌려주라는 지시를 깜박 잊었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하며 의혹만 키우는 중이다.

하지만 줄곧 “성역은 없다”고 밝혀온 이원석 검찰총장은 김 여사 조사가 끝날 무렵에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조사 사실을 사후 통보 받았다고 한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박탈당했던 수사지휘권이 복원되지 않아서라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이 총장이 제3의 장소 비공개 소환에 반대한다는 뜻을 누차 밝혀왔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더구나 명품백 사건은 이 총장이 수사팀 구성까지 직접 지시했고, 수사지휘권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사후보고를 했다면 검찰 조직에서 있을 수 없는 일로, 항명사태가 아닐 수 없다. ‘총장 패싱 인사’를 통해 교체된 김 여사 수사 지휘라인이 ‘패싱 조사’까지 했다면 수사 공정성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검찰 출신 현직 대통령 부인을 상대로 검찰이 제대로 된 조사를 했을지 반신반의하고 있다. 수사팀은 최근 사전 서면조사로 검찰의 '카드'를 보여줘, 김 여사 측이 조사에 대비할 기회를 주었고, 방문 조사라는 배려까지 했다. 보통 사람에게는 있을 수 없는 검찰의 이상한 행보는 결국 봐주기 수순 아니냐는 의구심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은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면피성 결론에 그친다면 특검을 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더 강하게 분출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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