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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파라다이스

카지노 운영사 파라다이스가 지난달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후 주가가 20% 가까이 떨어졌다. 유가증권시장 입성 기대로 주가가 1만5000원을 넘어섰다가 막상 이사가 끝나고 나니 주르륵 흘러내렸다. 특히 이달 초 오랜 시간 진척이 없던 서울 장충동 호텔 건설 프로젝트를 다시 꺼내며 최대 55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히자, 주가가 재차 급락했다.

19일 파라다이스 주가는 2.47% 하락한 1만2220원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시장 거래 마지막 날인 지난달 21일(종가 1만4860원) 대비 18%가량 내려갔다.

파라다이스는 2002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지 22년 만에 코스닥을 떠나 6월 24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회사 측은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많은 코스닥 기업이 비슷한 이유로 코스닥시장에서 짐을 싸서 유가증권시장으로 향한다. 2부 리그에 속해 있다는 이미지를 벗고 대외 신인도를 높이려는 목적이 크다. 파라다이스는 카지노주 중에서 홀로 코스닥에 있다가 이제 강원랜드, GKL, 롯데관광개발과 함께 코스피에서 나란히 거래된다.


코스닥 상장사에 대한 저평가, 이른바 ‘코스닥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인데, 파라다이스의 경우 유가증권시장 이동 후 주가가 오히려 하락했다. 기대하던 기관이나 외국인 자금 유입도 아직까진 눈에 띄지 않는다. 이 기간 기관은 파라다이스 주식을 292억 원어치 순매도했고, 외국인도 19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개인만 189억 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파라다이스는 11월 코스피200(유가증권시장에서 유동 시가총액과 거래대금 등이 큰 기업 200곳을 선정해 만든 주가 지표) 편입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은 1조1200억 원 정도로, 유가증권시장 순위 233위에 해당한다.

파라다이스는 현재 카지노 사업 비중이 절대적이다. 서울·인천·부산·제주에서 카지노 4곳을 운영 중인데, 연매출에서 카지노 사업 비중이 85%를 차지한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다시 꺼내든 게 서울 호텔이다. 지난해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인근에 문을 연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와의 경쟁을 의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올해 2월 외국인 전용 인스파이어 카지노도 열었다. 정부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을 허가한 것은 2005년 이후 19년 만이다.

최종환 파라다이스 대표이사는 이달 2일 서울 장충동에 2028년 개장을 목표로 최고급 플래그십 호텔을 짓겠다고 밝혔다. 파라다이스 브랜드를 단 서울 내 첫 호텔이다. 지하 5층∼지상 18층의 럭셔리 호텔을 짓겠다고 밝혔다. 이 호텔은 2016년 건축 승인을 받은 후 공사를 시작했다가, 중국과의 사드 사태, 코로나19 발생 등 여파로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김남희 기자

최종환 대표는 이날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연 미디어·IR데이 행사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카지노가 저희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고 생각했고 사업다각화를 어떻게 이룰 것이냐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서울엔 아직 최고 호텔이 없기 때문에 서울에 5성을 뛰어넘는 호텔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용기를 타고 한국에 오는 부유층 외국인 손님을 유치할 것이라고 했다. 파라다이스 호텔이 들어설 부지는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신라호텔 인근이다. 최종환 대표는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의 아내인 최윤정 그룹 부회장 겸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의 동생이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 대표이사,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대표이사, 파라다이스글로벌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올해 3월 최성욱 대표와 함께 파라다이스 각자대표가 됐다.

파라다이스 소액주주 일부는 장충동 호텔 건설에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금이 들어가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투입 예정 공사는 5000억~5500억 원에 달한다. 당초 알려진 것보다 1000억 원 이상 많은 수준이다. 회사 측이 파라다이스 브랜드를 밸류업하겠다며 호텔 사업에 뛰어들자, 주주 사이에선 요즘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가치 상승) 프로그램과는 맞지 않는 방향이라며 반발이 나왔다. 파라다이스는 지난해 매출 1조410억 원, 영업이익 1881억 원을 거둬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코로나 팬데믹 3년(2020~2022년)간 쌓인 영업손실(1368억 원)을 털어냈다. 그러나 지난해 4년 만에 재개한 연간 배당이 주당 100원(시가배당률 0.7%)에 그쳐 주주들로부터 불만을 샀다.

최종환 파라다이스 대표이사가 2024년 7월 2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루빅에서 열린 파라다이스그룹 ‘미디어·IR 데이’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파라다이스그룹

주주들은 3년 전 발행한 2000억 원 규모 전환사채(CB)에 더해 호텔 건설을 위한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이 주가를 억누르고 있다고 본다. 파라다이스는 2021년 8월 2000억 원 규모로 발행한 만기 5년 CB(7회차) 중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은 미전환 CB가 1875억 원 정도 남아 있다. 표면 이자율·만기 이자율 모두 0%로 발행됐기 때문에 CB 투자자(채권자)는 주식으로 바꿔 전환가액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아야만 수익을 보는 구조다. 그러나 주가가 최저 전환가액(1만4297원)보다도 내려가면서 주식 전환 신청이 100억 원을 조금 웃돈 수준에 불과했다.

CB 투자자들은 8월부터 만기 전 원금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 행사가 가능하다. 1차 풋옵션 청구 기간 마지막 날인 이달 15일까지 91억 원 규모 상환 신청이 접수됐다. 앞으로 3개월마다 풋옵션을 신청해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파라다이스는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한 유상 증자 실시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이남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서울 호텔 프로젝트 등 중장기 투자 비용 증가로 파라다이스에 대한 투자 심리가 우호적이지 않다”고 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앞서 16일 파라다이스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2만2000원으로 낮췄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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