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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시 고정마을에 114번 송전탑이 설치돼 있다. 정효진 기자


사측 “이해 증진” 사업관리비 명분
일각에선 ‘주민 갈라치기’용 비판도

한국전력이 2014년부터 건설 사업이 진행된 지역 주민들에게 사업관리비 명목으로 수십억원 규모의 금품을 제공해왔던 것으로 니타났다.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사업관리비 집행을 더 엄격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을 유리하게 진행하기 위한 ‘주민 갈라치기’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한전 측은 ‘사업에 대한 주민 이해도 증진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21일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한전 내부 문건을 보면, 현재까지 확인된 한전 사업관리비는 최근 10년간 총 25억원을 웃돈다. 대부분 주민에게 식사와 기념품, 여행을 제공하는 데 사용됐다. 한 끼에 850만원이 넘는 금액이 결제되거나, 하루 견학에 쓰인 버스 임차비로 1300만원이 지출된 사례도 있었다. 견학에 참여했던 한 주민은 “스무 명 정도 되는 인원이 술과 회를 먹고 건어물 세트도 받았다”고 말했다.

사업관리비는 주민 여론을 유리하게 만들어 사업 진행을 원활하게 하는 데 쓰였다. 금품을 받거나, 사업관리비 집행을 매개한 이들을 입지선정위원으로 선정하는 식이다. 입지선정위원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수천만원을 결제하는 등 직접적인 혜택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결제 영수증을 보면, 한전은 2017~2019년 한 식당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2650만원을 결제했는데, 해당 식당은 같은 기간 입지선정위원으로 활동했던 A씨가 운영했다.

한전 측은 사업관리비에 대해 “초고압 송전선로에 대한 이해도 증진 목적”이라면서 사회 통념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 입지선정위원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도 “단체로부터 요청을 받아 지원한 것이지 업체 선정에 관여한 바 없다”고 했다.

[단독]한전, 특정 주민·단체에 금품 주고 ‘송전탑 밀실 합의’ 논란한국전력이 동해안 송전선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장 등 특정 주민과 단체에 억대 금품을 제공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돈을 받거나 지원 사업에 연루된 이들은 입지선정위원회에서 주민...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6161706001

지역별 사업관리비 집행 규모는 울진 2억8087만8600원, 삼척 1억8697만7090원, 봉화 1억5993만4710원, 영월 1억5358만5440원. 정선 2억5276만8325원, 평창 2억7203만0800원, 횡성 4억6902만4382원, 홍천 2억4500만0300원, 양평 4억4020만3415원, 가평 4612만3750원 등이다.

한전이 사업관리비를 집행하는 근거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사업관리비 운영기준’이다. 운영기준은 “지역주민 행사에 필요한 기념품 지원 시 아래 경우와 같이 선심성 물품 제공 의혹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사회통념의 한도 내에서 집행 가능하다”면서 사용이 불가한 경우로 민원 합의 대가로 과도한 물품 지급, 사치품, 호화 식단 등을 명시했다. 한전은 동해안 송전선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2014~2019년 홍천 지역에서도 특정 주민들에게만 억대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강석헌 홍천군 송전탑 반대 대책위 간사는 “주민들을 갈라치는 전략”이라면서 “일부 주민들을 금품으로 회유해 수용성을 확보한 것처럼 외관을 갖추고, 실제 피해자들을 마을에서 고립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중화 등 주민 요구를 들어주는 것보다 돈으로 막는 게 싸다는 판단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송재봉 의원은 “10년 전 밀양 송전탑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돈으로 주민 갈라치기, 공동체 파괴에 활용하는 한전의 행태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면서 “예산 편성 및 지출 과정에서 부정하거나 불법적인 요소는 없었는지 상임위에서 꼼꼼히 따져 물을 것”이라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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