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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처우, MZ연구원 이탈 못막아
한화에어로·삼성전자·현대로템 이직 활발
국가 기밀 유출 가능성도…檢 수사 받기도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첫 엔진 조립을 마치고 지난 4일 연소시험을 시행했다. 사진은 누리호 4차 발사 비행모델(FM) 1단 엔진 수락 시험. 우주항공청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발사체 연구소 소속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40대 A씨는 최근 모 자동차 회사 연구소로 이직했다. 억대 연봉과 주 4일 출근 등 파격적인 처우가 이직의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A씨는 육아 때문에 아내가 퇴사를 결정하면서 민간 기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국가의 미래가 달린 우주 연구를 한다는 자부심도 있었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우선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항우연 내 젊은 연구원들의 줄퇴사가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우주과학 연구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는 인재들의 이탈은 국가적 손실이다. 우주과학은 여러 연구 분야 중에서도 종사자가 희소한 전문 영역이라 대체 연구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사기업에 비해 열악한 연봉과 복지 수준을 개선하지 않고 사명감만 강요해서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연구원들의 기업행을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민일보가 확보한 ‘최근 6년간 항우연 내 퇴사자 통계 및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6월까지 퇴사자 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2019년 퇴사자는 3명에 불과했지만 2023년에는 17명까지 늘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에만 15명이 퇴사했다. 항우연 내부에서는 하반기에도 비슷한 수준의 퇴사자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직을 이탈하는 핵심 연구원의 평균 나이는 40대 초반이다. 이들은 조직 내에서 연구 과제 책임자의 위치를 맡고 있다. 신입과 베테랑 연구원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며 팀을 이끌어 가고, 가장 활발히 연구를 진행해야 할 조직의 허리 계층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6명이 퇴사한 위성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은 벌써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 항우연 내 한 연구원은 “열정을 보이던 선배의 퇴사는 남은 후배들의 사기를 꺾는다”면서 “무력감을 느끼는 후배도 많다”고 말했다.

퇴사자들 절반가량은 민간기업으로 이직했다. 최근 6년간 퇴사자 56명 중 절반가량인 27명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삼성전자, 현대로템 등으로 옮겨 갔다. 이들이 기업행을 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열악한 처우다. 항우연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 연구기관 중 연봉이 최하위 수준이다. 신명호 항우연 노조위원장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박사 학위 보유자 신입 연구원 평균 연봉은 항우연보다 1000만원 이상 높고, 민간기업인 한국항공우주(KAI) 연봉도 750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의 기업행은 국가 기밀 유출의 가능성도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직 연구원 대부분은 위성연구소 및 발사체 연구소 소속이다. 위성과 발사체 기술은 통신과 자동차 등 대부분 업계에서 신 먹거리 사업으로 투자를 집중하는 분야다. 연구원들이 항우연에 입사 후 얻게 된 국가 연구 결과 및 기밀을 사기업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에는 민간기업으로 취업하기 위해 퇴사한 항우연 연구원 4명에 대한 기술유출 혐의로 과기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우주산업이 미래 먹거리인 만큼 처우 개선 등을 통해 연구원 이탈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의 한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지금 같은 수준의 연봉이 유지되면 몇 없는 전공자들도 해외의 우주 관련 연구소로 취업하려고 할 것”이라며 “국내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최소한의 연봉 기준은 맞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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