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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만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격주 금요일 오후 찾아옵니다.

프렛웰은 작가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닥 인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새 책을 내고 여러 도시로 북투어를 다니는데, 가는 곳마다 사람이 한 명도 없거든요. 프렛웰은 결국 북투어 장소에 도착할 때마다 독자보다 서점 주인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그는 첫번째로 찾은 ‘풀젠트 서점’에서 자신의 아내와 이름이 같은 서점 주인 레베카를 만납니다. 아내는 ‘카’에 ‘C’를 쓰고, 서점 주인은 ‘K’를 쓴다는 차이는 있지만요. 독자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고, 프렛웰은 레베카와 짧은 담소를 나누고 헤어집니다. 그리고 얼마 뒤, 경찰들이 프렛웰을 찾아옵니다. 레베카가 실종됐는데, 마지막 목격자가 당신이라면서요.

이번주 ‘오늘도 툰툰한 하루’에서 소개할 작품은 영국 그래픽 노블 <북투어>(앤디 왓슨) 입니다.

<북투어>의 주인공 프렛웰은 사인회에서 독자들을 기다리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 이숲 제공


알고보니 프렛웰이 찾은 지역은 ‘여행가방 연쇄살인마’ 때문에 분위기가 흉흉한 상태였습니다. 외지인인 프렛웰은 가는 곳마다 오해를 삽니다. 일단 기차역에서 내리자마자 여행가방을 분실하는데, 잃어버린게 ‘여행가방’이라는 이유로 경찰은 그를 수상하게 생각합니다. 살인마도 여행가방을 쓴다니까요. 공교롭게도 프렛웰의 신간 제목이 ‘사라진 K’ 이기도 합니다. 이름에 ‘K’를 쓰는 레베카가 떠오르네요. 마침 책에도 사람을 죽이는 내용이 나옵니다. 프렛웰은 레베카에 관해 묻는 경찰들에게 성심성의껏 답합니다. 서점에서 본 것이 마지막이었으며, 레베카는 누군가와 저녁 약속이 있다고 했고, 자신은 호텔방에서 룸서비스로 스테이크를 시켜먹었다고요. 상세한 답변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의심은 풀리지 않습니다.

사실 프렛웰을 보며 ‘악당’을 떠올리긴 쉽지 않습니다. 그의 외관은 매우 평범하기 때문입니다. 어디서나 마주칠 법한 사람이죠. 아마 프렛웰을 하루에 두 번 이상 마주쳤다고 해도 모르고 지나갈 확률이 높습니다. 특징이 없다는 프렛웰의 특징은 눈에 불을 켜고 살인범을 찾는 경찰, 살인범이 나타날까 두려워하는 사람들 눈에는 연쇄 살인범의 전형적인 특징처럼 보입니다. 북투어를 위해 찾은 어떤 서점의 주인조차 “놈들은 괴물처럼 안 보이는 거 아세요? 그놈들은 괴물 같지 않고 겉보기에 완전 정상 같아요. 작가님처럼요”라고 말하죠.

<북투어>의 한 장면. 이숲 제공


오로지 책에만 관심이 있는 프렛웰은 연쇄 살인범이 있다는 사실을 시간이 꽤 흐른 뒤에야 인지합니다. 신문을 보긴 하지만 뒷장의 ‘문학 소식’만 읽고 버리거든요. 그는 그제야 왜 경찰들이 자꾸 자기를 의심하는 눈초리로 보는지 알고 깜짝 놀라죠. 그래도 그는 계획대로 북투어를 마치려고 노력합니다.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자신이 살인범이라는 건 너무 황당하니까요.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투어는 별로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프렛웰의 사인을 받겠다고 오는 독자들은 여전히 없고, 오히려 그가 방문한 지역에서 또다시 살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프렛웰은 경찰에 쫓기고, 급기야는 체포도 됩니다.

오해와 착각이 얽히고 설켜 모든게 엉망이 되어버리는 스토리의 주인공은 ‘고구마’ 같은 성격의 인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 왜 저 상황에서 명확히 해명하지 않지? 왜 그냥 넘어가서 오해가 쌓이게 두지? 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게 만들죠.

프렛웰은 다릅니다. 그는 늘 자기 의사를 정확히 이야기합니다. ‘사인회 행사 홍보가 제대로 안돼서 화가 났냐’는 경찰의 질문에 ‘화요? 그건 아니고 좀 실망했죠’ ‘아뇨, 화 안 났었습니다’ 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부인과 레베카를 연관짓는 질문에는 ‘이게 무슨 관련인지 모르겠는데요’ 라고 답합니다. 하지만 이미 프렛웰에 대해 마음 속으로 판단을 내려버린 사람들은 그가 무슨 말을 하든 곧이곧대로 듣지 않습니다. 프렛웰은 어떻게 될까요? 왜 일이 이렇게까지 꼬이는 걸까요? 그런데 북투어 가는 곳마다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도 좀 이상하지 않나요? 고전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매력이 있는 만화입니다. 2020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 공식 경쟁 부문 선정작입니다.

<북투어>의 한 장면. 이숲 제공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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