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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이언 심프슨 로스 '애덤 스미스 평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있는 애덤 스미스의 동상.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거론한 ‘보이지 않는 손’이란 개념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대서양 횡단 무역으로 경제적 활력이 넘치던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서 대학 시절(1737~1740)을 보낸 스미스는 스토아 철학을 높이 평가한 도덕철학자 프랜시스 허치슨의 윤리학 수업을 들었다. 스미스의 장서, 글래스고대 커리큘럼, 허치슨의 강의 등을 추적해 '애덤 스미스 평전'을 쓴 이언 샘프슨 로스는 “훗날 스미스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조화롭게 돌아가는 우주의 거대한 연결체계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스토아학파로부터 끌어냈고, 인간 도덕 규범의 확립과 마치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것처럼 경제활동을 규제하는 시장을 그러한 틀 안에서 상상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하는 것은 푸줏간ㆍ빵집 주인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기심 덕분”이라는 ‘국부론’의 유명한 구절처럼, 인간의 이기적 행동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의도치 않게 사회적 이익을 증진시킨다는 시장자유주의의 고전적 원리가 스토아학파의 ‘자연의 조화’ 이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얘기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를 지낸 로스(1930~2015)가 쓴 평전은 이처럼 스미스가 남긴 위대한 두 저작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에 담긴 사상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깨알 세듯이 추적한다. 20세기 사회주의의 계획경제와 대립되는 시장자유주의의 태두답게 스미스에 대한 전기나 해설서들은 숱하게 많긴 하지만, 이 책은 그의 전 생애 속에서 사상이 어떤 영향으로 잉태되고 발전하고 완성됐는지를 정밀하게 고찰한다는 측면에서 압도적이다. 예컨대,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비유에 앞서 당대 중농주의자인 케네의 제자 중 한 명인 미라보가 1763년 ‘농업 철학’에서 이미 “질서가 잘 잡힌 사회의 건강한 마법은, 사람들 각자가 스스로를 위해서 일한다고 믿고 있지만 실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일한다는 것이다”고 언급한 것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애덤스미스 평전·이언 심프슨 로스 지음·조재희 옮김·글항아리 발행·1236쪽· 5만4,000원


이밖에 18세기 사상계를 휘저었던 데이비드 흄, 볼테르, 루소 등 숱한 계몽사상가들과의 교류, 미국 독립과 프랑스대혁명 등의 격변이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의 각 판본에 미친 영향도 세밀하게 짚고 있다. 스미스에게 미친 여러 지적 영향을 살펴보면,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은 봉건적 질서를 타파하고 산업혁명과 프랑스대혁명으로 대표되는 정치 혁명의 길을 닦았던 18세기 계몽사상의 종합적 산물임을 확인할 수 있다. 1,236쪽이란 방대한 분량의 평전은 다만 애덤 스미스 입문자에겐 벅차고 교양도서로서의 가독성이 떨어지는 게 흠이다. 국부의 원천을 노동으로 본, ‘국부론’의 또 다른 기둥인 ‘노동가치설’에 대한 지적 영향사가 빠져 있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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