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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어 미 로체스터대 초전도 논문도 퇴출
수십년 논란에도 불구하고 연구는 이어져
과학계 “상온 초전도체 이론적 가능한 목표”
실현되면 에너지, 기술 혁명 가져올 수 있어

미 로체스터대의 랑가 디아스 교수가 초전도체 실험을 하고 있다. 그는 네이처에 다른 연구팀보다 훨씬 낮은 압력에서 작동하는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으나 논문을 철회하고 자취를 감췄다./미 로체스터대


작년 여름 한국이 상온·상압 초전도체(超傳導體)를 내세운 LK-99 진위를 두고 시끄러울 때 미국 과학기술계에서는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한 랑가 디아스 로체스터대 교수의 몰락이 화제였다. 거의 같은 시기에 한국과 미국에서 초전도체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과학계는 연구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계한다. 그럼에도 상온 초전도체가 실현되면 엄청난 기술 혁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세계 곳곳에서 ‘과학의 성배’를 찾는 연구자들이 계속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언제쯤 진짜 상온 초전도체가 등장할까.

미 연구자, 네이처 논문 두 차례나 철회
디아스 교수는 2020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섭씨 15도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 CSH(탄소·황·수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초전도 현상은 전류가 아무런 저항 없이 흐르는 걸 말한다. 당시만 해도 ‘초전도 현상은 영하 270도의 극저온에서만 구현할 수 있다’는 개념을 뒤바꾼 발견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여러 의혹이 나오기 시작했다. 논문 투고 직전까지 디아스 교수 연구실의 대학원생들은 모두 CSH가 초전도체라는 특성을 확인하지 못한 사실이 알려졌다. 디아스 교수는 로체스터대에 부임하기 전에 얻은 데이터로 확인했다고 설명했으나, 동료 심사 과정에서도 심사위원 3명 중 2명이 데이터 부족을 지적한 점이 드러나면서 미가공 데이터를 공개하라는 요구는 더 거세졌다.

디아스 교수는 결국 2021년 데이터를 공개했다. 데이터를 살핀 초전도체 연구자들은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의견을 냈다. 호르헤 허쉬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데이터 수치가 이상할 정도로 규칙적인 간격으로 나열돼 있다고 밝혔다. 네이처가 자체적으로 꾸린 심사위원회도 조작 증거를 찾으면서 2022년 9월 디아스 논문을 철회했다.

디아스 교수는 지난해 3월 새로운 초전도체를 찾았다는 논문을 네이처에 또 발표했다. 루테튬과 수소의 화합물의 전기 저항이 제로로 떨어지는 것을 측정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만 해도 국내외 언론들은 반신반의한 분위기였다. 한 차례 실수를 딛고 초전도체 분야의 권위자로 다시 올라섰다는 기사도 있었다.

국내에서 LK-99 논란이 잠잠해지던 지난해 11월, 네이처는 또다시 디아스 교수의 논문을 철회하기로 한다. 논문 게재 이후 여러 연구진이 초전도체를 재현하려고 했으나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네이처는 재검토를 거쳐 논문 데이터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디아스 교수는 두 차례의 철회 이후 로체스터대 자체 조사에서 문제가 발견되면서 학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영하의 초전도체 위에서 자석이 떠 있는 모습. 상온 초전도가 구현되면 자기부상열차를 쉽게 만들 수 있다./DOE

실현되면 에너지, 기술 파급력 엄청나
초전도체 분야는 지난 수십 년간 디아스 교수 연구와 LK-99와 같은 논란을 여러 차례 겪어왔다. 김찬중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검증을 해보니 사실이 아니어서 사라진 것들이 많고 잘못 측정한 경우도 있다”며 “검증 절차가 다소 미숙하면 그런 사례들이 종종 나온다”고 설명했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초전도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과학자들은 상온·상압 초전도체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루슬란 프로조로프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 교수 연구진이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미아사이트 광물에서 초전도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아사이트의 초전도는 실험실에서 만든 초전도체와는 다른 성질을 보였다. 프로조로프 교수는 “자연 상태에서 초전도 현상이 구현되는 메커니즘을 밝히면 초전도체를 경제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명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는 “상온 초전도체가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보니 과학자들은 가능할 것이라고 믿고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다”며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계속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항상 놀라운 발견은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믿기 어렵다. 초전도 현상도 1910년쯤 처음 발견했는데 1900년에 과학자들에게 초전도 현상을 믿느냐 물으면 대부분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과학자들은 상온 초전도체의 실마리를 찾았다. 2015년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진은 초고압으로 황화수소를 압축해 영하 70도에서도 초전도 현상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초전도 현상을 구현할 수 있는 온도는 영하 23도, 영하 13도에 이어 영상 7도까지 올랐다.

과학자들은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어 냈을 때 파급력이 엄청날 것이라고 본다.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나 양자컴퓨터에 쓰이는 극저온 초전도체를 상온 초전도체로 대체하기만 해도 비용과 필요한 설비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온 초전도체를 전선으로 쓰면 거리에 상관없이 무손실 송전(送電)도 가능하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은 송전 과정에서 일정 부분 손실되는데 상온 초전도체가 구현되면 이런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수자원이 많아 수력 발전이 잘 되는 곳에서 남는 전기를 전 세계 어디든 보낼 수 있다는 말이다.

김찬중 책임연구원은 “구리가 전기량을 1만큼 흘린다면 저항이 없는 초전도체는 50이나 100을 흘릴 수 있어 발전소에서 전기를 보내는 인프라나 컴퓨터, 반도체에 활용할 수 있다”며 “초전도체 자체로도 화학 폐기물이나 공해가 발생하지 않아 쓰임새가 많은데 상온 초전도체가 나오면 어마어마한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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