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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 사고 나자 소주 2병 '벌컥벌컥'… 사고 이전 음주량 '쟁점'

지난해 6월 18일 밤, 충북 영동군의 한 도로에서 57살 정 모 씨가 몰던 승용차가 신호 대기 중이던 택시를 들이받았습니다.

그런데 사고 직후 정 씨가 달려간 곳은 병원도, 경찰서도 아닌 근처 편의점이었습니다.

정 씨는 편의점에서 소주 2병과 초콜릿 맛 음료수 3병, 과자를 사고 그 자리에서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사고 피해자인 택시 기사는 정 씨의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며 경찰에 교통사고를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사고가 난 지 3시간쯤 지난 다음날 새벽 1시 37분 정 씨에 대해 음주 측정을 했고,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인 0.277%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정 씨가 사고 이후부터 음주 측정 전까지 소주를 2병이나 마신 바람에, 사고가 나기 전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정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 1심 재판부 "음주운전 무죄"… 이유는?

1심 재판을 맡은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은 정 씨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통상적으로 음주 측정이 곧바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여러 증거로 확인되는 피고인이 섭취한 알코올의 양과 술의 도수, 음주 시간, 체중, 성별, 체내 흡수율 등을 고려한 '위드마크 공식'으로 범행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산합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1심 재판부는 경찰에서 측정한 최종 혈중알코올농도 0.277%에서 정 씨의 사고 이후 음주량을 빼는 방법으로 사고 이전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산출했습니다.

재판부는 체중 65kg의 남성인 정 씨가 소주 2병을 모두 마셨을 때 추정할 수 있는 혈중알코올농도는 0.249%였을 것으로 계산했습니다.

이에 따라 0.277%에서 사고 이후 음주로 인한 0.249%를 뺀, 0.028%를 사고 이전 정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로 적용했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처벌은 혈중알코올농도 0.03%부터 적용됩니다.

결국, 정 씨는 0.002% 차이로 1심에서 음주운전 처벌을 피하게 됐습니다.


■ 종이컵에 남은 '밑잔'… 항소심서 음주운전 유죄 증거로 인정

하지만 항소심에서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정 씨가 사고 이후 편의점에서 소주 2병을 마시면서 종이컵에 술을 조금 남긴 것이 쟁점이 된 겁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사고 이후) 2차 음주 당시 소주 2병을 모두 마신 게 아니라 종이컵 용량의 3분의 1 또는 2분의 1 정도, 약 60~90㎖를 남긴 점을 고려하면 사고 이전 혈중 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항소심 재판을 진행한 청주지방법원 형사항소3부는 사고 이후 경찰이 촬영한 사진을 통해 종이컵에 투명한 액체가 담겨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정 씨가 편의점에서 산 상품 중 투명한색의 액체는 소주밖에 없었습니다.

사고 이후 종이컵에 남아 있던 액체의 냄새를 맡아본 경찰관의 증언도 이 액체가 '소주'였다는 정황을 뒷받침했습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종이컵의 크기를 고려해 정 씨가 편의점에서 산 소주 2병 가운데 최소 10㎖~많게는 46㎖의 술을 남겼다고 봤습니다.

이 가운데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10㎖를 적용하더라도 사고 이후 정 씨가 마신 술로 인한 혈중알코올농도는 최대 0.246%, 이를 최종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 0.277%에서 빼면 정 씨의 사고 이전 혈중 알코올농도는 0.031%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넘긴 겁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새로 계산한 수치를 토대로 원심을 파기하고, 정 씨의 음주운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음주운전으로 무려 4차례나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또다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했을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로 인명피해까지 발생시켰다"며 "더구나 사고 피해자가 음주운전을 의심하자 추가로 음주하는 방법으로 수사에 혼선을 주려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초과한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피해자에게 사고로 상해를 입힌 것은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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