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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사업체 직원들이 아파트에서 사다리차를 이용해 이삿짐을 옮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경향신문 자료사진


최모씨(30)는 육군 대위인 남편이 최근 다른 지역으로 발령을 받아 이사업체를 알아보는 중이지만 한숨부터 나온다. 군에서 지원하는 이사비에 비해 이사업체 견적이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군인은 직업 특성상 이사가 잦다. 지난 두 차례의 이사에서도 적잖은 자비를 들여야했다. 한 번에 평균 200만원이 들었지만 군에서 지원받은 금액은 회당 130만원 남짓이었다. 최씨는 “짐이라도 최대한 처분해서 어떻게든 견적이라도 저렴하게 받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4만여 명의 군인, 군무원이 인사 명령을 받아 주거지를 옮겨야 하지만 최씨처럼 많은 군 가족이 이사지원금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4일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이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군 가족 이사 현황 및 이사화물 수송임 지급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가족 단위 육로 이사로 지원금을 받은 군인, 군무원 1만3311명 중 60%(7983명)가 예상 견적가에 미치지 못하는 이사비를 지원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분석은 거리에 따라 예상 견적가를 산출한 뒤 군에서 지원한 이사비와 비교해 진행했다. 예상 견적가를 계산하기 위해 우선 이사 전후 주소를 바탕으로 직선거리를 측정한 뒤 거리에 따라 요금을 매겼다. 5t 트럭 이용, 비성수기 평일 기준으로 최소 비용 100만원에 25㎞가 증가할 때마다 10만원씩 늘렸다. 이어 평균적으로 추가되는 사다리차 비용 30만원을 더했다. 기본요금 산정은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에서 제시하는 전국 평균 가격 등을 활용했다. 육로 외 해상 운송이나 단독 이사 등은 제외했다.

그래픽/박채움 기자


산출한 예상 견적가와 군에서 받은 지원금을 비교해 보니, 지난해의 경우 인사이동으로 이사를 한 군인, 군무원의 60%가 평균 13만2000원, 많게는 60만원까지 자비를 더 부담해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이동 거리는 118.2㎞였다.

예상 견적가는 출발지와 도착지의 직선거리로 계산한 것이며, 이사에 드는 청소 등 부가 비용을 모두 제외한 최소가다. 그 때문에 실제 자비를 부담했던 인원은 더 많았을 것이며, 부담 금액은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사비용은 에어컨·냉장고 설치 등 추가 작업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성수기나 ‘손 없는 날’ 등에 이사할 때는 웃돈을 얹어줘야 하기도 한다. 특히 군 단위 지역은 사다리차 구하기가 어려워 비용이 더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 분석 대상 이사 건수 중 60%가 출발지나 도착지가 군 단위 지역이다.

자비 부담, 100만원 넘기도

자료에 나오는 실제 3건의 이사 사례를 가지고 이사업체에 직접 견적을 요청해 봤다.

지난해 전남 장성군에서 경기 연천군으로 이사한 A중령은 이사비로 189만원을 지원받았다고 나온다. 하지만 이사업체들의 견적가는 250만원을 웃돌았다. 견적 문의에 응한 광주 북구 소재 이사업체 관계자는 “이삿짐 양을 봐야겠지만 최소 250만원부터 시작”이라면서 “거리가 멀면 유류비보다는 (추가로 일당을 줘야 해서) 인건비가 더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한 이사업체의 경우 330만원을 견적가로 제시 했다. 또 다른 이사업체 관계자는 “연천군은 사다리차 비용이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전남 해남군에서 강원 속초시로 이사한 B상사는 이사비로 289만원을 받았다. 이 지역 업체들은 도착지 사다리차 비용을 별도로 하고도 330~350만원선의 견적가를 제시했다. 지난해 강원 철원군에서 전남 강진군으로 이사한 C소령의 사례는 업체를 구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대부분 장거리라며 의뢰 자체를 받지 않았다. 유일하게 견적가를 제시한 강원 인제군의 한 이사업체는 “(도착지인) 강진은 시외지역으로 사다리차 비용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면서 사다리차 비용을 제외하고도 290만원을 제시했다. C소령은 실제 28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그래픽/박채움 기자


국방부는 민간 이사업체 견적가의 76% 수준이던 이사비 지원액을 2021년부터는 95%선으로 인상 조치했다. 최소 112만원(40㎞ 이하)에 최대 222만원(480㎞ 초과) 지급됐던 이사비 지원액이 119~289만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경향신문 분석 결과 이사비 지원액이 인상된 2021년에는 61.7%, 2022년에는 57.8%의 군인, 군무원이 이사 비용의 상당액을 자비 부담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경기도에서 광주광역시에 있는 부대로 약 230㎞ 이사했다고 밝힌 한 직업군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사업체들 견적가가 대부분 300만원 선에서 형성돼 있었고 실제 부담한 비용도 그 정도 되지만 정작 지원받은 액수는 220만원 남짓”이라면서 “이사비 지원액을 현실화했다고 하는데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군인, 군무원 가족들은 이사비 지원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월 D씨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린 글에서 군 부사관인 남편의 인사이동으로 경기 연천군에서 강원 화천군으로 이사할 예정인데 이사 견적가가 250만원이나 나왔지만 군에선 이사비 지원금으로 138만원만을 책정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D씨는 “이사업체 다섯 군데에 견적을 문의했으나 2~3월은 이사 성수기다 보니 4곳은 이미 예약 마감이고 1곳만 가능한 상황이었다”면서 “원에 의한 이동이 아닌 직업 특성상의 이사인데 비용이 100% 지원되지 않고 개인 돈이 100만원 이상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썼다.

이사 횟수, 장성급은 13.3회, 영관급은 7.8회

직업군인들은 군 생활 중 10차례 가까운 이사를 경험한다. 국방부가 시행한 ‘2021 군인복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계급별 평균 이사 횟수는 장성급(준장~대장)이 13.3회, 영관급(소령~대령)이 7.8회였다. 같은 조사에서 ‘배우자가 직업군인으로 복무하기를 원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을 때 ‘잦은 이사’(15.4%)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박미은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러 번 이사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이미 겪는 직업군인들에게 이사비가 가중되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지효근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예비역 육군 대령)는 “이사업체를 선정해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그 업체가 군 이사를 대행하면 그 비용을 국방부에 청구하는 방식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군인, 군무원을 제외한 다른 공무원들은 ‘공무원 여비 규정’을 적용받는데, 영수증 등 증빙 서류를 제출하면 인사이동으로 인한 이사 시 실비로 이사비를 지원받는다. 최순원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예비역 육군 소령)는 “타 직렬 공무원 대비 이사가 잦은데도 불구하고 군대라는 특성상 의견 표시도 어렵다 보니 자비로 이사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예전부터 지속해왔다”라면서 “보수적으로 책정돼있는 수송임 예산을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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