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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RNC) 마지막날 대선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하면서 오른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저는 오늘 저녁 자신감, 힘, 희망의 메시지를 가지고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위스콘신주 밀워키 컨벤션 행사장. 가수 리 그린우드가 무대에서 자신의 노래 ‘갓 블레스 더 유에스에이(God Bless the USA)를 부르는 가운데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USA!”를 연호하며 격하게 환영하는 대의원ㆍ당원들에게 “고맙다”를 반복하며 이렇게 입을 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2016ㆍ2020년에 이어 세 번째 대선 도전을 공식화한 순간이었다.

피격 사건 후 닷새 만에 대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트럼프 연설의 핵심 키워드는 정치ㆍ사회 부문의 ‘통합’, 외교안보 부문의 ‘힘과 안정’, 경제ㆍ무역 부문의 ‘미국 제일주의’로 요약된다. 그는 “불화와 분열을 치유해야 한다. 저는 미국의 절반이 아닌 미국 전체를 위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출마한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2016ㆍ2020년 대선 때 상대 후보를 거칠게 몰아붙이고 저소득 백인 남성의 분노 정서를 자극했던 이전의 ‘네거티브 트럼프’가 ‘포지티브 트럼프’로의 변신을 선언하는 장면이었다.



“핵무기 많은 이와 잘 지내면 좋아”
트럼프는 “대만, 한국, 필리핀 등에서 전쟁의 망령이 커지고 있다. 현 정부가 만들어낸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전쟁 등 국제적 위기를 끝낼 것”이라며 평화를 얘기했다. 특히 “북한 김정은(국무위원장)과 저는 아주 잘 지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막았다”며 “핵무기를 많이 가진 이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은 북한이 다시 (도발) 행동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돌아오면 그와 다시 잘 지낼 것”이라며 “그는 저를 다시 보고 싶어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재선 시 김정은 위원장과의 북ㆍ미 정상회담이 다시 추진될 수 있음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을 당시의 모습. AFP=연합뉴스
트럼프는 연설 초반 피격 사건 당시 상황을 상세히 묘사하며 경상에 그친 것을 “신의 가호” “섭리적 순간”이란 말로 설명했다. 그는 “암살자의 총탄이 4분의 1인치(0.635㎝) 차이로 비껴가 제가 살아날 수 있었다”며 “(귀 윗부분에) 총을 맞고 사방에 피가 쏟았지만 신이 제 편에 있어 안전하다고 느꼈다”고 떠올렸다. “마지막 순간 고개를 살짝 움직이지 않았다면 저는 오늘 밤 여기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자 일부 대의원ㆍ당원들은 눈물을 훔쳤다. 트럼프는 이어 “전능하신 신의 은총으로 이 자리에 서 있다”며 자신이 괜찮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수천 명 앞에서 오른팔을 들어 “파이트(Fightㆍ싸우자)”를 외쳤다고 말했다.



93분 연설서 ‘바이든’ 언급 딱 한번
트럼프는 피격 사건 이후 최종 연설문을 대폭 손질했다고 한다. 재대결 상대인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정치적 공격은 완화하는 대신 ‘통합의 지도자’ 이미지를 한껏 부각시키는 쪽으로 수정했다는 것이다.

“역대 최장 시간 대선 후보 수락 연설”(폴리티코)로 전해진 이날 93분의 연설에서 ‘바이든’이란 고유명사를 입에 올린 건 딱 한 번뿐이었다. “역대 최악의 대통령 10명보다 바이든이 더 큰 피해를 줬다”고 한 대목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언급은 아예 없었다.



지지자들 “파이트” 연호하며 일전 불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RNC) 마지막날 대선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하던 도중 지난 13일 발생한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 때 총상을 입고 사망한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당 대의원ㆍ당원들과 함께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신의 은총’을 입었다는 트럼프를 대신해 ‘파이트’를 자원하고 또 이를 독려하는 조연은 따로 있었다. 트럼프 연설 도중 피격 당시 장면이 대형화면에 나타나자 당 대의원ㆍ당원들은 한목소리로 “파이트”를 연호하며 투지를 불태웠다. 또 가스 키드록이 막간 공연 중 노래를 부르며 “파이트”를 선창하면 역시 수천 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따라서 “파이트”를 외쳐 행사장을 울렸다.

트럼프가 강조해온 ‘아메리카 퍼스트’는 경제ㆍ무역 등 정책 분야에서 선명한 기조가 그대로 유지됐다. 그는 “우리는 자동차 제조업을 다시 미국으로 신속하게 가져올 것”이라고 했고, 중국에 대해선 “우리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는 자동차에 약 100~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나라들이 와서 우리 일자리를 뺏어가고 우리나라를 약탈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에서 제품을 팔려면) 미국에서만 만들라”고 했다.

신재민 기자
이 대목에서 미국의 고물가 문제를 조 바이든 행정부 탓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는 “현 정부 아래 우리는 쇠퇴하고 있는 국가”라며 “인플레이션 위기로 생활이 어려워지고 근로자 소득이 황폐화됐다. 전례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현장에 있던 한 외신 기자는 “연설 전반부에 조심스럽게 억누르는 듯했던 본연의 감정이 후반부에는 숨기지 못하고 드러난 것”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며 승리하고, 승리하고, 승리할 것”이라는 다짐으로 긴 연설을 마무리했다.



대선 출정식에 ‘트럼프 패밀리’ 총출동
18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RNC) 마지막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이 끝난 뒤 그의 가족들이 무대 위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날 전당대회장에는 트럼프의 아들ㆍ딸, 며느리ㆍ사위, 손자ㆍ손녀가 총출동해 ‘트럼프 대선 출정식’ 극적 효과를 끌어올렸다. 대선 기간 공식 활동이 거의 없었던 멜라니아 여사는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트럼프는 연설 도중 “제 여정에 멋진 아내 멜라니아와 함께하게 돼 큰 영광”이라고 했고, 이날 참석한 총 10명의 가족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중 백악관에서 일하며 막후 최대 실세로 꼽혔지만 이번 대선 캠페인에선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도 자리했다.

트럼프 연설 전에는 차남 에릭이 찬조 연설에 나서 “아버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용기와 결단력을 보여줬다”며 “그는 미국의 45대 대통령이자 곧 47대 대통령이 되실 분”이라고 말했다. 에릭이 연설할 때 VIP석 1열에는 트럼프 좌우로 J D밴스 부통령 후보 부부, 트럼프의 며느리 라라 트럼프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동의장,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앉았다. 그 뒤편 2열에는 이방카와 쿠슈너가 자리해 트럼프 집권 시절과 달라진 가족 내 역학 구도를 대변하는 듯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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