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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충남 아산시 신정호 인근의 한 가정집에서 강아지 80여마리가 발견됐다. 당시 동물단체와 아산시는 총 78마리의 강아지를 구조했다. 독자 제공

“폐가 수준의 가정집에서 강아지 20마리를 발견했어요. 문제는 이게 처음이 아니라는 거예요. 4년 전에도 이 집에서 78마리의 강아지를 구조했거든요. 그때 다 구조하고 일단락된 줄 알았는데…. 4년 뒤 같은 곳에서 비극의 현장을 또 한 번 마주하게 된 거예요.”
-동물단체 아산 동물보호연대 강지영 대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감당할 수 없는 숫자의 동물을 적절한 돌봄과 관리 없이 키우는 행위를 ‘애니멀호딩’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행동은 동물에게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호더의 건강과 안전도 해칠 수 있습니다. 이웃 주민들은 소음이나 악취 등의 피해를 당하기도 하죠.

1살 믹스견 ‘하늘이’도 지난달 15일 이런 애니멀호딩 가구에서 구조된 녀석입니다. 충남 아산시 신정호 인근의 한 가정집이었죠. 집안에는 썩은 음식물과 폐자재들이 가득했습니다. 구조에 참여한 ‘도로시지켜줄개’ 이효정 대표는 “쓰레기 매립지를 떠오르게 하는 현장이었다”고 말합니다. 하늘이는 그런 곳에서 1년 동안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근처 농작물을 뜯어 먹으며 살았습니다. 당연히 건강 상태는 엉망이었습니다. 심장사상충에 감염된데다 몸에는 진드기 수백 마리가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이것만도 비극인데 이 집에는 놀라운 비밀이 또 있었습니다. 이곳은 4년 전에도 78마리의 동물 구조가 이뤄진 적 있던 현장이었습니다.

4년 뒤 또…반복되는 비극

지난 2020년 충남 아산시 신정호 인근 애니멀호딩 현장에 방치되어 있던 강아지들. 독자 제공

해당 가구에 거주하는 A씨의 동물 수집은 2019년쯤 알려졌습니다. 강아지들이 짖는 소리와 악취에 고통받던 주민들이 아산시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된 거죠.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소유자는 동물의 위생·건강을 관리하고 보호할 의무를 가집니다. 동물이 사는 공간은 분변, 오물 등을 수시로 제거하고 청결하게 관리해야 하죠. 이걸 지키지 않은 아산의 가정집은 법적으로는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애니멀호딩 현장에 해당합니다.

지난 6월 15일 충남 아산시 신정호 인근 가정집에서 애니멀호딩 현장이 다시 발견됐다. 현장에는 20마리의 강아지들이 방치되어 있었다. 독자 제공

하지만 구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관리가 소홀해도 동물 소유자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동물을 구조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동물보호단체와 아산시는 A씨를 설득했고, 노력 끝에 다행히 소유권 포기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후 2년에 걸쳐 강아지들에 대한 대규모 구조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2020년 40마리가 아산시 보호소에 입소했고 아산 동물보호연대가 32마리, 포해피니스가 6마리를 구조했습니다. 현재 구조된 동물들은 대부분 국내외로 입양을 간 상황입니다.

구조와 입양까지 마쳤으니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줄 알았지만 아니었습니다. 4년 뒤인 2024년, 해당 가구에서 이번에는 20마리의 강아지를 발견하고 만 거죠. A씨의 끔찍한 애니멀호딩은 반복되고 있었던 겁니다.

4년 전 그 집에서 다시 발견된 강아지들, 눈물겨운 구조 작전

애니멀호딩 현장에 방치되어 있던 강아지들은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살고 있었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도 있어 구조도 쉽지 않았다. 독자 제공

무엇보다 시급한 건 동물들의 구조였습니다. 아산시 동물보호과 공무원들과 5개의 동물단체가 지난달 15일 확인한 애니멀호딩의 현장은 처참했습니다. 집안은 방치된 음식물 쓰레기 탓에 벌레가 가득했고, 잡동사니들로 내부는 폐가 수준이었죠. 강아지들이 처한 환경은 더 열악했습니다. 이웃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녀석들은 먹을 게 없어서 인근 농작물들을 뜯어먹으며 견뎌왔다고 합니다.

구조작업은 무려 이틀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고정된 거주 공간 없이 산과 들을 돌아다니는 녀석들은 포획하기도 쉽지 않았거든요. 아산시 동물보호과 공무원과 동물단체 관계자들은 산꼭대기까지 올라가 남겨진 동물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동물보호단체 '도로시지켜줄개'가 아산 애니멀호딩 현장에서 구조한 강아지들. 독자 제공

그렇게 구조된 강아지가 총 20마리. 동물보호단체 아산 동물보호연대가 7마리, 도로시지켜줄개 5마리, 위액트 4마리, LCKD 4마리씩을 책임졌고, 리버스는 포획에 도움을 줬습니다. 강아지들의 건강 상태는 최악이었습니다. 대부분이 심장사상충에 감염됐고, 진드기 감염도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한 녀석은 다리를 다쳤는데 너무 오래 방치해 아예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호더 A씨는 어떻게 됐을까요? 동물학대의 가해자이긴 하지만 혼자 살고 있는 A씨 역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아산시는 쓰레기가 가득하고 천장에 비가 샐 정도로 환경이 열악한 A씨 집에 대한 환경개선 작업에 나섰습니다. 또 A씨의 정신과적 치료 지원도 병행 중이죠. 동물을 수집하는 애니멀호딩은 넓은 범주에서 저장강박 증상에도 해당하기 때문에 심리치료도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두번이나 반복됐지만 세번째 비극은 막아야 하니까요.

더불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제도 개선이 절실합니다. A씨와 같은 애니멀호딩이 반복되는 이유는 현행법의 한계 때문입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학대자의 반려동물 관련 영업을 제한하는 조항은 있지만 동물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하면서 “동물학대 행위자에 대해 동물 소유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아직 마땅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애니멀호더에게서 벗어난 천진난만 믹스견, 하늘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지난 6월 21일 '도로시지켜줄개' 센터에서 하늘이를 만났다. 하늘이는 아산 애니멀호딩 현장에서 구조된 1살 추정의 믹스견이다. 최민석 기자

지난달 21일 개st하우스 팀은 끔찍한 현장에서 탈출하게 된 하늘이를 만나기 위해 구조에 참여했던 동물단체 도로시지켜줄개 센터를 찾았습니다.

아산 애니멀호더에게서 구조된 지 일주일 차에 만난 하늘이는 놀라울 정도로 밝은 모습이었습니다. 취재진이 다가가자 궁금하다는 듯 먼저 다가오며 냄새를 맡았죠. 하늘이는 진드기를 떼어내고 심장사상충 약을 복용하며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독한 약을 먹는 와중에도 밥은 거부하지 않고 꼬박꼬박 잘 먹는다고 합니다.

이날은 유기견 행동전문가 미애쌤과 윤이쌤과 동행해 하늘이의 입양적합도를 알아봤습니다. 애니멀호딩 가구에서 한평생을 지내온 하늘이는 유독 친구에 대한 애착이 강했습니다. 하늘이와 함께 구조된 믹스견 ‘바다’가 겁을 먹고 위축될 때면 자기가 직접 나서서 대신 짖어주는 등 다양한 시그널을 보여줬죠. 미래의 가족이 꼭 기억해둬야 할 하늘이의 특징입니다.

하늘이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사회성이 뛰어난 강아지다. 진드기와 심장사상충 치료 중이다. 최민석 기자

하늘이는 사회성이 아주 뛰어난 녀석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표현도 잘하고 꼬리도 잘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사람과 교감한 적 없이 1년을 지내온 만큼 소리와 촉감 등의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윤이쌤은 “하늘이는 경험이 쌓일수록 계속해서 사회성이 높아지는 천재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악몽 같던 애니멀호딩 현장에서 벗어난 1살 믹스견, 하늘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관심 있는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애니멀호더에게서 벗어난 천진난만 믹스견, 하늘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 1살 추정, 5.4㎏
- 수컷 (중성화 전), 성격이 밝고 먹을 것을 좋아함
- 사람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음
- 예방접종 필요 (심장사상충 1기 치료 중)

■구조에 참여한 단체: 아산 동물보호연대(7마리), 위액트(4마리), 도로시지켜줄개(5마리), LCKD(4마리), 리버스(포획 도움)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아래 주소로 접속해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https://linktr.ee/Dorothyrescuedogs

■하늘이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35번째 견공입니다 (102마리 입양 완료)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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