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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 전당대회에서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한 후 미소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취임 첫날부터 남부 국경을 폐쇄하고 대규모 미등록 이민자 강제 추방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제조업 회복을 위해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는 등 보호무역 조치를 예고했다. 또한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과 잘 지냈고, 다시 만나도 잘 지낼 것”이라며 재선 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의향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이날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포럼에서 후보 지명을 수락하며 2016·2020년에 이어 세 차례 연속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됐다. 그는 경제·이민·외교·사회 등 각 분야에서 보다 신속하고 강도 높게 전방위적인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실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암살 미수 총격 사건 이후 처음으로 연단에 오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설 초반에는 “절반의 미국이 아닌 미국 전체를 위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출마한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청년, 남성, 여성, 민주당, 공화당, 무당층, 흑인, 백인, 아시아인, 히스패닉 등 우리 나라의 모든 시민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겠다”고도 했다.

귀에 거즈를 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너무 고통스러운 순간”이라며서도 총격 당시 상황에 대해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하며 “전능하신 신의 은총 덕분에 내가 이곳에 있을 수 있다”며 “여생 동안 그날 저녁 많은 애국자들이 보여준 사랑에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스크린을 비추던 백악관 사진이 귀와 얼굴에 피를 묻힌 채 단상 뒤에 웅크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 등 총격 현장 사진으로 바뀌자 청중석에서는 옅은 탄식이 터져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총격으로 숨진 소방관 코리 컴페라토레를 위해 묵념하고 무대에 올라온 그의 헬멧과 제복 앞에 다가가 입맞춤을 하기도 했다. 눈물을 글썽이며 그의 이야기를 듣던 청중들은 피격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싸우자”라는 말을 외치며 화답했다. 위스콘신주의 대의원 섀넌은 기자에게 “다시 연단 앞에 선 모습을 보니 감격스럽고, 미국이 하나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합의 메시지는 오래 가지 않았다. 민주당이 자신과 가족에 대한 수사·의회 소환 등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사법 시스템을 무기화하고 정적을 민주주의 적이라고 공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가리켜 “정신 나간”이라고 비난하면서 “민주당이 나라의 단결을 원한다면 (나에 대한) 마녀사냥을 중단하고 더 지체하지 말고 기각해야 한다“고 역공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름은 단 두 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정책을 신랄하게 공격하며 “무능한 리더십으로부터 미국을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 문제와 관련해선 남부 국경에 이주자들의 ‘침공’으로 범죄, 빈곤, 질병 등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국경의 악몽을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 오는 건 환영하지만 합법적으로 와야 한다”면서 취임하자마자 역대 가장 큰 규모의 강제추방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제·통상 정책에서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강조하며 더욱 선명해진 보호무역주의 색채를 드러냈다. 그는 중국이 멕시코 대신 미국에 자동차 생산시설을 짓지 않을 경우 “자동차 한 대마다 100~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른 나라들은 우리를 이용해 왔다”며 “소위 동맹이라는 나라들도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일자리, 수입 등을 가져가며 우리를 약탈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에서 상품을 팔고 싶다면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 첫날 전기차 의무화 중단, 석유 시추 확대, 금리 인하, 대규모 감세 등 기존 공약도 언급했다.

외교 분야에서는 바이든 정부와 달리 자신의 재임기에는 새로운 전쟁이 발발하지 않았다면서 전쟁을 종식하고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 한국, 필리핀 등 아시아 전역에서 분쟁의 유령이 드리웠다”면서 “나는 전화 한 통이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특히 재임기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던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을 강조하면서 “많은 핵무기를 가진 이와 잘 지내는 건 좋은 일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만나면 그들과 잘 지낼 것이다. 아마 그(김정은)도 나를 그리워할 것”이라며 대화 추진 가능성을 내비쳤다.



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청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D 밴스 상원의원과 아내 우샤. EPA연합뉴스


역대 최장 후보 수락 연설

1시간 30분 넘게 이어진 연설은 미 대선 역사상 가장 긴 후보 수락 연설로 기록됐다. 사전에 준비한 원고를 벗어나는 내용을 자유롭게 발언한 것은 통상 선거 유세 때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뒤 올해 대선 레이스에서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타난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무대 위로 올라가 서로 포옹했다.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 부부, 장녀 이방카와 제러드 쿠슈너 부부, 전날 찬조연설로 화제를 모은 손녀 카이 트럼프 등 손주들, 부통령 후보에 지명된 J D 밴스 상원의원과 부인 우샤 밴스 등도 무대에 올랐다.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진행 중인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포럼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트럼프 반대’ 시위를 벌이는 차량이 주차돼 있다. ‘첫 날 독재자’(Dictator on day one)는 “취임 첫 날만 독재자가 되겠다”고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전 발언에서 따 온 구호이다. 밀워키 | 김유진 특파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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