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150명당 1대 확보’ 규정, 실제론 미달
비 오면 신청 몰려 배차받기 더 힘들어
약속 늦는 일 빈번…‘증차’ 한목소리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유창욱(48·지체장애인)씨가 힘겹게 장애인 콜택시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저희 장애인들은 비하고는 정말 상극이야. 비가 정말 싫어요. 오늘도 비가 많이 오잖아요, 집에 잘 갈 수 있을지 너무 불안해요.”

18일 아침 대전 서구에 사는 문소윤(45)씨는 평소보다 이른 오전 7시40분께 교통약자 이동지원차량(장애인 콜택시) 배차를 신청했다. 평상시에도 콜택시 잡기가 쉽지 않은데, 이날처럼 비 오는 날엔 수요가 몰려 조금만 시간이 늦어도 택시를 하염없이 기다리게 되기 때문이다. 서두른 덕분에 문씨는 출근 시간보다 한참 이른 오전 8시20분 회사에 도착했다. 폭우가 온 요 며칠은 계속 이 시간대에 출근하고 있다.

뇌병변장애인인 문씨에게 장마철 정시 출퇴근은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현재 대기자 수와 차량 위치를 보면서 예상하는 거죠. 운이 좋으면 바로 잡히는 거고, 안 되면…3시간 기다렸다가 탄 적도 있어요.” 바깥 약속이라도 잡으면 쏟아지는 비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다. “난리가 나는 거야. 차는 없죠, 약속시간은 다 돼 가죠, 속이 막 타요.”

문씨는 해마다 장마철이 되면 불안에 떤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문씨는 우산을 들지 못해 쏟아지는 비를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다. “요즘 같이 폭우가 오면 온몸이 홀딱 젖어요. 출근하면 사무실 바닥에 휠체어 바퀴가 흙탕물 자국을 내고요. 이걸 또 닦아야 되고…정말 민폐잖아요 사실은.”

18일 오전 경기 양주시 서울 지하철 1호선 덕정역에서 폭우로 덕정역∼연천역 구간 열차 운행을 중단한다는 안내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시각장애인 홍광일(74)씨는 장마철엔 아예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활동지원사와 나란히 걸어야 해 우산을 하나만 쓰다 보니 들이치는 비를 막기 어려워서다. “비 오는 날은 ‘복지콜’·‘나비콜’(시각장애인 콜택시)도 잘 안 잡혀요. 막 두세 시간씩 기다리고 그래요. 우리는 약속 시간을 지킬 수가 없어. 외출도 아무래도 포기하게 되고.” 홍씨는 비 오는 날은 그냥 집에 있는 게 속 편하다고 말했다.

부산 수영구에 사는 대학생 김재연(22)씨도 비를 쫄딱 맞으며 학교에 다닌다. 뇌병변장애인으로 수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김씨는 우산을 쓸 수가 없다. 우비도 휠체어 바퀴에 말려들어갈 위험이 있어 입지 못한다. 김씨는 ‘수업 듣는 건물간 이동 경로에 비 가림막을 설치해달라’고 3년째 학교에 요구했지만 ‘예산 문제로 힘들다’는 답변만 받았다. 비 맞는 데 이골이 난 김씨는 아예 비 오는 날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냥 홀딱 젖어서 수업을 듣는 게 일상이에요.”

이들의 한결 같은 바람은 ‘증차’다. 김씨는 “비가 오면 ‘두리발(부산 장애인 콜택시) 배차가 더 느려져요. 두리발 증차만이라도 나라에서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은 보행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 150명당 1대꼴로 장애인콜택시를 확보하도록 규정하는데, 실제 운용대수는 이에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에 폭우가 쏟아진 18일 오전 경기 파주시 월롱면에서 소방대원들이 침수된 공장에 고립된 근로자를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3423 US스틸 “일본제철에 매각 무산되면 공장 폐쇄” new 랭크뉴스 2024.09.05
43422 ‘노조 파괴 SPC 햄세트 거부하겠습니다’…민주당 보좌진들 발끈 new 랭크뉴스 2024.09.05
43421 변종 엠폭스 진원 민주콩고 5일 첫 백신 도착 new 랭크뉴스 2024.09.05
43420 "尹대통령, 받기 싫은데 스토커처럼 추석 선물 보내" 野 의원들 SNS 인증 new 랭크뉴스 2024.09.05
43419 [단독] 만취운전 차량 인도 돌진‥50대 가장 중태 new 랭크뉴스 2024.09.05
43418 尹, 응급실 찾아 의료진 격려... “필수 의료가 인기과 되도록 전폭 지원” new 랭크뉴스 2024.09.05
43417 윤 대통령, 한밤 응급실 비공개 방문…“의료진 번아웃 않게 지원” new 랭크뉴스 2024.09.05
43416 8월 국산차 신차등록 22.5% 추락, 수입차는 오히려 증가 new 랭크뉴스 2024.09.05
43415 멕시코 '판사직선제' 사법부 반발 속 하원 통과…상원 논의 예정 new 랭크뉴스 2024.09.05
43414 [단독] 수의계약으로 딴 김형석 연구용역‥'2억 원짜리 부실 보고서'? new 랭크뉴스 2024.09.05
43413 “전범을 애도해?” 우크라 대사 야스쿠니 참배 ‘뭇매’ new 랭크뉴스 2024.09.05
43412 '뇌 신경마비 투병' 자우림 김윤아 병원행…"활력값 희미해" new 랭크뉴스 2024.09.05
43411 “尹 추석선물 안 받습니다”… 野 의원들 ‘거부 인증’ 잇따라 new 랭크뉴스 2024.09.05
43410 [사설] 세대별 연금 보험료 차등 방안, 장년층 설득할 대책을 new 랭크뉴스 2024.09.05
43409 尹, 심야 응급실 찾아 "명절 연휴 의사들 번아웃 되지 않도록 지원" new 랭크뉴스 2024.09.05
43408 밤에 응급센터 찾은 윤 대통령...들끓는 민심 ‘응급처치’? new 랭크뉴스 2024.09.05
43407 美 7월 구인 767만건, 3년만에 최저…"고용시장 질서있는 둔화" new 랭크뉴스 2024.09.05
43406 부동산 시장, 매수세 줄어도 '초고가 불패'…"대출 규제, 양극화 부추길 것" new 랭크뉴스 2024.09.05
43405 윤 대통령 의료 현장 방문…“헌신하는 의료진에게 늘 죄송한 마음” new 랭크뉴스 2024.09.05
43404 해외 출장 중 제자 성추행 혐의...연세대 교수 피소 new 랭크뉴스 2024.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