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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이근안 상대 구상금 소송 승소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정다빈 기자


독재정권 당시 각종 고문을 일삼은 것으로 악명 높았던
직 경찰관 이근안(86)이 국가에 거액의 구상금을 줘야 한다는 판결
이 나왔다. 국가가 '김제 가족간첩단 조작 사건'에서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손해배상금의 일부를, 가해자 이근안이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부장 이세라)는 국가가 이근안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19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국가의 청구액은 33억6,000만 원이었는데, 이근안 측이 재판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청구 액수를 그대로 인용하는 것으로 재판이 마무리됐다.

간첩 조작 사건은 1982년 일어났다. 전북 김제시에서 농사를 짓던 최을호씨가 북한에 나포됐다가 돌아왔는데, 경찰은 최씨가 조카들을 간첩으로 포섭했다는 혐의를 수사해 검찰에 송치했다. 최씨는 사형이 확정돼 집행됐고, 조카들은 검찰 조사 도중 사망하거나 석방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나중에 사건 당시 치안본부(옛 경찰청) 대공수사단 소속이던 이근안이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근안이 남용동 대공분실에서 각종 고문을 가해 허위 자백을 받아낸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유족이 청구한 재심에서 2017년 법원이 최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검찰도 항소를 포기해, 피해자들은 34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이어진 114억 원 규모의 국가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유족 손을 들어줬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국가기관 공무원들이 불법 연행해 장기간 구금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혹독한 고문과 가혹행위까지 저지른 것은 특수하고 중대한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결국 이근안 등의 불법행위로 막대한 재정을 지출하게 된 정부는 이근안을 상대로 손해배상금을 부담하라며 구상금 소송을 걸었다.

1970년 경찰에 입문한 이근안은 군사정권 치하에서 줄곧 대공분야 수사를 했다. 민주화 운동가, 학생, 시민 등을 상대로 고문을 자행했다가 1988년 수사 선상에 오르자 사표를 내고 잠적했다. 고 김근태 전 의원에게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가한 것도 그였다.

이씨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1999년 10월이었다. 제 발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을 찾은 그는 "최근 재판을 받은 동료 경찰들의 형량이 가벼워 마음이 안정됐다"며 자수했고, 공소시효가 남은 일부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대법원에서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이 확정됐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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