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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외국인 환자 60만 명
의원급 진료과목 피부과 환자 대세
기기 업체가 의사 교육시켜 시장 성장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에서 필수의료로 전문의까지 딴 의사들이 서울 청담동과 목동 번화가 피부 미용 의원 개업에 몰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의학 및 통합의약 국제산업박람회’ 더원메디칼 부스에서 관계자가 색소지우개 토닝레이저 제품을 시연하는 모습./뉴스1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에서 필수의료과 전문의가 된 의사들이 서울 청담동과 목동 번화가 피부 미용 의원을 개업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위험 부담 없이 편하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중증·응급환자를 다루는 의사가 부족한 직접적 이유로 소송 부담을 꼽는다.

피부·미용 시술은 그런 걱정이 없다. 보툴리눔 톡신, 레이저 시술의 가장 큰 부작용은 일시적인 안면 근육 마비와 화상 정도다. 이마저도 최신 기기를 쓰면 부작용 가능성이 줄어든다. 병원 개업 절차도 간소화됐다. 요즘에는 프랜차이즈 피부·미용 의원들이 A부터 Z까지 돕는다. 대학병원을 사직하고 개원한 한 교수는 “알량한 타이틀과 자존심만 버리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 피부과에 가장 많아
필수의료 의사들까지 피부·미용으로 몰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반대로 실력있는 전문의가 피부·미용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K-미용의료’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23년 외국인 환자 유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 수는 역대 최대인 60만 6000명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외국인 환자의 진료 과목과 방문 병원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 환자 대부분이 성형외과를 찾았다. 그런데 지난해는 피부과를 찾은 외국인 환자가 23만 9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성형외과였다. 환자 증가세도 피부과가 두드러졌다. 2022년 대비 2023년 피부과목 진료 외국인 환자 증가율은 563%에 이른다. 한때 외국인 환자가 몰렸던 성형외과는 한국 의사들이 중국에 술기를 전수하는 바람에 시장을 잃었다.

외국인 환자 66.5%(40만 2674명)는 의원을 찾았다. 국가별로는 일본과 태국 환자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 환자는 15만 7000명으로 지난 2022년과 비교해 922%가 늘었는데, 이들은 피부·미용 의원을 가장 많이 찾았다. 지난해 ‘○○클리닉 진료과목 피부과’ 간판에 일본인 고객이 몰렸단 뜻이다. 태국인 피부과 진료 환자는 지난 2019년과 비교해 9배가 늘었다. 태국인 환자들은 특히 피부 트러블 치료와 미백 시술에 관심이 많다.

업계는 의료 선진국으로 통하는 일본과 미국에서 한국으로 원정 미용 시술을 오는 이유를 가격 경쟁력에서 찾았다. 시장에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진다. 외국인 환자들은 한국 피부·미용 시술은 미국, 일본과 비교하면 크게 저렴한 데다, 전문의가 시술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본다.

서울 강남구 한 병원에서 의료 관광 코디네이터가 의사와 외국인 환자 사이에서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 /강남구 제공

미용 의료기기 산업과 맞물려 성장
국내 피부·미용 시장 팽창과 맞물려 국산 미용 의료기기 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휴젤은 국내 시장에서 주름 개선제인 보툴리눔 톡신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진출헸다. 지금은 미국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이 주력인 휴젤의 지난해 매출은 319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웅제약이 미국에 수출하는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주보는 미국 진출 4년 만에 연매출이 2800억원을 기록했다.

탄력 개선 미용 레이저 기기인 ‘올리지오’를 개발한 원텍은 지난해 매출 1184억원, 영업이익 4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대 실적으로, 매출을 기준으로 지난 2020년과 비교하면 45% 넘게 올랐다. 고주파(RF)를 주력으로 하는 제이시스메디칼은 지난해 매출 1430억원, 영업이익 363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프랑스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은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이탈하는 것을 기회로 보고 있다.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이 일반의로 피부·미용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 미용 의료기기 수요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의료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의들은 의료기기 업체의 교육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업체가 이들을 교육 시켜 내수 시장을 장악하면, 그 힘으로 해외로 나갈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양상은 치과용 임플란트 의료기기 시장과 유사하다. 국내 임플란트 의료기기 기업들은 이 방법으로 성장했다. 임플란트 전문의가 아닌 치과 일반의에게 임플란트 의료기기 시술법을 교육시키고, 치아 하나 당 400만~500만원 하던 임플란트 가격을 반값으로 낮춰 시장을 키웠다. 그 결과, 스트라우만 같은 고가의 외국 브랜드는 국내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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