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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북 영주·강원 횡성 등서
사람을 멧돼지로 오인 사상자 발생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여파
엽총 오발 사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으로 연중 멧돼지 포획작전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엽총 오발이나 오인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ASF의 확산을 막고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유해조수 포획을 중단할 수도 없어 보다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10여 일 사이에는 주민과 동료 엽사가 사망하거나 중태에 빠지는 오발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13일 경북 영주에서는 엽사가 쏜 탄환에 콩밭에서 밭일을 하던 여성이 맞아 숨졌다. 사고 시간은 오후 8시 30분쯤으로, 엽사(67)가 멧돼지로 착각해 발사한 탄환에 밭일을 하던 여성(57)이 왼쪽 가슴을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 엽사는 영주시 유해야생동물피해방지단원으로, 농작물 피해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8일 오전 강원 횡성군 공근면 부창리 마을회관 인근 야산에서도 엽사 A(59)씨가 쏜 총에 동료 엽사 B(57)씨가 얼굴 등을 맞아 중상을 입었다.

엄격한 총기 규제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엽총 오발사고는 매년 10건 안팎으로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 총기사고는 2018년 15건, 2019년 15건, 2020년 8건, 2021년 10건, 2022년 9건 발생했다. 2018년부터 5년간 모두 58건 발생, 15명이 숨졌다. 이 중 과실로 발생한 사례는 총 43건으로 대부분이 수렵 중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에서는 오발·오인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일부 엽사들의 안전불감증에다 지자체가 구성하는 야생동물피해방지단 선발 체계의 변화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야생동물피해방지단은 30~50명의 엽사로 구성되는데, 최근 숙련도가 낮은 엽사들이 많이 포함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경태 야생생물관리협회 대구경북지부 사무국장은 "엽사들의 실력이나 안전의식 등은 천차만별인데, 일부 시ᆞ군에선 형평성 등을 이유로 유해야생동물피해방지단원으로 실력이 좋고 경험이 풍부한 엽사만으로 꾸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가 잇따라도 지자체들이 방지단 운영을 중단하기도 어렵다. 농작물 피해를 호소하는 농민들 때문이다. 엽사 경력 12년차인 문진구(32) 김천유해야생동물방지단원은 "오늘도 한 할머니에게 연락이 와서 자두밭에 갔다 왔는데, 멧돼지가 자두나무를 통째로 부러뜨려 수확은커녕 아예 나무를 캐내야 할 지경이었다"며 “할머니들이 울다시피 하면서 멧돼지를 잡아달라고 매달리는데 외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오발사고 방지의 핵심 대책은 안전수칙 준수라고 입을 모은다. △실탄은 현장 도착 후 장전하고 종료 후 반드시 제거 △엽총 안전핀은 항상 잠금 위치에 놓고 사격할 때만 풀기 △조준했을 때 사냥감이 확인되지 않으면 절대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다는 3대 수칙만 지켜도 안전사고는 거의 대부분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엽총에 의존하고 있는 멧돼지 포획방법의 개선도 필요하다. 환경부는 최근 GPS를 장착한 포획트랩도 설치하고 있다. 멧돼지가 덫을 밟으면 GPS신호를 송출, 피해방지단원이 출동해 사살하고 사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현장에 투입된 엽사들이 동물과 확실히 구별할 수 있는 야광봉이나 밝은색 옷을 착용하는 등 작은 부분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엽사가 투입될 때 읍면동민센터 등과 커뮤니케이션을 해 주민 사고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북 김천시 어모면 한 고구마밭이 멧돼지 습격으로 초토화돼 있다. 문진구 김천유해야생동물방지단원 제공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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