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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들어서도 고객보다 직원이 많아
썰렁한 통로 메꾼 팝업스토어도 비어
‘보복소비 열풍’ 1년 전과 완전 딴판
3중전회 열렸지만 경제 불안감 여전
17일 기자가 찾은 중국 베이징의 대표적인 고급 백화점인 SKP에는 고객들의 발길이 뜸해져 썰렁하기만 했다. /김광수특파원

[서울경제]

“줄이요? 필요 없습니다. 바로 입장하면 됩니다.”

17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의 고급 백화점인 SKP의 루이비통 매장에 다가가자 직원이 바로 안내를 시작한다. 매장 안에는 고객이 4명, 직원은 언뜻 봐도 10명은 넘어 보였다. 한 직원에게 요즘 명품들도 세일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고 묻자 “우리 브랜드는 할인을 하지 않는다”면서도 “어떤 브랜드는 일부 상품을 온라인에서 싸게 판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지난해 춘제 당시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샤넬·루이비통·버버리 등의 명품 매장마다 짧게는 20여 분, 길게는 1시간씩 줄서서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3년간 억눌렸던 ‘보복 소비’가 한창이었던 곳이 불과 1년여 만에 눈에 띄게 썰렁해진 것이다. 이른 아침부터 오픈런을 할 정도로 고객들로 붐볐던 통로에는 디올·미우미우 등의 팝업스토어가 자리를 잡았지만 발길은 뜸해졌다. 백화점을 오가는 사람들에게서도 예전처럼 명품 브랜드의 쇼핑백을 여러 개씩 들고 다니는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매장 안을 들여다봐도 손님이 없어 잡담하는 직원들이 주로 눈에 띄었다.

중국의 소비 위축으로 베이징의 고급 백화점인 SKP에 자리잡은 루이비통 매장이 1년여 만에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2023년 2월 춘제 연휴 당시 ‘보복 소비’ 열풍이 불며 매장 앞에 손님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모습(사진 위)과 17일 기자가 찾은 같은 매장에 고객들이 거의 없어 썰렁해진 모습이 대비를 이룬다. 김광수 특파원


2층 몽클레르 매장에 들어서자 직원 세 명이 동시에 몰려들었다. 날씨가 더워 손님이 없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 직원은 “요즘 부자들도 돈을 안 쓴다”며 “춘제 이후 손님이 줄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더 없다”고 말했다.

콧대 높던 중국 부유층도 명품 소비를 꺼릴 정도로 중국의 소비 시장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중산층과 서민에 비해 경기 영향을 덜 받던 고소득층까지 주머니를 쉽게 열지 못할 정도로 중국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탓이다. 중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2%에 그쳤고 소매판매 증가율은 2.0% 오르며 전월(3.7%) 대비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경제가 좋아진다는 확신이 없어 돈 쓰는 것을 주저하는 분위기가 확연했다.

중국의 중장기 경제정책방향을 논의하는 중국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18일까지 나흘간 열렸지만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경기 침체와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성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가 살아나지 않아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최종 소비 지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올해 2분기 60.5%까지 추락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후 지난해 2분기 84.5%를 기록하고 3분기(83.2%), 4분기(80.0%)까지 80%대를 유지했으나 올해 1분기 73.7%로 떨어진 데 이어 60% 선마저 무너질 위기인 셈이다. 경기 불황에 따른 고용 불안, 급여 감소 등으로 당국의 소비 촉진책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경기와 상관없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던 명품 브랜드 역시 실적 악화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17일 베이징의 고급 백화점인 SKP의 1층이 찾는 사람이 없어 썰렁한 모습이다. 빈 공간을 메꾸기 위해 중간에 설치된 디올의 팝업 스토어에도 손님이 없어 직원들만 서 있다. 김광수 특파원.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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