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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에 더 취약한 반지하·판자촌 취약지역 거주민들
수도권 통근족, 대중교통 대란에 울상
18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일대가 폭우로 물이 인도를 덮칠만큼 불어나 출입구가 통제됐다. 윤예솔 기자

18일 서울과 수도권에 최대 3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이틀째 쏟아지면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수도권 내 하천과 강물이 빗물로 크게 불어나 잠수교 등 서울시내 곳곳이 통제되고, 지하철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에 상대적으로 호우에 취약한 반지하·쪽방촌 주민들 뿐 아니라 수도권 통근족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서울 내 대표적인 판자촌인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들은 이날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를 걱정하면서도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구룡마을 주민 진모씨는 “마을 주민들은 올해도 물난리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외출도 못 하고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잠시 나간 사이 집에 물이 들이닥칠까 봐 무섭다”며 “비교적 젊은 주민들이 수시로 인근 개천 수위를 확인하며 순찰을 돌고 있다”고 전했다.

18일 오전 이틀째 내린 집중호우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자 구룡마을 주민들이 마을 순찰에 나서고 있다. 구룡마을 관계자 제공

구룡마을 주민들은 2022년 8월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강남구와 동작구, 서초구 일대에 시간당 141㎜의 폭우가 쏟아졌다. 근처 하수도 밑에 쌓인 찌꺼기 때문에 구룡마을 옆으로 흐르던 개천이 크게 불어나면서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임시 거주지를 덮친 바 있다.

그때의 기억을 거름삼아 마을 주민들은 집에 판자를 추가로 덧대고 비닐을 감싸는 작업을 마쳤다. 구룡마을 주민 박모(74)씨는 “올해는 물난리를 대비하기 위해 동네 하수도를 정비하고 축대를 쌓았다. 또 마을사람들이 다같이 삽을 들고 수로를 파놓고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민들은 나름대로 수해 대비를 마쳤지만, 비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와서 걱정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2022년 8월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가 됐던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의 한 반지하 주택 현관에 18일 물막이판을 설치해놓은 모습. 한웅희 기자


2022년 반지하 침수로 일가족이 사망했던 관악구·동작구 인근 반지하 거주민들도 걱정이 컸다. 주민 장모(69)씨는 지난 17일 새벽 빗소리를 듣고 물막이판을 설치했다. 집주인이 지난해 설치해 준 물막이판을 평소엔 분리시켜 뒀다가, 수해 우려로 다시 설치한 것이다.

장씨는 “17일 새벽부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옛날 생각이 나고 불안해 한숨도 못 잤다”며 “강원도 원주에 딸이 살고 있는데, 그곳으로 잠시 피난을 갈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전했다. 관악구 난곡동 반지하 세대에 거주중인 80대 이모씨는 이날 집 인근 인도까지 범람한 도림천을 바라보며 “저렇게 물이 넘실거리는 것만 봐도 어지럽고 무섭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4시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버스정류장에서 평소 퇴근시간보다 빨리 버스에 오르고 있다. 윤예솔 기자


집중 호우는 서울로 통근하는 경기 주민들의 발을 붙잡았다. 이들은 안 그래도 힘들고 먼 출·퇴근길이 더 고통스러워졌다고 호소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서울 강남 제약회사까지 출근하는 박성완(37)씨는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날은 너무 고통스럽다. 오늘도 30분 일찍 나왔는데도 평소보다 늦게 도착했다”며 “17일 퇴근길 버스 안에 사람이 가득 차 있어 비 냄새와 땀 냄새가 섞여 고역이었다. 퇴근 후에 어떻게 집에 가야 할지 더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스타트업 직원으로, 평소 오후 7시에 퇴근하던 김모(30)씨는 이날 평소보다 빠른 오후 4시에 퇴근길에 나섰다. 김씨는 “경기도에 사는데 퇴근만 2시간이 걸린다. 회사 대표가 날씨 상황을 보고 먼저 집에 가라고 보내줬다”며 “이런 날은 오후 5시만 지나도 버스 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3시30분이 되자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은 일찍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몰려든 직장인들로 붐볐다.

이틀동안 20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진 서울에서 18일 오후 4시20분 관악구 도림천의 모습. 1시간 전까지 도림천은 보행자도로까지 수위가 올라왔었다. 한웅희 기자


18일 서울 지역 대부분의 하천 수위가 올라가면서 인도와 도로 곳곳이 통제됐다. 사고도 잇따랐다. 이날 낮 12시41분쯤 종로구 부암동에서 주택 축대가 무너져 차량 1대가 파손되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오후 2시15분부터는 서울 잠수교 수위가 6.0m를 넘어서면서 차량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팔당댐 방류량이 늘어나면서 초당 8500t 이상의 물이 한강으로 방류된 데 따른 것이다. 청계천과 홍제천 수위도 급격하게 불어나면서 이들 하천 주변 산책로 출입도 금지됐다.

지하철 운행도 멈췄다. 이날 오후 12시50분 기준 1호선 연천~도봉산역 구간 전동차 운행이 일시중단됐다. 한국철도공사는 시간당 65㎜이상 비가 내릴 경우 안전상의 이유로 운행을 멈추고 있다. 오후 4시50분 현재까지 이 구간 전동차 운행 재개 여부가 불투명해 퇴근길 대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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