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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서울 전역 '호우 경보' 발령
"반지하 또 잠길까" 불안한 관악·동작
'상습 침수' 강남역 일대도 긴장 흘러
2022년 집중호우로 반지하 주택이 침수됐던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주민이 18일 2년 전 당시 물이 차올랐던 높이를 손으로 가늠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어젯밤 빗소리 들릴 때부터 한숨도 못 잤죠.”


1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다세대주택 앞에서 만난 정모(70)씨는 걱정스레 우산을 받쳐들었다. 이 건물 반지하에서 11년째 살고 있다는 그는 2년 전 수도권 일대 폭우로 같은 동네 세 모녀의 목숨을 앗아간 침수 사고가 발생한 뒤 '장마 공포증'이 생겼다. 당시 정씨도 물이 가슴 높이까지 찬 집에 수십 분간 갇혀 있었고, 이웃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했다. 올해 장마가 시작된 전날부터 그는 30분에 한 번씩 집 밖으로 나가 하수구에서 빗물이 역류하진 않는지, 현관문은 제대로 열리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우산을 때리는 빗발이 거세지자 정씨는 몸을 움찔 떨었다.

우리 집 또 물에 잠길라...'바짝 대비'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흘째 집중 호우가 쏟아지며 침수 피해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서울 전역에는 이날 오전 7시쯤 호우 경보가 떨어졌고, 경보 수준도 전날 밤 '주의(비상근무 1단계)'에서 '경계'로 한 단계 격상됐다. 시간당 20㎜ 안팎의 강한 비가 내리면서 서울 곳곳에서 사건 사고도 발생했다. 새벽 성수대교 남단에서 차량 미끄러짐 사고가 났고, 정오쯤 종로구에선 주택 축대가 무너져 차량이 손상됐다.

1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다세대 주택 반지하 창문에 물막이판이 설치돼 있다. 이유진 기자


쉽사리 잦아들지 않는 빗줄기에 침수가 매년 상습적으로 발생하거나, 호우에 의한 사망사고를 겪었던 지역의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관악구 신림동에서만 30년을 산 이양순(77)씨도 그중 한 명이다. 2022년 8월 이곳 일대에 시간당 141.5㎜의 비가 내려 주택 반지하 층에 살던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씨는 "'비 많이 오는데 괜찮냐'는 전화가 아들, 딸, 친구 가리지 않고 수십 통이 왔다"며 "불안한 마음에 주택 앞 배수시설이 멀쩡히 잘 작동하는지 수시로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2년 전 수해로 반지하 주택에 살던 50대 여성이 사망한 동작구 상도동도 호우 대비에 분주했다. 다세대 주택 창문에 설치한 물막이판을 점검하던 한 60대 주민은 "비를 막아준다고 해서 일단 설치했다"면서도 "하수구에서 역류하거나, 현관을 통해 들어오는 물에 대한 대안은 아니라서 여전히 걱정은 된다"고 토로했다.

강남역 일대도 '긴장'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 앞에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한 모래주머니가 놓여 있다. 전유진 기자


서울의 대표적인 상습 침수지역인 강남역과 신논현역 일대에도 긴장감이 돌았다. 2022년 집중호우 당시 이 일대 약 2만㎡ 등 축구장 7개 면적이 물에 잠겼다. 주변보다 지대가 낫고 빗물이 고이기 쉬운 지형적 특성 때문이다. 출퇴근 인원 등 오가는 인파가 많아 한 번 물이 들이차면 피해가 커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날 만난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언제든 수해가 재발할 수 있다"며 입 모아 걱정했다. 신논현역 인근에서 30년 넘게 철물점을 운영하는 A씨는 "사고 이후 공사를 해 물이 잘 빠지는 편이고, 맨홀 뚜껑도 열리지 않게 나사를 조여두는 등 (호우에) 단단히 대비했다"면서도 "반지하에 살거나 가게 연 사람이 여전히 많아 우려가 된다"고 했다. 강남역 부근에서 40년 이상 약국을 운영 중이라는 김모(74)씨도 "재작년만큼 비가 많이 오진 않지만, 구청에서 나눠 준 물막이판을 창고에서 미리 꺼내뒀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 비는 18일 오후부터 그쳤다가 19일 낮에 다시 시작돼 20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루 평균 30~100㎜, 많은 곳은 최대 150㎜ 이상 내릴 전망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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