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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가 개최된 미국 워싱턴에서 한-체코 정상회담을 열고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왕태석 선임기자


"우리가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프랑스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체코 원전 수주와 관련해 한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전한 한 달간의 소회다. 지난 17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지만, 대통령실과 정부 입장에선 최종 확정 순간까지 '팀 코리아'의 기술력과 성사 의지를 체코에 어필해야 하는 시기였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체코 정상회담도 세일즈의 장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20분간 진행된 정상회담에서도 교역규모가 4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양국 협력 관계가 증진되고 있다는 점을 먼저 강조했다. 예정된 20분간 정상회담이 5분가량 남았을 때 그제야 윤 대통령은 한국이 50년간 축적해온 원전 기술과 노하우를 자세히 설명했다. "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를 통해 금융 지원도 가능해 사업자로 선정되면 체코 원전 분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도 부각했다. 그러자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은 “I can't comment now”라며 ‘지금 말할 수 없지만 결과를 곧 정해서 말씀해드리겠다’는 취지로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체코 입장에선 같은 유럽연합(EU) 국가인 프랑스와의 관계, 한국의 높은 기술력을 이미 고려하고 있었던 만큼 마지막 결과 발표까진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어야 했던 것이란 게 정부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직접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밀 특사로 한 달간 두 차례나 체코에 보내 친서를 전달했다. 여권 관계자는 “프랑스가 막판에 모든 힘을 다 쏟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에 못지않게 정성을 기울이면서도 우리의 원전 기술력뿐 아니라 가성비 면에서 프랑스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체코에 보낸 우리 측의 자료는 수만 페이지 분량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굳건한 한·미 동맹도 효과로 작용했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체코 입장에선 역내 국가인 프랑스가 매력적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과 한국이 안보뿐 아니라 경제 전 분야의 동맹국이란 사실이 주효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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