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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순직 1주기]
정서·행동 위기학생 4년 새 76% 증가
"방임하면 기피대상 되고 학폭 번져"
현장 전문상담 교사들 심각성 지적
"학부모 의료적 방임 막을 제도 필수" 
치료 병행 위탁교육기관 확대도 대안
충청권 소재 초등학교의 한 교실 모습.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사진. 연합뉴스


올해 초 경기 지역 고교 2학년 A군은 동아리 지도교사에게 "죽여버리겠다"고 고함을 질렀다. A군이 갈등을 겪던 동아리 후배들을 흉기로 해치겠다고 위협하자 교사가 제지하던 참이었다. A군은 초등 저학년부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학교 적응을 어려워했고 청소년기에 들어서는 충동적·폭력적 언행이 늘었다. 지난해에는 흉기를 들고 전화로 싸운 친구를 찾아가려는 걸 모친이 제지한 적도 있었다. 학교 위기관리위원회는 A군에게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A군 부모에게 병원형 위(Wee)센터 위탁교육을 권고했지만 거절당했다.

ADHD, 품행장애 등을 겪는 정서·행동 위기학생이 방치되면서 심각한 교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교사들은 호소한다. 최근 전북 전주시 초등학교에서 학생이 교감의 뺨을 때리고 욕설한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 위기학생이 상담과 치료, 병원 연계형 위탁교육 등 필요한 조치를 제때 받지 못해 학교에서 기피대상 1순위가 되고, 교사와 다른 학생들은 이들의 돌발 행동을 염려하며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게 교단의 지적이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17일 본보에 제공한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소아·청소년 ADHD 진료 인원은 2018년 4만7,190명에서 2022년 8만3,148명으로 4년 만에 76.2% 증가했다.

교사들이 꼽는 핵심 문제는 학부모 동의가 없는 한 위기학생이 방임되더라도 학교가 지원할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경인권 초등학교 윤모 전문상담교사는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40만~60만 원의 종합심리검사비를 지원하기 위해 학교가 예산 1,000만 원을 확보했는데도, 학부모가 검사 권유에 '우리 애를 정신병자 취급하냐' '내 새끼는 내가 키운다'며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정신과 전문의가 학교를 방문해 위기학생을 지원하는 사업 역시 학부모 동의가 없으면 신청조차 불가능하다. 윤 교사는 "약물 치료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로 교실로 돌아간 위기학생이 다른 학생과 충돌하면서 학교폭력 사건으로 번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위기학생을 방치하지 않으려면 심각성에 따라 부모 동의 없이도 치료할 수 있는 제도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16년 차 전문상담교사 김영신 경기교사노조 부위원장은 "부모가 의료적 방임을 하지 않도록 위기관리위원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수차례 권고를 무시하는 부모는 학교가 신고 절차를 밟도록 의무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정서·행동상 문제로 다른 학생의 학습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학생이 있다면 학교장이 보호자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위기학생으로 선정해 지원할 수 있는 '정서행동위기학생지원법'이 지난달 강 의원 주도로 발의됐다. 비슷한 취지로 위기학생을 먼저 지원한 뒤 보호자 동의를 받도록 하는 '학생맞춤통합지원법안'도 재차 거론되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공론화 없이 자동 폐기됐다.

전문상담 교사들은 위기학생이 치료와 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위탁교육기관을 폭넓게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부위원장은 "위기학생은 집중력 부족으로 부정적 피드백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학교에 계속 있기보다는, 위탁교육기관에서 수개월간 지내면서 긍정적 경험을 축적한 뒤 학교로 복귀하거나 연장 치료·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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