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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분기 11년 만의 적자 전망
임원급 핵심 인력들 타사로 이직
리니지로 ‘실적 잔치’ 벌이다 이용자 외면 받아
본사 주도 개발… ‘리니지풍’ 게임 양산

국내 게임업계 맏형인 엔씨소프트에 총체적 위기가 찾아왔다. 올 2분기 엔씨소프트는 11년 만의 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씨소프트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 감소와 신작의 성과가 기대보다 부진한 영향이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대형 게임사인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중 유일하게 수익성 방어에 실패했다. 리니지 시리즈의 성공에 취해 ‘리니지풍’ 게임 양산에 집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올 2분기 예상 매출은 38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4% 감소하고, 영업손실은 14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1분기(7903억원)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경신한 후 9분기 연속 매출 하락세를 겪는 것이다. 분기 기준 적자도 2013년 2분기 이후 11년 만의 일이다.

회사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인력 유출도 일어나고 있다. KT가 영입한 신동훈 전 엔씨소프트 AI테크센터장의 경우 2017년 엔씨소프트로 이직한 후 거대언어모델(LLM), 디지털휴먼 등 인공지능(AI) 관련 연구·개발을 이끌었다. 올 1월부터 AI테크센터장을 맡았지만, 6개월 만에 회사를 떠났다. 원스토어로 이직한 김현석 최고기술경영자(CTO)는 엔씨소프트 초기 멤버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리니지로 세운 엔씨 왕국, 리니지로 ‘흔들’
최근 20년 간 엔씨소프트의 실적 대들보는 1998년 처음 출시된 리니지 시리즈였다. 엔씨소프트가 가장 마지막으로 게임별 매출 구성을 공개한 2022년 4분기 기준으로 전체 모바일 게임 매출(3810억원) 중 98%가 리니지 시리즈에서 나왔다. 전체 PC 게임 매출(1044억원) 중 52%도 리니지 시리즈가 차지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를 동력으로 2020년 ‘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고 ‘실적 잔치’를 벌여왔다.

그러나 2021년부터 리니지 게임의 역풍을 맞기 시작했다. 2021년 4월 ‘리니지M’ 유저들이 엔씨소프트의 확률형 아이템 과금 체계에 불만을 갖고 엔씨소프트 본사 앞에서 시위 트럭을 벌인 이후, 이용자 불만이 거세진 것이다. 이후 일부 이용자가 엔씨소프트가 일부 유튜버·BJ를 대상으로 진행한 리니지 2M 프로모션이 확률형 아이템 구매를 유도·조장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으로 번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도 다양한 지식재산권(IP) 발굴을 위한 노력을 해왔지만, 리니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10년 가까이 준비한 쓰론앤리버티(TL) 등의 성과가 기대보다 좋지 못했다”면서 “리니지에 대한 게임 이용자들의 인식이 안 좋아지다 보니 새로운 시도를 해도 좋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했다. TL의 경우 작년 12월 출시 직후 동시접속자 수가 10만명 이하에 머물면서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리니지 시리즈 매출 감소에 신작 부진까지 겹치면서 엔씨소프트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2022년 1분기 7903억원에 달했던 엔씨소프트의 분기 매출은 같은 해 4분기 5479억원으로 내려 앉더니, 올 1분기 3979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불과 2년 만에 매출이 반토막난 것이다. 벼랑 끝에 몰린 엔씨소프트는 올해 들어 창사 후 첫 공동대표 체제를 도입하고 구조조정과 물적분할에 나섰다.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실적 반등을 이뤄내지 못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유튜브 캡처

중앙집중형 게임 개발로 ‘리니지풍’ 양산
게임업계는 엔씨소프트가 총체적 위기를 겪은 본질적인 원인으로 중앙집중형 게임 개발 구조를 지목한다. 대형 게임사 상당수가 본사가 게임 개발을 주도하는 중앙집중형이지만, 경쟁사인 넥슨과 넷마블은 독립성이 보장된 개발 자회사를 통해 주력 게임을 개발한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본사에서 대부분의 게임 개발·배급을 주도하고 있다. 본사 주도의 게임 개발은 흥행 시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흥행 부진에 따른 상처도 클 수밖에 없다.

엔씨소프트의 게임 개발 구조는 ‘리니지풍’ 게임 양산으로 이어졌다. 장기간 리니지 시리즈 개발에 몰입하고, 리니지가 벌어 들인 매출에 심취한 경영진이 새로운 시도를 봉쇄했다는 분석이다. 작년 말 엔씨소프트가 장기간 개발한 TL 출시 이후 ‘개고기 탕후루’라는 조롱이 나온 것이 단적인 예다. ‘개고기 탕후루’는 엔씨소프트가 트렌드(탕후루)를 따라가고 싶지만 고인물(개고기)이 돼버린 리니지 정체성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같은 기간 다른 대형 게임사들은 독립적인 개발 스튜디오를 통해 대형 인기작을 생산했다. 넥슨은 최근 국내에서 ‘퍼스트 디센던트’,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흥행을 성공시켰다. 이 게임들은 각각 넥슨게임즈와 네오플에서 제작했다.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던 넷마블도 개발 자회사들이 만든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넷마블에프앤씨)’ ‘나 혼자만의 레벨업: 어라이즈(넷마블네오)’ ‘레이븐2(넷마블몬스터)’ 등을 성공시키며 최근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엔씨소프트는 구조적으로 김택진 대표가 성공시킨 리니지가 장수 IP가 되고 대부분의 회사 매출을 벌어 들이면서 상대적으로 리니지에 비해 매출 비중이 적은 새로운 시도들이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면서 “김 대표가 ‘나를 믿고 따라와라’ 식의 경영을 했는데, 개발자들의 자율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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