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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서울 인천 경기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준범 | 정치부장

국민의힘 7·23 당대표 경선이 비방과 폭로로 얼룩지며 종반에 접어들었다.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 배신자론, 색깔론, 사천 의혹, 막말 공세 등에 이어 연설회장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더니, 17일엔 한동훈 후보가 ‘나경원 후보가 자신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하해달라고 요구했었다’고 폭로했다.

일련의 행태가 ‘우리의 치부를 스스로 드러내서 함께 반성하고 더 나은 정치를 만들자’는 충정은 아닐 것이다. 내가 당대표가 돼야 한다는 생각, 저 사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시계를 일단 7월23일에 맞춰놓은 채 마구 내지르고 보는 쪽에 가깝다. 김 여사 문자 5건 전문 공개, 김건희·한동훈 여론조성팀 의혹, 나경원 공소 취하 요구 등은 그 파장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정국 전반으로 번져 향후에도 인화성 소재로 남게 됐다. ‘분당 대회’, ‘자폭 전당대회’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보수의 품격이나 절제, 여당의 비전이나 미래 따위는 실종됐다.

진흙탕 속에서 한동훈 대세론은 오히려 강해지는 걸로 보인다. 여론조사 수치가 그렇고, 당내에서 들리는 얘기들이 그렇다. 보수색 강한 영남권 의원들도 “당원들이 한동훈 얘기를 많이 한다”고 전한다. ①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불만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호감 ②이재명에 맞서 한동훈이 가장 잘 싸울 것 같다는 기대감이 그 이유라고 의원들은 전한다. 말싸움에서 한마디도 지지 않는 투사형 법률가가 윤 대통령 부부와의 차별화까지 장착했으니 지금 시점에서 4명의 후보 가운데 당원들의 요구에 가장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한 후보의 ‘실적’보다는 그에 대한 ‘기대’가 그를 대세론에 태워 올렸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 후보는 정치인으로서 결과물로 보여준 게 없다. 지난해 12월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전격 투입된 그는 4·10 총선에서 야권에 192석을 내주고 108석을 건지는 데 그치며 참패했다. 여당의 힘으로 극복하기엔 ‘윤석열 심판’이 매우 강력했다는 점도 사실이고, “108일은 너무 짧았다”는 한 후보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조건을 그가 몰랐던 것도 아니고, 그가 주요하게 밀었던 ‘운동권 청산론’과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은 전략 패착이었다는 점 또한 자명하다. 윤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을 지닌 그는 윤 대통령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때로는 견인해낼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비대위원장이 됐지만,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관련 사과를 이끌어내지도 못했고,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오스트레일리아 출국도 막지 못했다.

그랬던 한 후보는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 지 73일 만에 “지금 우리는 변화하고 있습니까”라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정치에 복귀했다. 그는 “용기 내어 헌신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벌써 복귀하냐’는 의문이 제기될 만했지만, 한 후보는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하는 채 상병 특검법’ 카드로 대표되는 “수평적 당정관계”라는 화두로 제압해버렸다.

이룬 게 없어도 당원들은 한동훈을 바라본다. 화려한 언변 등 그의 자체발광도 있지만, 주변 환경이 그를 합리적이고 개혁적으로 보이게 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갑작스레 전당대회에 뛰어든 원희룡 후보는 “대통령과 밥 먹고 나서 출마했느냐”는 비아냥에 시달리는 등 치명적인 ‘명분 부족’ 상태로 전당대회를 치르고 있다. ‘한나라당 원조 소장파’였던 그는 ‘배신자론’으로 한 후보를 공격하는 등 네거티브의 최전선에 섰다. 한 후보 이모부의 민청학련 경력을 끌어들여 색깔론도 제기했다. 한 후보의 사천 의혹을 제기하면서는, 반박을 무력화할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도 못했다. 여당의 한 중진 인사는 “용산과 친윤이 구태를 보이면, 20년 넘게 정치를 해온 원희룡이 그걸 말려야 하는데 오히려 휩쓸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당내에서 ‘원희룡이 왜 이렇게 된 거냐’는 탄식이 나올수록, 한 후보 몸은 더 가벼워지고 있다.

전당대회를 거치며 국민의힘은 ‘친윤 대 친한’으로 쩍 갈라졌다. 후보들 각각의 명분과 실력을 차분히 따져볼 여유가 없는 난장판이다. 제 살 깎기 폭로 잔치가 총선 때 봤던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여당 대표’ 2기 탄생으로 이어질지, 닷새 뒤 1차 판가름이 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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