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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 채모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뒤 119구조대가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해병대 채모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업 중 급류에 휩쓸린 시간대에 상류인 경북 영주시 영주댐에서 초당 평균 75t이 넘는 물이 방류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주댐 수문은 채 상병이 실종된 지 3시간이 지나서야 닫혔다. 당시 현장에선 댐 방류로 불어난 물 때문에 해병대 장병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사고가 터지기 전까지 방류 중단·조절 요청은 없었다.

채 상병 실종 3시간 이후에야 닫힌 영주댐 수문

17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와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채 상병이 사망하기 전날인 지난해 7월18일 영주댐의 초당 평균 방류량은 107t에 달했다. 영주댐을 관리하는 낙동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영주댐에서 채 상병이 작업 중 실종된 보문교까지는 약 24㎞ 거리다. 영주댐에서 방류된 물이 이 지점에 도달하려면 약 2.6~4시간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채 상병이 급류에 휩쓸린 시각은 7월19일 오전 9시10분이었다. 이날도 초당 평균 76.6~84.1t의 물이 댐에서 쏟아졌다. 채 상병 등 해병대원들은 우천과 댐 방류로 물이 크게 불어난 상황에서 수중 수색에 투입된 것이다.

그런데 영주댐 수문은 채 상병 실종 후 3시간이 지난 정오 무렵에야 완전히 닫혔다. 방류량은 오전 9시 초당 평균 75.6t, 오전 10시 74.8t, 오전 11시 52.1t으로 점차 줄다 낮 12시에야 0.6t으로 방류가 거의 멈췄다.

수자원공사 낙동강 본부 측은 “지난해 7월19일 오전 10시2분에 경상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사고가 발생해 수색 중이니 댐 방류량을 조절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오전 10시30분부터 수문을 닫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전날에는 방류량 조절에 관해 받은 연락은 없다고 했다.

뒤늦은 방류 중단 결정은 실종된 채 상병 수색도 어렵게 했다. 당시 채 상병으로 추정되는 실종자가 낮 12시10분쯤 발견됐으나 급류 때문에 위험해 곧장 구조하지 못했다.



방류 중 수색작업…해병대 내부 ‘댐 방류 우려’ 보고도

당시 수색 현장에 있었던 해병대 관계자들이 방류로 인한 위험을 사전에 우려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향신문이 확보한 사건 기록을 보면 지난해 7월18일 오전 지형정찰에 나섰던 해병대 1사단 7여단 관계자 A씨는 “방류까지 돼있고, 중간중간 산사태로 유실된 곳이 많다보니 수변수색은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도로정찰 위주로 해야 될 것 같다고 생각해 여단장에게 즉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보고를 받은 7여단장도 이에 동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채 상병 등은 이튿날 수중수색에 투입됐고 사망사고로 이어졌다. 김병주 의원은 “당시 해병대 내부에서도 현장이 방류로 인해 매우 위험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휘관들이 성과 달성을 위해 안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장병들을 작전에 투입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 김정민 변호사도 “해병대 내부에서 방류 및 유속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던 만큼 군 또한 수색 작업에 앞서 현장 위험성 평가를 충분히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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