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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19일)부터 위기임산부의 익명 출산을 허용하는 보호출산제가 시행됩니다.

심리적·경제적·신체적인 이유로 출산이 어려운 임산부들은 정부가 지정한 전국 16개 지역상담기관에서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상담· 의료 서비스·양육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명과 주민등록번호 대체 번호를 발급받아 병원에서 '익명'으로 출산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병원이 지자체에 자동 출생 신고를 해주는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는 데 따른 보완 입법으로, 출산을 알리고 싶지 않아 병원 밖 출산을 택할 수 있는 위기 임산부를 위해 국회가 숙의를 거쳐 내놓은 고육지책입니다.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영아 살해 사건 등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아동의 출생 등록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출생통보제를 만든 건데, 출산 기록을 남기지 않고 싶어 하는 청소년 미혼모 등은 오히려 병원 밖에서 산모와 아이 모두 안전하지 않은 상태로 출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정부·상담기관, 위기임산부 지원 홍보 '소극적'

위기임산부의 안전한 출산을 돕겠다는 취지로 시행되는 제도인데, 정부는 어쩐지 정책 홍보에 소극적입니다.

제도 시행 첫날인 내일에서야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위기임산부 상담센터를 공개 방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보호출산제 도입과 관련한 보건복지부 장·차관의 일정은 대부분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고, 관련 정부 연구 용역도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보호출산제가 도입되면 위기임산부가 양육 대신 입양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날 거라는 우려 때문에, 정책을 널리 알리기가 조심스럽다는 겁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국회에서 법안이 논의될 때도 반대 단체들 목소리가 많았다"며 "위기 상담 과정에서 양육을 포기하고 입양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가 있어 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 지정 위기임산부 지원 상담기관도 언론의 인터뷰와 취재를 거절했습니다.

지역 거점 상담기관 관계자는 "위기임산부 상담 지원은 이번이 첫 공식 정책"으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제도를 더 알리는 활동에는 난색을 보였습니다.

"상담 지원을 홍보하면 보호출산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고, 상담하기도 전에 미리 입양을 결정짓는 임산부가 늘까봐 우려된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 전문가 "위기임산부 상담하면 직접 양육 늘어…적극 장려해야"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소극적인 정책 홍보가 오히려 위기임산부와 영아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는 아이를 두고 가는 위기 산모를 상담하면 입양보다 직접 양육을 선택하는 사례가 더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올해 상반기 베이비박스에 접수된 영아 42명 가운데 입양된 사례는 2명, 직접 양육을 선택한 사례는 12건입니다. 나머지 28명은 양육과 입양 선택을 앞두고 임시 위탁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는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가는 즉시 벨소리가 울려 상담사들이 산모를 상담할 수 있다"며 "베이비박스는 영아 유기의 장소가 아니라 위태로운 상태의 산모를 안정시키고 의료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14년 먼저 보호출산제를 도입한 독일 또한 1,300여 곳의 임신갈등 지원센터를 운영한 결과 입양보다 직접 양육을 선택한 사례가 더 많았다고 보고됐습니다.

지난 15일 보호출산제 정책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강현아 숙명여자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도 "보호출산제는 입양을 종용하는 법이 아니라 위기임산부에게 정부가 공식적 상담과 지원을 약속하는 제도"라며, "오히려 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상담 센터를 더 늘리고, 상담전문가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산모와 아이 모두 보호하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미등록 출생 아동은 25명, 이 가운데 사망 아동은 6명으로 집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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