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조연설에 ‘흡족’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에서 열리고 있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왼쪽 사진 아래)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오른쪽 사진 아래)가 찬조 연설하는 것을 지켜보는 모습이 현장 화면에 중계되고 있다. AFPUPI연합뉴스

“우리의 조국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와 함께 가야 한다.”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이틀째인 16일(현지시간)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야유와 환호를 동시에 받으며 연단에 올랐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마지막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했던 그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헤일리 전 대사가 “가장 먼저 분명히 할 점은 트럼프가 나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라며 말문을 열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러시아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았다면서 “강한 대통령은 전쟁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예방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한껏 치켜올리기도 했다. “단합된 공화당”을 강조하는 그에게 2400여명의 공화당 대의원과 지지자들은 “유에스에이”를 연호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당초 전당대회에 초대받지 못했지만 지난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도중 총격당한 이후 ‘통합’ 행보에 나섬에 따라 연사로 등장했다. 경선에 출마했던 ‘트럼프 대항마’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뒤이은 연설에서 “트럼프를 백악관으로 돌려보내자”고 외쳐 환호를 받았다.

두 경쟁자의 찬조연설은 피격 이후 공화당이 급속도로 결집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들은 4년 후 대선 후보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잠룡’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는 데 주력했다. 다만 헤일리 전 대사는 자신의 지지층인 중도·온건 성향 공화당원들을 염두에 둔 듯 “트럼프에게 100% 동의해야만 투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의 통합과 함께 확장도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펜실베이니아주 대의원인 크리스티나는 “당이 더욱 단합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반면 제이 킬마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원의원은 기자에게 “지난 토요일 피격으로 트럼프의 당선은 기정사실이 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유력 인사들도 대거 찬조연설을 했다. 8년 전인 2016년 클리블랜드 전당대회에서 끝내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갓 블레스 트럼프(신이여 트럼프를 축복하소서)”라며 찬사를 보냈다. 역시 2016년 경선에 출마했고 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됐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에는 위험하거나 분열적인 요소가 없다”면서 자신의 이념과 다른 ‘트럼피즘’까지 지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피격 이후 정치적 라이벌들로부터 ‘항복’에 가까운 확실한 지지를 받아내며 공화당의 단결을 과시하고 있다. 공화당은 전당대회에서 대선은 물론 상·하원 선거에서도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이날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을 비롯한 하원 지도부, 상원의원 후보들이 총출동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대로 하원의장 후보에서 낙마했던 톰 에머 하원 원내총무는 “(내 지역구인) 미네소타는 11월에 50년 만에 처음으로 ‘레드’(공화당 지지)로 바뀌는 역사를 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킬마틴 의원은 “경합이 치열한 선거구 몇곳이 있지만 대선에서의 상승세가 상·하원으로도 분명히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이전’의 공화당에선 전당대회의 단골손님이었을 인사들이 불참하는 등 당의 분열상도 노출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해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리즈 체니 하원의원, 밋 롬니 상원의원 등은 전당대회에 불참할 계획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로 돌아선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NYT에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은 공화당에 더 이상 힘이 없고, 그래서 (불참해도)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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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