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두코바니 원전. 높이 125m의 냉각탑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DB

한국수력원자력을 필두로 한 ‘팀 코리아’가 15년 전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다시 한 번 원전 수출 ‘잭팟’을 터뜨렸다. 한수원이 최대 4기를 건설하는 체코 신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4기를 모두 건설한다고 했을 때 수주액 규모는 최대 3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언한 원전 10기 수출 공약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체코 정부는 17일(현지시간) 체코전력공사가 정부에 제출한 최종 입찰서 평가 보고서 검토를 마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택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것은 최종 계약 체결에 대한 단독 협상 지위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사실상 원전 계약을 수주했다고 평가해도 무방하다.

한국이 전체 건설 공정을 아우르는 ‘턴키’ 계약으로 원전 수출을 일궈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을 수출한 이후로는 루마니아 삼중수소 제거설비 수주 등의 개별 계약만 체결했었다.

경쟁자인 프랑스전력공사(EDF)보다 우월한 역량이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수원 건설 역량에 높은 점수가 매겨졌다. 건설 일정 지연이 잦은 EDF와 달리 한수원은 정해진 예산으로 정해진 기간 안에 건설할 역량이 UAE 사례로 입증된 바 있다.

가격 경쟁력 역시 한 몫 했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한수원의 원전 건설 단가는 2021년 기준 킬로와트(㎾)당 3571달러로 EDF 단가(7931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막판 외교력도 한 몫 했다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페트로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원전 외교를 펼쳤다.

계약액은 최대 3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 정부는 지난 1월 발표를 통해 최대 4기의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두코바니 5·6호기와 테멜린 1·2호기를 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필수라는 인식이 반영됐다. 한국형 원전의 경우 2기를 한 세트로 했을 때 15조원 정도의 건설비용이 든다.

국민일보

신준섭 기자([email protected]) 양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