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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올해 들어 첫 호우 긴급재난문자
17일 오전 경기 파주시 광탄면의 도로가 집중호우로 잠겨있다. 경기도북부소장재난본부 제공/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 강동구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는 빗물에 잠긴 살림살이를 건져내려는 필사적 노력이 펼쳐졌다. “난리야 난리. 이것 좀 빨리 빼봐.” 비와 땀에 젖은 집주인 박말임(78)씨가 세입자들과 물이 뚝뚝 떨어지는 장판과 옷가지, 운동화, 체중계 등을 분주히 꺼내고 있었다. “아침에 잠깐 나갔다가 와보니 물이 가득 차 있는 거예요. 죄다 물에 잠겨버렸어요.” 인근 고덕천은 오전 한때 범람 수위 턱밑까지 물이 차올라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물벼락 같은 강한 비에 이날 아침 수도권 시민들의 출근길은 험난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는 박지현(23)씨는 “오늘 아이들이 등원할 때 비에 폭삭 젖어서, ‘선생님, 다 젖어서 너무 추워요’ 하며 바들바들 떨었다. 저도 버스 시간표대로 버스가 오지 않아 출근할 때 무척 난감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정아무개(28)씨는 “성북구 거래처에 가려고 가양대교를 건너 강변북로를 운전하는데, 도로에 물이 너무 많아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있다”며 “중요한 출장이지만 오후에 못 돌아올 수도 있어서 출장 일정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용인에 사는 조기훈(63)씨는 “반대편 차선에서 물을 튀겨 앞 유리를 덮치고, 10m 앞도 안 보일 정도로 시야 확보가 안 돼 조마조마해하며 운전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 전역에 호우 경보가 발효된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산교 아래 불광천과 홍제천 산책로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에는 호우 경보가 발효된 이날 아침부터 시간당 30~60㎜의 많은 비가 내리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는 올해 첫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호우 긴급재난문자는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이면서 동시에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에 이르는 매우 많은 비가 관측되거나 1시간 누적 강수량이 72㎜에 이를 때 발송된다.

출근·등교 시간대인 오전 8시쯤에는 수도권과 강원 내륙을 중심으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70㎜ 안팎의 매우 강한 비가 내렸다. 파주 등 경기 북부 지역에는 시간당 100㎜ 안팎의 폭우가 쏟아졌다. 17일 오후 6시30분 기준, 이날 0시부터 누적 강수량은 경기 파주 판문점 356.5㎜, 양주 남면 215.5㎜, 연천 백학 214㎜, 남양주 창현 160.0㎜ 등이다.

집중호우 피해는 경기도와 전남, 경남 지역에 집중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오후 6시를 기준으로 경기도에서 토사 낙석 5건, 가로수 쓰러짐 등 도로 장애 84건, 전남 지역에선 도로 토사 유실과 파손 등 10곳과 주택 침수 161건, 경남은 도로 파손과 사면 유실 8곳 등의 시설 피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산사태와 주택 침수 등으로 충남과 경남, 전남 등에서 420가구 577명이 대피해 49명은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다도해, 지리산 등 6개 국립공원 156개 구간과 도로 6곳, 지하차도 1곳, 둔치주차장 43곳, 하상도로 32곳, 세월교 105곳, 산책로 114곳의 접근이 제한됐고, 군산·목포 등에서는 28개 항로, 38척의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난 16일 저녁 7시30분부터 중대본 1단계를 가동하고, 호우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올렸다.

기상청은 정체전선이 남하하며 18일 오후부터 19일 오전 사이에는 중부에서 남부, 북부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장맛비의 영향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예상 누적 강수량(17일부터)은 최대 200㎜, 시간당 강수량은 최대 7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허윤희 이지혜 윤연정 신소윤 기자 [email protected]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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