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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없이 한국 정보 요원과 접촉
미 검찰 "고급 식사·뒷돈 등도 수수"
기소 자체로도 대미 정보 활동 위축
미, 한국 첩보 활동에 '경고장' 분석
지난 5월 29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에서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발언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북한 전문가로 활동해 온 한국계 미국인 수미 테리(52)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한국 정부를 위해 일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국 정보당국으로부터 고가의 가방과 식사 대접은 물론, 뒷돈을 받는 대가로 '한국 정부 대리인' 활동을 했다는 게 미 연방검찰의 판단이다. 향후 재판 결과를 봐야 하지만 '기소' 자체만으로도 한국의 대미 정보 활동을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국의 첩보 활동에 보낸 경고장으로도 해석된다.

"한국 요원, 미국에 소개... '늑대 데려오는 것'"



16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는 뉴욕남부지검이 테리를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외국 정부를 대리할 때 법무부에 이를 신고해야 하나, 테리는 신고 없이 한국 정부에 여러 정보를 넘겼다는 것이다. NYT는 "공소장에는 테리가 한국 정보 요원을 미국 의회 직원들에게 소개했다고 적혔는데, 그는 이를 '늑대를 데려오는 것'으로 표현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난 테리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해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2001~2008년 CIA에서 동아시아 분석가로 일했고, 2008~2009년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일본 및 오세아니아 과장을 지냈다. 동아시아 국가정보 담당 부차관보로도 근무했으며, 이후에는 여러 싱크탱크의 대북 전문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미국 검찰이 한국계 미국인 북한 전문가인 수미 테리(맨 왼쪽)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을 기소하면서 증거로 제출한 사진. 테리와 한국 국가정보원 요원들이 2020년 고급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모습이다. 미 뉴욕남부지검 공소장 캡처


31쪽 분량 공소장에 따르면 테리는 CIA 퇴직 5년 후인 2013년 6월 '주유엔 한국대표부 참사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국가정보원 요원과 처음 접촉했다. 이후 약 10년간 △보테가 베네타 핸드백(2,950달러·약 407만 원) △돌체앤가바나 코트(2,845달러·약 392만 원) △루이비통 핸드백(3,450달러·476만 원) 등은 물론, 최소 3만7,000달러(약 5,120만 원)를 연구 자금 명목으로 수수했다. 그 대가로 기고문 또는 인터뷰 등을 통해 미국 내에서 한국 정부 정책을 옹호했다는 게 공소 사실의 요지다.

"고급 식당서 식사 현장 사진도 공소장 첨부"



특히 공소장에는 테리와 국정원 간부가 미슐랭 스타 인증 레스토랑 등 고급 식당과 바에서 수차례 식사를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도 첨부됐다. 검찰은 그에 대해 "2022년 6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함께 전문가 초청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한 뒤, 그 내용을 적은 메모를 회의 종료 직후 국정원 간부에게 흘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미국 검찰이 한국계 미국인 북한 전문가인 수미 테리(오른쪽 두 번째)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을 기소하면서 증거로 제출한 사진. 루이비통 매장 내 폐쇄회로(CC)TV 화면으로 국정원 간부가 테리에게 건넬 선물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 뉴욕남부지검 공소장 캡처


테리는 세 차례에 걸쳐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했는데, 그에 앞서 본인이 등록된 외국 정부 대리인이 아님을 확인하는 문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는 외국대리인등록법 위반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대목이라는 게 미 검찰의 판단이다.

테리 측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의 변호인은 "근거가 없는 혐의이고, 독립성을 갖고 수년간 미국에 봉사한 학자의 업적을 왜곡한 것"이라며 "한국 정부 대리인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기간에 테리는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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