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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서 필수의료 20년' 외과의사…"빅5 병원만 살아남고 필수·지역의료 붕괴할 것"


신동규 적십자병원 외과 과장
신동규(55) 서울적십자병원 외과 과장이 17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주최로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미디어아카데미에 나와 국내 필수의료의 현실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진행성 위암으로 암세포가 온몸에 다 퍼진 환자를 대상으로 복부 내 장기를 거의 모두 들어내는 수술을 온종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수술을 해도 수가는 쌍꺼풀 수술보다 쌉니다. 이게 우리나라 필수의료의 현실입니다."

신동규(55) 서울적십자병원 외과 과장은 17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주최로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미디어아카데미에 나와 국내 필수의료의 현실을 이같이 토로했다.

신 과장은 국내에서 대표적인 공공병원으로 꼽히는 서울의료원과 적십자병원에서 20여년을 외과 과장으로 일한 필수 의료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세부 전공은 위암이지만 공공병원의 특성상 간담췌, 유방, 대장·항문 등의 수술은 물론 급성기 외상 환자 진료까지 도맡고 있다. 현재까지 집도한 수술만 총 4천700건에 달한다. 그러면서도 지진피해를 겪은 인도네시아와 네팔은 물론 아프리카 10여개국을 돌며 의료 봉사를 해왔다.

유명 대학병원에서 공공병원 급여의 2.5배를 주겠다며 이직 제안도 해왔지만, 그는 여전히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공공병원 진료를 고집하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고사 중인 필수의료를 되살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과장은 "지금 약 30%의 의료 인력이 미용과 비보험 진료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의료시스템이 유지된다는 것은 우리나라 의사 수가 모자란 게 아니라 필수과만 허덕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이런 인력들이 필수의료로 돌아온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결국 빅5 병원만 살아남고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는 붕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2년 7월 키르키즈스탄 의료봉사 모습 [신동규 과장 제공]


의대 증원의 여파로 지방 필수과 전공의들은 텅 비고, 그나마 필수 과를 지키고 있던 의사들마저 이탈이 가속화돼 지역의료가 붕괴되는 도미노 현상을 부를 것이라는 게 신 과장의 주장이다.

신 과장은 "정부에서 전공의들의 사직을 허락하면 메이저 병원에 있었던 필수과 전공의들은 '가을턴'(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수도권 병원의 비어 있는 인기과를 채울 것이고, 지방 병원의 메이저과 전공의들은 '빅5' 병원의 비필수과 전문의로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직한 전공의는 당해 연도에 동일한 과에 재지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전공의 사직 사태에서 촉발된 대학병원들의 재정 위기가 제약, 의료기기 업체로 확산할 것으로 우려했다.

신 과장은 "규모가 있는 병원들은 그나마 버틸 수 있겠지만 병원들이 제약업체, 의료기기업체 등에 대한 대금 지급을 늦추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병원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세부·분과 전문의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재정 상태가 좋지 못한 공공병원에서는 대장암, 폐암, 간암, 유방암 등의 분과 전문의를 모두 채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 과장은 "공공병원에는 세부 분과별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한두 명의 외과 의사가 모든 수술을 다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 사람이 모든 책임을 다 짊어지지 않으면 공공병원 필수의료는 전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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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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