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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구해” “하나님의 갑옷 둘렀다”
공화당 등 보수진영서 개인숭배 강화
‘뉴욕타임스’ 더그 밀 기자가 촬영한 트럼프 피격 모습. 사진을 확대해 보면 사진 오른쪽으로 탄환이 흘러가는 모습이 보인다 - 동아 청계천 사진관 가십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암살 시도를 피한 데 대해 기독교식 서사가 잇따르고 있다. ‘신이 트럼프를 구했다’ 내지 ‘트럼프가 곧 메시아’라는 부류의 유사 신화를 해당 사건에 덧씌우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전부터 개인숭배 풍토를 만들어 왔는데, 이번 사건으로 숭배 정도가 더 강화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16일(현지시간) AFP 통신은 현재 보수진영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일종의 메시아로 보는 종교적 지지가 급격히 힘을 얻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유세 도중 피격됐으나 가벼운 부상만 입고 살아남은 것을 일종의 종교적 기적으로 인식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하나님이 트럼프를 보호하셨다”고 말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TV 프로그램에 나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상에 그친 것을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책사’로 불리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트럼프는 하나님의 갑옷을 둘렀다”고 했다.

공화당 전당대회를 찾은 대의원 잭 프렌더개스트는 “(사건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어깨에 천사가 앉아 있었다”며 “하나님의 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얼굴을 옆으로 움직이도록 했다”고 AFP에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기독교 서사 덧씌우기가 트럼프 개인숭배를 유도해 온 선거캠프의 전략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에식스대학교의 정치학자 나타샤 린드스테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수년 간 숭배풍토 조성에 공들여 왔다며 “그들의 목표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맹목적으로 숭배하게 하고 자신들의 초인적 자질을 신비롭게 여기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독재자만이 아니라 민주 국가의 선출 지도자도 이같은 전략을 구사한다. 린드스테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구원자 행세를 하는 건 새롭지 않지만 피격사건 후 이런 언변이 종교적으로 발전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격 사건 이후 본인이 설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신 분은 오직 하나님(기독교에서 신을 지칭하는 말) 한 분이었다”고 적은 바 있다.

향후 트럼프 전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삼는 지지층이 이번 대선에서 더 강력하게 결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시러큐스대 정치지리학자 나탈리 코흐는 “컬트(소규모 숭배집단)를 구축하고 거기에 참여하고 소속됨으로써 그들은 하나의 공동체 의식을 가진다”며 개인숭배가 지도자나 추종자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개신교 복음주의 신도들은 공화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다. AP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0년 대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은 유권자 10명 중 4명이 백인 복음주의자였고, 백인 복음주의자 10명 중 8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다.

다만 기독교를 선거운동에 끌어들이는 행태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바이든 대통령에게서도 목격됐다. 그는 이달 5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대선 패배를 확신하면 후보직에서 사퇴할 것이냐 말에 ‘하느님의 뜻에 따를 것’이란 취지로 답했다.

린드스테드 교수는 “사람들이 평소라면 따르지 않을 것들을 맹목적으로 따르도록 하고, 권위있는 인물에게 질문하기를 꺼리게 한다”며 “인격숭배는 민주주의에 정말 좋지 않다”고 경고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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