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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북한이 집중호우 때 지뢰를 하천에 흘려보낼 수 있다고 보고 대비태세 점검에 나섰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최근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놓고 언급한 ‘새로운 대응 방식’이 지뢰 도발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데 따른 것이다.

국방부는 북한군이 폭염과 장마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매일 13시간씩 전선지역에 병력을 보내 지뢰 매설, 불모지 조성, 방벽 설치 등 '남북 단절' 작업을 수개월째 지속하는 정황 포착됐다고 17일 밝혔다. 사진은 목함지뢰를 등에 짊어지고 가는 북한군 모습. 국방부
17일 국방부에 따르면 신원식 장관은 이날 오전 긴급지휘관회의를 열고 “지금 우리는 북한의 도발 위협과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재해까지 대비해야 하는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럴 때일수록 각 급 제대 지휘관들은 각자 제 위치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군 당국자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전례 없는 방식으로 지뢰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 4월부터 비무장지대(DMZ)에 수만 발의 지뢰를 매설하는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는 게 합동참모본부의 설명이다.

합참 관계자는 “기존 지뢰를 포함해 현재 DMZ에 매설된 지뢰는 수십만 발 규모로 추정된다”며 “북한군이 최근 지뢰를 매설한 지역 중 일부가 임진강, 역곡천, 화강, 인북천 등과 같은 남북공유하천과 연결돼 있어 집중호우가 발생할 경우 북측 지뢰가 유실돼 남측 지역으로 유입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 나뭇잎 지뢰. 국방부

앞서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4월부터 DMZ 북쪽 2㎞ 구간인 북방한계선 등 전선지역 여러 곳에 다수 병력을 투입해 경계능력 보강을 위한 불모지 조성, 지뢰매설, 전술도로 보강, 대전차 방벽으로 보이는 미상 구조물 설치 같은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철저한 남북 단절조치에 나서라”는 김정은의 지시를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DMZ 내 귀순자 차단을 목적으로 하는 북한군의 지뢰 매설이 한국에 직접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군 관계자는 “인면수심의 도발 행태를 자행하곤 하는 북한이 우리 군과 국민을 괴롭히려고 지뢰를 의도적으로 남북공유하천에 살포할 수도 있다”며 “중서부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주 장마로 북한 지뢰가 실제 유실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여정의 전날(16일) 담화도 우려를 키운다. 김여정은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전달 살포가) 계속될 경우 우리의 대응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제기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대응이 오물 풍선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북한의 지뢰 매설이 충분한 안전 조치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사방공사 등 유실 방지 조치 없이 허술하고 마구잡이로 지뢰 매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래서 의도적이든 자연 유실이든 하천을 따라 내려올 가능성이 예년에 비해 높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북한군이 폭염과 장마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매일 13시간씩 전선지역에 병력을 보내 지뢰 매설, 불모지 조성, 방벽 설치 등 '남북 단절' 작업을 수개월째 지속하는 정황 포착됐다고 17일 밝혔다. 사진은 폭염 속 야지에 앉아서 주먹밥을 먹는 북한군 모습. 국방부

군 당국은 또 북한이 기존 목함지뢰와 대인지뢰뿐 아니라 육안으로 구분이 어려운 '나뭇잎 지뢰'도 매설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나뭇잎지뢰 폭약량은 40여g 정도로 일반적인 대인지뢰(20여g)와 목함지뢰(70여g)의 중간 정도 폭발력을 지닌다. 합참 관계자는 "나뭇잎지뢰는 맨눈으로 보면 구분이 쉽지 않다"며 "호우 종료 이후 물이 빠질 때 물가에 남아 있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군 당국은 북한이 황강댐, 봉래호, 평강댐, 임남댐 등 남북공유하천에서 집중 호우를 틈 타 의도적으로 기습 방류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자리에선 북한군의 DMZ 작업 동향도 언급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폭염과 장마 속 무리한 작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10여차례의 지뢰폭발 사고와 온열 손상 등으로 다수의 사상자를 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군이 임시형 천막 등 열악한 숙소에서 생활하면서 휴일이나 병력 교대 없이 하루 평균 12∼13시간씩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철야 작업과 함께 김일성 사망일(7월 8일)에도 작업을 실시한 곳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선 여군까지 동원됐다고 한다. 북한군의 DMZ 내 작업 진척도는 불모지 작업은 약 10%, 대전차 방벽 건설의 경우 약 1% 수준으로 파악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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