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 5월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에서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의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미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대리한 혐의로 16일(현지시간) 연방법원 재판에 넘겨졌다. 테리를 기소한 연방 검찰 측은 그가 약 10년간 고가의 가방과 의류, 고액의 현금 등을 받은 대가로 한국 정부에 미국의 비공개 정보 등을 넘겨온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31쪽 공소장에 명품백·고급식사 사진도
지난 2021년 4월 16일 미국 워싱턴DC의 한 상점에서 국가정보원 요원이 수미 테리 연구원에게 3450달러 가격의 루이비통 핸드백을 사주기 위해 결제하고 있다. 미국 연방검찰 공소장 캡처
이날 중앙일보가 입수한 뉴욕 맨해튼 연방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테리는 지난 2013년부터 약 10년간 미국 현지에 외교관 신분으로 파견된 한국 국가정보원 요원들과 만나 비공개 정보 등을 제공했다. 검찰은 이런 활동의 대가로 테리가 루이비통 핸드백, 3000달러(약 410만원) 상당의 돌체앤가바나 코트, 3만7000 달러(약 5100만원) 상당의 금전 등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총 31쪽의 공소장에는 국정원 요원들이 테리와 접촉해 이 같은 물품을 사주는 장면, 테리와 요원들이 뉴욕 맨해튼의 한 고급식당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모습 등 을 촬영한 사진 총 4장도 담겼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테리가 한국 정부를 위해 활동한 행위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사실상 대변하는 언론 기고나 발표를 하거나 접근이 쉽지 않은 인사들과의 만남을 주선한 것 등을 지적했다. 미 정부 관료와의 비공개 모임 등에서 획득한 정보를 테리가 한국 정부에 넘겼다고도 했다.



美당국, 2013년 접촉 초기부터 테리 추적
지난 2020년 8월 수미 테리 연구원(왼쪽)이 미국 뉴욕 맨해튼의 고급 그리스 레스토랑에서 국가정보원 관계자 2명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미국 연방검찰 공소장 캡처
미국은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따라 외국 정부나 정당, 회사 등의 정책 및 이익을 대변하거나 홍보하는 사람은 법무부에 신고해 활동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테리가 고의로 신고를 누락했다고 보고 있다. 테리는 2016~2022년 사이 최소 세 차례의 의회 증언을 위해 선서하는 과정에서 FARA에 따른 신고 대상’인지 묻는 말에 아니라고 대답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해당 기간 동안 피고인은 (FARA)에 등록하지 않은 채 사실상 한국의 요원(an agent of the ROK)으로서 활동했다”고 규정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테리와 국정원 측의 첫 만남은 그가 CIA를 떠난 지 5년 뒤인 2013년 시작됐다. 주뉴욕 유엔 한국대표부 외교관(공사)로 가장한 국정원 고위 요원과 만난 테리는 2016년까지 이 요원과 지속해서 교류해왔다. 미 수사 당국은 접촉 초기부터 테리가 국정원 요원들과 만난 동선 및 통화·e메일 및 실제 대화 내용 등을 파악해왔다.

대표적인 게 2019년 11월 13일이다. 국정원 요원은 이날 메릴랜드주 체비 체이스에서 2845달러짜리 돌체앤가바나 코트를 테리에게 사줬다. 요원의 신용카드로 계산했고 외교관 지위를 활용해 면세 혜택도 받았지만, 구매 실적은 테리의 계정에 등록됐다. 테리는 이틀 뒤 돌체앤가바나 코트를 반납하고 4100달러 짜리 크리스챤 디올 코트를 구매했다. 차액은 본인이 부담했다. 돌체앤가바나 코트를 산 날엔 두 사람은 워싱턴 DC의 다른 가게에서도 2950달러짜리 보테가베네타 가방을 샀다.

2020년 8월에도 테리와 만나온 국정원 요원의 후임자가 테리가 미 정부 인사들도 참여한 화상 워크숍을 주선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3450달러 짜리 핸드백을 사줬다. 이 요원은 2021년 4월에도 워싱턴 DC의 루이비통 매장에서 3450달러짜리 핸드백을 테리에게 사줬다.



테리 “근거없이 업적 왜곡, 美정부 중대 실수”
지난 2021년 4월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 외교관 신분인 국가정보원 요원이 루이비통 핸드백을 구매한 뒤 수미 테리 연구원(왼쪽)과 상점에서 나와 걸어가고 있다. 미국 연방검찰 공소장
테리 측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테리의 변호사인 리 울로스키는 “(검찰의) 주장 근거가 없으며, 수년간 헌신해온 학자이자 뉴스 분석가의 업적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 “검찰이 테리가 한국 정부를 대리해 활동했다고 주장하는 시절 테리는 되레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해왔다”며 “사실이 밝혀지면 미국 정부가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 분명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9년 11월 13일 미국 워싱턴DC의 상점에서 국가정보원 요원이 수미 테리 연구원에 2950달러의 보테가베네타 핸드백을 결제해준 뒤 나오는 모습. 미국 연방검찰 공소장 캡처
서울에서 태어난 테리는 12살에 미국으로 이주해 하와이와 버지니아에서 자랐다. 뉴욕대에서 정치학으로 학사 학위를, 보스턴 터프츠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1년부터 CIA에서 동아시아 분석가로 근무했다. 2008~2009년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한국·일본 및 오세아니아 과장을 지냈으며, 동아시아 국가정보 담당 부차관보까지 역임했다. 이후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 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국장 등 다양한 싱크탱크에서 일하며 대북전문가로 활동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587 삐약이 신유빈, '최애 치킨' 모델 됐다…손흥민 제치고 브랜드평판 1위 new 랭크뉴스 2024.08.28
44586 [재테크 레시피] 절세 끝판왕 만능통장 ISA… 세제 혜택 더 커진다 new 랭크뉴스 2024.08.28
44585 의사 이어 간호사도 떠나나…61개 병원서 내일 파업 '초읽기' new 랭크뉴스 2024.08.28
44584 "트럼프, 주한미군 비용 뽑고 이익도 남겨라" new 랭크뉴스 2024.08.28
44583 '간호법' 본회의 처리 예정‥'간호사 파업' 철회? new 랭크뉴스 2024.08.28
44582 정진석 “이재명이 대통령 의대 증원 전폭적 지지” 발언 논란, 민주당 “왜곡 말라” new 랭크뉴스 2024.08.28
44581 2017 한미정상회담서 북핵 놓고 충돌…‘방어용’ 대 ‘공격용’ new 랭크뉴스 2024.08.28
44580 거래소 상폐제도 개선하지만... 찔끔 찔끔 거래되는 식물주는 퇴출 대상 아냐 new 랭크뉴스 2024.08.28
44579 “AI 데이터센터는 탄소중립의 적”… HBM, 전력소모 문제로 공급 축소 우려 new 랭크뉴스 2024.08.28
44578 “15년간 하루 식비 2000원”… 34세에 집 3채 산 日 여성 new 랭크뉴스 2024.08.28
44577 "2만원 치킨팔면 배달앱이 6000원 챙겨"…앱 직접 만드는 업계 new 랭크뉴스 2024.08.28
44576 "뉴진스 위약금 수천억원일 듯"...코너 몰린 민희진, '뉴진스 포기'냐 '자존심 포기'냐 new 랭크뉴스 2024.08.28
44575 딥페이크 공포에 "수익 포기"... 사진 작가들도 인스타 다 닫았다 new 랭크뉴스 2024.08.28
44574 허리띠 '바짝'조여도 불안한 나라살림…의무지출 年5.7%폭증 new 랭크뉴스 2024.08.28
44573 간호법 제정안 국회 복지위 소위 합의 통과…오늘 본회의 의결 new 랭크뉴스 2024.08.28
44572 윤 정부 또 '긴축 살림'... "감세하면서 건전재정 외치는 건 모순" new 랭크뉴스 2024.08.28
44571 NH농협·서울보증까지 꿰찼다… 끊이지 않는 금융권 낙하산 new 랭크뉴스 2024.08.28
44570 한동훈 '증원 유예' 또 요구했다…3주 만에 윤·한 갈등 재표출 new 랭크뉴스 2024.08.28
44569 딥페이크 성범죄에 놀란 정치권…관련 법 우후죽순 발의 new 랭크뉴스 2024.08.28
44568 러, 이틀째 우크라 전역 대공세…키이우서 폭발음(종합) new 랭크뉴스 2024.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