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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폭우가 내린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짜 출근이 두려운 아침이었어요.” (직장인 박다연(24)씨)

수도권에 비구름이 상륙하면서 16∼18일 사흘 동안 누적 강수량이 250㎜를 넘을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17일 아침 호우경보가 발령된 수도권 지역은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60㎜의 매우 강한 비가 내려 시민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경기 고양시의 한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는 박지현(23)씨는 “오늘 아이들이 등원할 때 비에 폭삭 젖어서, ‘선생님, 다 젖어서 너무 추워요’ 하며 바들바들 떨었다”며 “저도 버스 시간표대로 버스가 오지 않아 출근할 때 무척 난감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정아무개(28)씨는 “성북구 쪽으로 가양대교·강변북로를 타고 출장을 가고 있었는데, 도로에 물이 너무 많아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있다”며 “중요한 출장이지만 오후에 못 돌아올 수도 있어서 출장 일정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거센 폭우가 내린 17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천 산책로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집에 물이 새거나 들어찼다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이예림(25)씨는 “초인종이 울려 나가 보니 밑 집에 물이 샌다고 했다. 이게 우리집 때문인지 건물 전체 문제인지 확인이 필요해 경비아저씨가 오신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박성진(29)씨는 “빌라에 사는데, 창문을 조금 열어놓고 잤더니 비가 들이쳐 물이 방 안으로 넘쳤다”며 “이른 아침에 물 넘치는 소리에 깼다. 너무 당황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지난해 7월 충북 청주시에서 일어난 오송 지하차도 참사, 2022년 8월 폭우로 강남역 일대가 완전히 침수된 일 등 과거 수해의 기억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윤아무개(26)씨는 “아침에 받은 재난문자만 호우경보, 전동차 지연 운행, 산사태 위험, 동부간선도로 지하차도 통제 중 등이다. 와르르 오는 문자들을 보니 작년과 재작년 수해들이 생각나 무서웠다”며 “특히 ‘지하차도 통제 중’ 문자를 받고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생각이 났다. 오늘 엄마가 제사 지내러 안산에 간다고 하시는데 그냥 안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직장인 박다연(24)씨도 “아침에 출근하면서 재작년에 강남 침수됐던 게 생각났다”며 “올해도 비가 많이 와서 또 도로 침수되면 어쩌지, 반지하 사는 사람들은 어쩌지, 이런 걱정이 든다”고 토로했다.

17일 아침 내린 비로 경기 파주시의 한 도로가 흙탕물에 잠겨 있는 모습. 엑스(X·옛 트위터) 갈무리

이날 경기 북부 지역 집중호우로 일부 지하철이 지연 운행되고, 서울 강동구 고덕천이 흘러넘쳐 주변 아파트 단지와 도로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시간당 강수량이 30㎜를 넘으면 시야 확보가 힘들어 차량 운행이 느려지고, 50㎜를 넘으면 도로 곳곳이 물에 잠기면서 차량의 정상 통행이 어렵게 된다. 70㎜일 때는 낮은 지대의 하천 부근에서는 차량이 물에 잠길 수 있다.

기상청은 17일 새벽부터 오전 사이, 17일 밤부터 18일 오전 사이 두 차례 집중호우를 예보해 이날 밤 다시 비가 집중될 예정이다.

김채운 기자 [email protected], 고나린 기자 [email protected], 조승우 교육연수생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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