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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시간 100㎜ 이상 비' 8차례…최근 5년 새 최다
"기후변화로 공기가 품은 수증기 많아진 게 근본원인"
수도권에 폭우 내릴 때 제주와 호남은 폭염…'극과 극' 날씨


거세게 내리는 비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비가 내린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7.17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올해 장마의 특징은 짧은 시간 내 한정된 지역에 많은 양의 비가 집중되는 이른바 '띠 장마'의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남북으로 폭이 좁고 동서로 긴 비구름대가 만들어지면서 해당 비구름대가 속한 지역에는 마치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폭우가 내린다.

폭 좁은 비구름대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100㎜가 넘는 극한 호우가 수시로 쏟아지고, 비구름대를 피한 지역에는 폭염이 찾아오는 '극과 극' 날씨도 이어지고 있다.

집중호우로 운행 중단된 중앙선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17일 오전 집중호우로 인해 서울 경의중앙선이 운행 중단되자 양원역 직원이 개찰구를 막고 있다. 2024.7.17 [email protected]


올해 장마철 '1시간 100㎜' 넘는 호우 8차례 진기록
17일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관측기록을 보면 이번 장마철 가장 비가 거세게 내린 시점과 지역은 10일 자정 전후 전북 군산시 어청도로 146.0㎜가 불과 1시간 내 쏟아졌다.

하루 중 1시간 강수량 최대치가 100㎜가 넘은 사례는 17일 오전 경기 파주시(오전 6시 3분부터 1시간에 101.0㎜)와 의정부시 신곡동(오전 7시 22분부터 1시간에 103.5㎜)을 비롯해 이번 장마철 들어 현재까지 8번이다.

일 최대 1시간 강수량이 100㎜에는 못 미쳤지만 90㎜ 이상인 사례도 6번에 달한다.

최근 5년 사이 장마철 1시간 강수량이 100㎜ 이상인 사례가 기록된 적은 2019년, 2020년, 2022년 등 3개년이다.

발생 연도만 보면 장마철 1시간에 100㎜ 이상 비가 쏟아지는 일이 드물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사례 수를 보면 2019년은 1번, 2020년은 5번, 2022년은 2번에 그친다.

역대 장마가 가장 길었던 2020년도 총 5번이었는데, 올해는 장마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8번에 달했다. '집중호우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물에 잠긴 하천 산책로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호우 경보가 발효된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산교 아래 불광천과 홍제천 산책로가 물에 잠겨 있다. 2024.7.17 [email protected]


'선상강수대' 발달…대기 중 수증기 많아
17일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북부를 중심으로 1시간에 최대 100㎜ 이상 호우가 쏟아진 이유는 남북으로 폭은 좁고 동서로 길이는 긴 비구름대, 즉 '선상강수대'(線狀降水帶)가 이 지역에 걸쳤기 때문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이 남부지방까지 확장해 그 가장자리를 타고 수증기를 많이 머금은 남서풍이 불어 드는 가운데 발해만 쪽에 저기압도 자리해 북태평양고기압과 함께 남서풍을 불어 넣고 있다.

북쪽에서는 건조공기가 강하게 내려오고 있다.

이렇듯 성질이 아주 다른 두 공기덩어리가 '강 대 강'으로 충돌하면서 그사이 비구름대를 압축시켰고, 이는 폭우로 이어졌다.

북태평양고기압 북쪽 가장자리가 우리나라 남부지방까지 북상하고 그 북쪽으로 정체전선이 놓이면서 장맛비가 쏟아지는 일은 장마가 중후반기에 접어들 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북서쪽으로 더 확장한 상태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유달리 집중호우가 잦은 원인은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한 때에 맞춰 북쪽에서 주기적으로 건조공기가 남하해 충돌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기온이 높아 대기 중 수증기 함유량이 늘면서 집중호우가 반복된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 경우 '기후변화'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국내로 유입되는 공기의 가강수량이 40∼50㎜만 돼도 호우특보가 내려질 수준인데 요즘은 가강수량이 60∼70㎜나 된다"고 말했다.

가강수량은 대기 하층의 일정 크기 가상 기둥 내 수증기가 모두 응결했을 때 양으로, 예상 강수량을 가늠하는 잣대다.

17~18일 예상 기압계 모식도.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비구름대 피한 제주와 호남은 '무더위'
폭 좁은 비구름대는 집중호우와 함께 날씨 양극화도 일으키고 있다.

비구름대가 위치한 지역엔 폭우가 쏟아지고, 그 영향권에서 벗어난 지역엔 폭염이 찾아온다.

같은 시·도 내에서도 비가 내리는 지역과 흐리기만 한 지역이 나뉘기도 한다.

현재 북태평양고기압 영향권에 든 제주는 동부에 폭염경보 등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태다. 전북 고창·부안·군산·김제·익산·정읍과 전남 나주·담양·곡성·구례·화순·광양·순천·영암, 광주 등에도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제주 동부는 이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 제주 나머지 지역과 호남은 33도 이상까지 오르는 등 무더울 예정이다.

제주와 전남 등은 당분간 밤사이 열대야도 겪겠다.

정체전선 영향권에 있는 지역도 날은 흐리나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유입되면서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제주시 삼양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하거나 해변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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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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