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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심 노린 악질 마케팅 극성
광고문엔 허위·과장 문구만 가득
시간 내서 부모님 모시고 갔는데… 울며 겨자먹기로 결제


“양산 시민에게만 제주 항공권 무료 제공” “제주여행 체험단 선착순 100명 모집” “00년생 가족 제주 여행 전액 지원”

최근 SNS에서 위 문구가 포함된 이벤트 게시물을 쉽게 볼 수 있다. 혹하기 쉬운 이벤트지만 실상은 사기에 가깝다. 가족여행을 미끼로 가족사진을 촬영하게 한 뒤 액자값으로 100만~300만원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악질적인 수법이지만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어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여행 보내준다면서… ‘스튜디오 촬영’ 은 왜?

가족 여행을 무료로 보내준다는 스튜디오의 진짜 목적은 가족사진 촬영이다. 여행권을 받기 위해선 가족사진부터 찍어야 한다. 계약금 3만원과 사진 촬영을 도와주는 헬퍼비 5만원을 입금하면 당첨이 확정된다.

촬영장에서 두 시간 넘게 사진을 찍고 받아올 수 있는 건 손바닥만 한 사진 한 장이다. 더 큰 액자는 기본 백만원부터 많게는 몇백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원본 파일을 받으려면 40만~60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온 가족이 어렵게 시간을 내 찍은 사진을 포기하고 돌아서긴 쉽지 않다.

전부 무료라던 여행마저 따지고 보면 무료가 아니다. 15만원 안팎의 본인 부담금을 내야 하고 렌터카 대여, 호텔 숙박에도 각종 추가금이 붙는다. 게다가 혜택은 오직 2인 기준이다. 모든 비용을 계산하면 이벤트 없이 가는 자유 여행 경비와 비슷한 수준이다.

유튜브 댓글 캡처.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벤트를 가장한 스튜디오의 상술은 전부터 문제시됐다. 포털과 SNS에는 가족사진 이벤트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후기가 널렸다. 가족사진에서 가족 여행으로 미끼만 바뀐 셈이다.

‘○○시 주민만’ ‘선착순○명만’ … 실은 당첨률 100%

SNS에서 이벤트 광고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대개는 ‘○○시 거주 가족 선착순 모집’과 같은 문구로 시선을 끌었다. 광고를 본 사람들은 당장 신청하지 않으면 특별한 기회를 놓칠 것 같은 느낌에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채 신청서를 작성하게 된다.

하지만 선착순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당첨률은 100%다. 업체가 요구하는 신청 조건에만 들어맞으면 며칠 뒤 당첨 문자를 받을 수 있다. 특정 지역 주민에게만 열리는 이벤트처럼 보이지만 실은 광고문에서 지명과 숫자만 바꿔 무분별하게 배포하기 때문이다.


사진 원본 파일이나 티켓 수령에 관한 정보 등 미리 고지해야 하는 부분은 신청서에 깨알만 한 글씨로 적혀있어 신청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야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이벤트를 후원한다는 여행사에 대한 정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 이벤트 당첨 문자메시지.

실제 당첨 문자메시지를 보면 업체는 “모든 게 준비되어 있으니 좋은 컨디션으로만 오면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 많다.

진행 비용 3만원을 요구하지만, 액자 비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무료라고 내세웠던 제주도 여행권은 1박 기준 14만9천원을 내야만 신청할 수 있었다. 왕복 항공권 및 렌터카 또한 일부 금액을 지원하는 형식이다.

“이 정도는 하셔야죠” 부추기곤 “강요한 적 없다”?

문제는 이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광고 내용대로 손바닥만 한 사이즈의 작은 액자라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효심을 악용해 추가 결제를 유도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벤트에 당첨된 직장인 A씨는 “아버지가 뇌경색을 앓고 계셔서 그동안 가족사진 한 번 찍기 힘들었다”며 “얼마 전 무료 이벤트를 보고 들뜬 마음으로 신청했다”고 말했다. 곧바로 당첨 문자를 받은 A씨는 어렵게 부모님을 모시고 스튜디오로 향했다.

촬영이 끝나자 스튜디오 측은 액자값 100만원을 요구했다. A씨는 “더 저렴한 액자로 하겠다고 말했더니 담당자는 아버지의 병을 언급하며 추가 결제를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마음이 약해진 A씨는 결국 100만원을 내고 사진 원본과 액자를 구매했다. A씨는 “가족을 위하는 심리를 이용한 것 같아 억울하고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이벤트에 당첨된 직후 B씨의 가족이 나눈 대화. B씨 제공

직장인 B씨 또한 무료 가족 여행 마케팅에 당한 적이 있다. 그는 “아버지가 결혼 30주년을 맞이해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며 직접 사연을 적어 신청하셨다”고 전했다. 업체 측은 B씨의 아버지에게 “진행비 3만원만 내면 리마인드 웨딩 촬영권과 의상을 제공한다”고 안내했다.

해당 스튜디오와 B씨가 촬영 전 가족들과 찍은 사진. B씨 제공

촬영을 마친 후 B씨는 가격 상담을 하다가 예상치 못한 ‘비용 폭탄’을 맞았다. 업체 실장이 요구한 액자 세트값은 150만원이었다. 원본만 따로 가지려면 40만원을 내야 했다. B씨가 촬영 전 원본 비용을 여러 번 물어봤지만 모호한 답변만 돌아왔다. B씨는 “선택지를 없애 추가금을 내게 하려고 끝까지 원본 비용을 알려주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B씨는 어쩔 수 없이 비용을 지불했다. B씨는 “촬영하는 내내 즐거워했던 부모님의 모습을 생각하니 돈을 낼 수밖에 없었다. 무료인 것처럼 교묘하게 속인 업체에 화가 난다”고 호소했다.

김범준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판매자는 소비자가 약관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설명할 의무가 있다”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 발생 시 공정거래위원회나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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