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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로켓배송을 앞세워 유통시장을 장악한 쿠팡.

그 혁신적인 성과 이면엔 끊이지 않는 과로사 논란이 있습니다.

하지만 쿠팡에서 일하다 스러져 간 많은 죽음들 가운데, 업무상 재해, 즉 과로사로 공식 인정된 건 2020년 고 장덕준 씨밖에 없습니다.

그조차도 쿠팡은 법적 책임을 질 수 없다며, 아직 유가족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요.

"골프를 쳐도 그 정도는 걷는다"는 쿠팡의 주장대로 장덕준 씨는 전혀 힘들지 않은 일을 했던 걸까요.

MBC는 소송 증거로 제출된 CCTV 영상을 확보했습니다.

직접 확인해 보시죠.

차주혁 노동전문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컨베이어 벨트 위로 쉴 새 없이 상품들이 움직이고, 한쪽에선 포장이 분주합니다.

쿠팡 물류센터는 365일 밤새 돌아갑니다.

종이박스나 포장재를 운반하는 출고지원 업무, 장덕준 씨는 이른바 '워터 스파이더'였습니다.

[이창율/쿠팡물류센터노조 대구분회장]
"스파이더가 거미이지 않습니까. 여러 가지 일을 다 하기 때문에, 거미라고 그렇게 스파이더라고 부릅니다."

쿠팡 상호가 찍힌 종이박스는 어른 키보다 높게 쌓였습니다.

손수레로 옮겨 싣는 것도 힘들어 보입니다.

플라스틱 바구니는 개당 3킬로그램.

48개 한 묶음, 받침대와 손수레 무게까지 더하면 230킬로그램이 넘습니다.

말이 좋아 출고 지원이지, 직접 상품을 포장하고 운반도 했습니다.

7층에서 1층까지 불려가, 트럭에 직접 옮겨 싣기도 했습니다.

[박미숙/고 장덕준 어머니]
"회사가 계속 이야기한 건 되게 가볍고 쉬운 일을 했다고 계속 이야기했거든요. 처음부터요."

저녁 8시반부터 새벽 5시까지 여섯 번의 출고 마감.

포장대는 손만 바빠지지만, 장 씨는 손발이 다 바쁩니다.

물건을 옮기면서 뛰고, 무전기에 답하면서도 달립니다.

관리자는 시도 때도 없이 불러댑니다.

쿠팡 일을 한 지 10개월 만에 무릎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박미숙/고 장덕준 어머니]
화면에 보면 애가 계속 뛰어다녀요. 마감 시간에 맞춰서. 제대로 걷는 시간보다 뛰는 시간들이 훨씬 많았고, 왔다 갔다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2020년 10월 12일, 시각은 새벽 2시 6분.

장 씨의 움직임이 좀 이상합니다.

비닐을 버리자마자, 철제 수거함에 손을 짚고 허리를 숙입니다.

왼손은 계속 가슴에 대고 있습니다.

그렇게 18초.

관리자 2명이 주변을 지나칩니다.

3분 뒤, 손수레를 끌면서도 한 손은 가슴 위에 있습니다.

쿠팡 측은 무전기를 잡은 거라 주장하지만, 작업 속도가 눈에 띄게 느립니다.

2시 19분, 뭔가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하더니, 차단봉을 잡고 몸을 기댑니다.

2시 38분, 난간을 잡고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뒷모습이 CCTV에 찍혔습니다.

[박미숙/고 장덕준 어머니]
"애가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면서 통증을 호소했다는 거예요. 그러면 그때 어떤 조치를 했느냐? 잠깐 쉬었다가 다시 업무에 투입을 했다는 거예요."

밤샘 근무를 마친 장 씨는 새벽 4시 퇴근했습니다.

6시 집에 도착했고, 7시 반 빈 욕조에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CCTV까지 확인한 근로복지공단은 장 씨의 죽음을 업무상 재해, 과로사로 결정했습니다.

처음으로 쿠팡이 공식 사과까지 했습니다.

그 뒤로 다시 3년 5개월, 여론은 잠잠해졌고, 아직까지 쿠팡은 유족과 소송 중입니다.

'업무는 전혀 힘든 게 없었고, 과도한 다이어트때문에 숨졌다'.

여전히 쿠팡은 죽음의 책임을 덕준 씨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장영근, 소정섭 / 영상편집: 송지원 / 영상제공: 법무법인 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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