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공화 전대 첫날 '기밀 유출' 공소 기각
트럼프가 임명한 판사 "특검 임명 문제"
언론 "혐의 뚜렷"... 판사 비판 잇따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있다. 피격 사건 이틀 만에 처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부상 부위인 오른쪽 귀에 흰색 붕대를 댄 모습으로 등장했다. 밀워키=EPA 연합뉴스


유세장에서 총격을 당하고도 극적인 생존 드라마를 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사법 리스크 일부를 털어내는 '법정 드라마'도 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기밀문건 유출 사건'을 담당해 온 재판부가 때마침 공소 자체를 '기각'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저하 논란, 피격 당시 보인 '강인한 지도자' 이미지 등에 힘입어 재선 가도에 탄력을 받은 그는 이제 자신을 옭아맸던 법적 부담까지 줄이면서 '트럼프 대세론'에 날개를 달게 됐다.

'기밀 문건 유출' 1심, 재판 없이 트럼프 주장 수용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기밀문건 유출 사건' 담당 재판부인 플로리다 남부법원의 에일린 캐넌 연방판사는 이날 93쪽 분량의 명령서에서 "공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공소 기각은 절차상 문제 등으로 본안 재판을 진행하지 않고, 유무죄 판단도 없이 형사 재판 자체를 끝내는 것이다.

캐넌 판사는 이 사건을 수사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임명됐다고 판단, 공소 제기 자체를 할 자격이 없다고 봤다. "스미스 특검은 상원 인준 없이 임명돼 헌법에 위배된다"고 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스미스 특검은 2022년 11월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에 의해 임명됐다. 캐넌 판사는 이를 두고 "의회의 주요 권한을 실질적으로 빼앗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미스 특검은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스미스 특검의 대변인은 "법무장관이 특검을 임명할 수 있다고 인정해 온 사법부의 일관된 결론을 벗어난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헌법의 '임명 조항'에 따라 법무장관 등 연방정부 기관장은 상원 동의 없이 '하급 공직자'로 불리는 공무직을 임명할 수 있고, 특검은 통상 이 하급 공직자로 간주돼 온 게 사실이라고 NYT 등은 지적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전 대통령이 15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오른쪽 주먹을 들어 보이며 환호하고 있다. 13일 총격을 당해 오른쪽 귀를 다친 그는 흰색 거즈를 부상 부위에 댄 채 등장했다. 밀워키=AFP 연합뉴스


"트럼프에 유리한 재판" 비판



실제로 미국 언론들은 이번 결정을 두고 의문과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다른 3건과 비교할 때, 기밀문건 유출 사건은 비교적 혐의가 뚜렷해 입증도 용이할 것으로 평가돼 왔기 때문이다. WP는 "캐넌 판사는 많은 법학자가 가장 확실한 법적 근거를 갖췄다고 평가해 온 사건을 기각했다"며 "민감한 국가기밀과 관련됐고, 혐의를 입증할 상당한 증거도 있어 트럼프가 가장 두려워한 사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캐넌 판사가 애초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끔 사법 절차를 진행해 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심리에서 법학 교수 및 변호사들이 스미스 특검 임명 절차에 대한 논쟁을 벌이는 것을 '이례적'으로 허용하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재판 지연' 전술에 힘을 보탰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재판 절차는 처음부터 예측 불가능하고 느긋하게 진행돼 왔다"고 꼬집었다. 캐넌 판사는 2020년 11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연방법관으로 임명했던 인물이다.

피격 후 굳어진 대세론에 '날개'까지



암살 시도를 피하며 지지율이 상승 중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연거푸 호재를 만난 격이 됐다. 특히 법원의 이번 결정은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이었던 이날, 그가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되기 직전에 나와 극적 요소까지 더해졌다. AP통신은 "암살 시도를 극복하고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을 수락할 준비를 마친 트럼프에겐 중대한 법적·정치적 승리"라고 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 기소된 사건은 이 건을 포함해 총 4건이다. 스미스 특검이 공소 기각 결정에 항소해 추후 재판이 열린다 해도, 11월 5일 대선 전에 판결이 나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스미스 특검이 기소했던 '2020년 대선 뒤집기' 사건은 언제 재판이 열릴지도 불확실하다. 결국 시간은 '트럼프의 편'이 된 셈이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3909 법원, ‘MBC 방문진 신임 이사’ 임명에 제동...집행정지 신청 인용 랭크뉴스 2024.08.26
43908 특검법 발의 거부한 한동훈, ‘공수처 수사 후 검토’로 후퇴 랭크뉴스 2024.08.26
43907 노동계, 고용부 장관 청문회 날 국회에서 "김문수, 자진 사퇴하라" 랭크뉴스 2024.08.26
43906 ‘1945 광복 인정하나’ 묻자…독립기념관장 “멘트 않겠다” 랭크뉴스 2024.08.26
43905 [단독] 여성 군인 30명 ‘딥페이크 능욕방’…올림픽 국가대표도 당했다 랭크뉴스 2024.08.26
43904 [단독] SK하이닉스, 용인클러스터 1기 2032년 5월 완공…전력·용수난은 '변수' 랭크뉴스 2024.08.26
43903 인천 전기차 화재서 스프링클러 끈 야간근무자 입건 랭크뉴스 2024.08.26
43902 "합의제 기구 요건 충족 안 돼"... 법원, 이진숙 방통위 '2인 의결' 제동 랭크뉴스 2024.08.26
43901 김문수 "4·3은 명백한 남로당 폭동…대한민국 건국 자체 부정" 랭크뉴스 2024.08.26
43900 파키스탄 무장괴한, 고속도로 버스 승객 테러…"최소 23명 사망" 랭크뉴스 2024.08.26
43899 금리 올려도 주담대 급증…은행권, 결국 대출 만기·한도 줄인다(종합3보) 랭크뉴스 2024.08.26
43898 고졸 1600명 이렇게 삼성 갔다…이재용도 공들인 대회 정체 랭크뉴스 2024.08.26
43897 [단독] 여군 ‘딥페이크 능욕방’까지…‘상납’이라며 군수품 비하 랭크뉴스 2024.08.26
43896 "성 충동 들면 같이 배드민턴 쳐라"…조롱거리 된 홍콩 성교육 교재 랭크뉴스 2024.08.26
43895 ‘이진숙 방통위’ 제동…법원, MBC 방문진 이사 효력정지 랭크뉴스 2024.08.26
43894 "숨진 권익위 국장 좌천 계획" 폭로에 與 의원도 '깜짝' [현장영상] 랭크뉴스 2024.08.26
43893 대통령실 “가계부채, 文정부 400조원 증가... 尹 정부 120조원 증가” 랭크뉴스 2024.08.26
43892 여야, 정기국회 의사 일정 합의…“9월 4~5일 교섭단체 연설” 랭크뉴스 2024.08.26
43891 “퇴근 후 연락하면 벌금 8500만원”…호주, ‘연결 안 될 권리’ 법 시행 랭크뉴스 2024.08.26
43890 [단독] '전기차 80% 충전 권고' 삭제한 소방당국…오락가락 안전정책에 국민만 혼란 랭크뉴스 2024.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