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네거티브 난무하던 국민의힘 전당대회 
육탄전까지 불사하는 ‘내전'으로 치달아
미래·현재 권력 패권 다툼 양상에 
‘중재 역할’ 당 지도부도 무기력
“보수 가치 재건해야 국민 신뢰 얻을 것”
15일 충남 천안시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참석자들 일부가 연설 중인 한동훈 후보에게 '배신자'라고 외치며 의자를 집어던지려고 하자 경호원과 당직자들이 제지하고 있다. 천안= 뉴시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급기야 지지자 간 육탄전을 불사하는 ‘동물 전대’로 치달았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 쪼그라든 집권여당이 쇄신은커녕 내전(內戰)에 빠진 형국이다. 늦게라도 위기 상황을 직시해 당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당대표 후보들은 정작 폭력 사태 이후에도 ‘반성’이 아닌 ‘네 탓 공방’으로 일관했다. 16일 국민의힘에서는 "당이 공멸의 기로에 서 있다" 우려까지 제기됐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인 윤상현(왼쪽부터) 나경원 한동훈 원희룡 후보가 15일 충남 천안 서북구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천안= 뉴스1


친윤 vs 친한 극한 대결이 '동물 전대' 초래



지난 15일 발생한 전대 폭력 사태는 사실상 예견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권 레이스 초반부터 심상치 않던 4명의 당대표 후보는 지역순회 합동연설회와 잇따른 TV토론회에서 무책임한 의혹 제기와 자극적인 네거티브 공방으로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주로 친윤석열(친윤)계 지원을 받는 원희룡 후보가 한동훈 후보를 겨냥해 비례대표 사천 공천과 김경율 금융감독원장 추천, 여론조성팀 운영 의혹 등 융단폭격을 퍼붓고, 이에 나경원 후보가 둘을 모두 싸잡아 비판하면서 혼탁해졌다. 이에 질세라 한 후보도 원 후보를 겨냥해 "노상 방뇨하듯이 오물 뿌리고 도망간다" "다중인격 같은 구태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원색적 비난으로 응수하자 이들을 지켜보는 지지자들도 점점 거칠어졌다.

현재권력인 윤석열 대통령과 미래권력인 한 후보 간 여당의 헤게모니 싸움 성격으로 전대가 흐르고 있는 것도 폭력 사태까지 번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 후보가 출마선언부터 채 상병 특별검사법 조건부 도입을 주장하면서 사실상 윤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고, 이에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 씹는) 논란까지 벌어지면서 신구 권력의 갈등이 최절정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을 적극 제지해야 할 당 지도부나 중진들의 안일한 대응도 전대를 난장판으로 이끌고 있다는 지적이다. TV토론회 등을 통해 후보 간 볼썽사나운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실상 구두 경고만 할 뿐 방향을 틀 만한 중재에 나서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폭력 사태에 이를 정도로 상황이 고조되기 전까지 당 지도부나 중진 의원들이 나서서 분당 행위를 끊어야 했다"며 "이들이 미래권력과 현재권력 사이에서 눈치를 보거나 극렬 지지자들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인 개입을 피한 게 문제"라고 했다. 당 내부에서는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당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15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일부 참석자가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를 향해 손으로 'X'를 그리고 있다. 천안= 연합뉴스


반성 없이 신경전..."비호감 전당대회"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이대로라면 전대 이후가 우려되지만 후보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보다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한 후보는 이날 채널A 유튜브 방송에서 "자꾸 '상호 충돌' '상호 비방'이라고 하는데 제가 네거티브를 하나라도 한 게 있느냐"고 반문했고, 원 후보도 TV조선 유튜브 방송에서 "한 후보를 지지하는 유튜버가 저를 지지하는 유튜버를 폭행하는 영상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나 후보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후보, 한 번은 참았어야 할 후보가 당에 너무 큰 혼란을 몰고 왔다"고 한 후보를 직격했다.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당 내부에서는 "전대 이후의 후폭풍이 두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전대 이후에도 갈등을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사석에서는 한 후보나 윤 대통령 가운데 누구 하나 탈당을 할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했다. 한 당직자는 "보수의 차기 리더들이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 뒤 지지율 상승)를 누려야 할 기회가 인간성의 바닥을 보여주는 비호감 전당대회가 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보수의 이런 모습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더 암담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정치학) 교수는 "진보진영이 압도적 다수이다 보니 긴장감을 상실하고 패권적 모습을 보이는데, 보수까지 분열하면 자칫 사회가 공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며 "보수가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품위·절제·신중함 등 보수의 가치로 다시 무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3856 [속보] 법원, MBC 방문진 새 이사 임명 제동…집행정지 인용 new 랭크뉴스 2024.08.26
43855 한동훈 "25만 원 살포, 쉽겠지만 나라 망해‥어렵지만 효율적으로" new 랭크뉴스 2024.08.26
43854 [속보] 방송문화진흥회 신임 이사 선임 집행정지 인용 new 랭크뉴스 2024.08.26
43853 "5번 하객 식권 받아 가세요"…영화관·식당 넘어 '이곳'까지 점령한 키오스크 new 랭크뉴스 2024.08.26
43852 전공의 이어 간호사들 29일 총파업... “의료 공백 더 나빠질 것” new 랭크뉴스 2024.08.26
43851 "여보, 이제 접자…더 이상 못 버티겠어"…카페·술집 등 1억 못 갚아 65만개 폐업 new 랭크뉴스 2024.08.26
43850 김문수 “박근혜 탄핵 잘못된 일… 국정 농단 아냐” new 랭크뉴스 2024.08.26
43849 한국인 180여 명, 종교행사 참석차 '교전 중' 이스라엘 입국…정부 "출국 권고" new 랭크뉴스 2024.08.26
43848 SK, 한경협에 회부 납비···4대 그룹 중 현대차 이어 두 번째 new 랭크뉴스 2024.08.26
43847 트럼프 ‘관세 인상’ 현실화 땐…“한국 대중국 수출 6% 감소” new 랭크뉴스 2024.08.26
43846 대통령실 "민주당 '독도·계엄령 괴담' 선동…국민은 안 속아"(종합) new 랭크뉴스 2024.08.26
43845 김문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잘못돼... 뇌물 받을 사람 아냐" new 랭크뉴스 2024.08.26
43844 대통령실·경호처 인건비 1년에 1007억…이게 “슬림화” 한 건가 new 랭크뉴스 2024.08.26
43843 예비부부 합동 장례…부천 호텔 화재 희생자 7명 모두 발인 new 랭크뉴스 2024.08.26
43842 ‘적색경보’ 중인 이스라엘에… 한국인 180여명 입국 new 랭크뉴스 2024.08.26
43841 과거사에도 유통기한 있다고?... '절대방패' 소멸시효 뒤에 숨는 정부 new 랭크뉴스 2024.08.26
43840 싸이 2년째 사비 털었다…"소중한 추억" 흠뻑쇼 초청된 군인들 new 랭크뉴스 2024.08.26
43839 '적색경보'인데…한국인 180여명, 종교행사 위해 이스라엘 갔다 new 랭크뉴스 2024.08.26
43838 김문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잘못 돼... 뇌물 받을 사람 아냐" new 랭크뉴스 2024.08.26
43837 대통령실 "민주당, 독도 영유권 의심해…독도는 우리 영토" new 랭크뉴스 2024.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