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 5월14일 오전 경북 경산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서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22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고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는 전직 대통령경호처 출신 송모씨가 임 전 사단장과 골프 모임을 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모임이 이뤄진 시점은 채모 상병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7월19일 이전이다. 송씨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으로 얽혀있는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이모씨를 통해 이른바 ‘VIP’에게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요청한 의혹을 받는다.
1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2022년 6월 송씨와 임 전 사단장 등 4명은 경기 화성시에 있는 해병대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최근 이 골프장을 방문해 출입기록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씨는 이날 경향신문에 “(당시 임 전 사단장과) 골프 친 건 사실”이라며 “안부전화 중에 (임 전 사단장이) ‘곧 사령부를 떠날 수 있다’고 해 (내가) ‘운동 한 번 하자’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해병대사령부 부사령관이던 임 전 사단장은 2022년 6월 말 해병대 1사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임 전 사단장도 이날 경향신문에 송씨 등과 당시 골프를 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최근 논란이 되는 (구명) 로비 의혹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송씨와 임 전 사단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처음 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송씨는 그 이후로는 임 전 사단장과 골프를 친 적이 없고, 구명 로비 의혹이 제기되는 지난해 7월19일부터 8월 말 사이에 임 전 사단장과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다만 지난해 8월2일 위로차 임 전 사단장에게 ‘섣부른 판단 하지 말고 잘 참고 견디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장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임 전 사단장은 닷새 전인 지난해 7월28일에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사의를 표했는데, 이 사실은 8월2일쯤 언론에 보도돼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임 전 사단장도 그 무렵 송씨에게 전화를 건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같은 입장은 송씨가 과거에 한 말과 배치된다. 송씨는 임 전 사단장 책임론이 일던 지난해 8월9일 같은 해병대 출신 변호사 A씨와의 통화에서 “나는 (임 전) 사단장만 잘 살피고 있다. 내가 통화도 하고 그랬다”며 “‘어떤 경우가 와도 도의적 책임은 지지만 사표는 내지 말라’고 그러니 (임 전 사단장이) 자기도 ‘그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말했다. 송씨는 “(임 전 사단장) 자기도 ‘밖에 나가서 대민(활동을) 돕다가 그런 일이 벌어졌는데 그걸 사단장 책임이라고 하면 말이 안 된다’(더라).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나는 가끔 통화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 사건을 심리 중인 군사법원이 임 전 사단장 휴대전화 통신기록 조회를 허가하면서 송씨와 임 전 사단장의 주장 중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가 조만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올해 1월 압수수색을 통해 임 전 사단장 휴대전화를 확보했지만, 임 전 사단장이 협조하지 않아 비밀번호를 풀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는 최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디지털포렌식센터에 협조를 요청했다.
송씨는 지난해 5월 해병대 출신 5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임 전 사단장과의 골프 모임 추진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 대화방엔 1심 법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2차 시기 ‘컨트롤타워’로 지목한 이씨도 들어가 있었다. 이 모임은 실제로 성사되진 않았다.
공수처가 확보한 이씨와 A씨 간 통화 녹취록에도 송씨가 등장한다. 지난해 8월9일 이뤄진 통화에서 이씨는 “송씨가 (임 전 사단장이) 사표 낸다고 해서 내가 못하게 했다”며 “‘내가 VIP한테 얘기할 테니까 사표 내지 마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임 전 사단장→송씨→이씨→VIP’로 이어지는 구명 시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최근 VIP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라고 했다가 김 여사라고 번복하는 등 입장이 오락가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