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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2024 상반기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자본시장의 두뇌, 애널리스트는 때로는 사람들이 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을 발굴하는 개척자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복잡한 길을 안내해 주는 가이드 역할도 합니다. 그들은 숫자로 말하지만 이면을 찾아내는 인사이트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어느 때보다 애널리스트의 분석이 중요해진 시기, 한경비즈니스는 선배인 리서치센터장에게 편지를 받아 싣습니다. 다음은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삼성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지낸 이남우 현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의 글입니다.

이남우 회장은 “애널리스트는 정보를 매개로 자본시장에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며 “지배주주와 경영진이 일반주주를 무시하는 ‘나쁜’ 기업은 장기간 주가가 지지부진할 가능성 높아서 이들 기업에 대해 과감하게 매도 리포트 작성도 권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다음은 이 회장이 후배 애널리스트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입니다.
1990년 추운 겨울, 증권거래소 공시실이 열자마자 제일 먼저 입장했습니다.

회사 홈페이지도 없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도 없던 시절 회사 결산실적을 파악하는 유일한 방법은 공시실에 비치된 보고서를 직접 열람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만의 비교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적자를 모면하기 위해 감가상각 방법을 바꾼 사실을 주석에서 찾았고 세상에 이를 가장 먼저 알렸습니다.

우리 회사 세일즈맨들과 해외 고객들에게 칭찬을 받았고 말단 애널리스트였던 제가 처음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21세기에도 자신의 비교우위를 찾는 방법은 있습니다. 애널리스트 각자 경험과 배경이 다를 테니 자기의 장점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공통적으로 다음 세 가지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첫째, 업에 관한 깊은 지식을 추구해야 합니다. 애널리스트는 수익 추정이 빗나갈 수도 있고 매수 추천했는데 주가는 거꾸로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장기간 흔들리지않고 전문가로서 인정받는 길은 산업과 기업에 대한 로컬 및 글로벌 인사이트를 쌓는 것입니다.

삼성그룹 고 이건희 회장은 관계사 최고경영자들에게 ‘업의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길 주문했습니다. 리서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애널리스트가 담당하는 산업의 본질과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여 핵심 성공 요인과 리스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항상 주주 및 투자자 관점에서 분석해야 합니다. 주가는 성장성, 금리, 리스크 그리고 거버넌스에 의해 결정됩니다.

회사는 리스크를 지고 성장합니다. 투자자도 리스크를 안고 의사결정합니다. 애널리스트는 직업 성격상 담당하는 회사의 리스크 및 거버넌스에 무심할 수 있지만 이 두 가지가 리포트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거버넌스가 나쁜 회사는 목표 주가 설정에 페널티를 과감히 부과하는 것이 맞습니다.

지배주주와 경영진이 일반주주를 무시하는 ‘나쁜’ 기업은 장기간 주가가 지지부진할 가능성 높아서 이들 기업에 대해 과감하게 매도 리포트 작성도 권합니다.

애널리스트는 소신으로 사는 직업입니다. 거버넌스를 꼼꼼히 보기 시작하면 애널리스트는 고객인 펀드매니저 및 일반투자자와 눈높이가 맞춰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장은 스마트해서 내가 고민하는 많은 부분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을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애널리스트가 수익 추정을 바꾸는 사이 주가는 재빨리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래 마켓은 빠르고 똑똑합니다. 과거 10~20년 패턴의 분석을 통해 미래 1~2년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주가는 대부분의 경우 효율적이라는 가정하에 분기 주당순이익을 맞히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기업의 체질 개선을 읽는 큰 호흡이 필요합니다.

애널리스트는 정보를 매개로 자본시장에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합니다. AI 시대에도 업에 대한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거버넌스를 중시하는 애널리스트에 대한 수요는 많을 것입니다.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애쓰는 여러분 모두 파이팅입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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