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낮은 형량·피해자 보호조치 미흡한 상황
"관계 특수성 고려하는 법제도 개선해야"
유튜버 쯔양. 쯔양 채널 캡처


1,0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쯔양이 전 연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폭행 및 협박, 금전 피해를 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교제 폭력'의 심각성이 재차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연인이라는 친밀한 관계를 이용해 금전적 이득을 얻는 '경제 착취'는 신체·정신적 폭력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그 수도 증가 추세라 가해자에 대한 형량과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등 현행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전 갈취·통제하는 연인 간 교제폭력

아내에게 성관계 촬영을 강요하거나 성인방송을 하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30대 전직 군인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2월 4일 미추홀구 인천지법에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쯔양은 1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남자친구 A씨가 교제 기간 동안 상습 폭행을 일삼았고, 이별할 경우 (불법 촬영)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며 털어놨다. A씨는 쯔양이 '먹방'으로 유명세를 얻자 소속사를 설립해 수익을 7대 3으로 나누는 부당계약도 했다. 이로 인해 쯔양이 입은 총피해액은 4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쯔양과 같은 연인 간 경제 착취는 교제 폭력의 한 유형으로 이미 분류되고 있다. 여성계에서는 이를 '경제적 폭력'으로 정의하는데, 돈을 빼앗는 일부터 자신의 수입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강제로 빚을 지게 하는 등 금전을 이용해 피해자의 일상을 침해하고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 한국여성의전화 '2023 상담통계 분석'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경제적 폭력 상담은 450건으로 전체 피해 유형의 17.1%에 달한다. 신체적 폭력(73.8%), 성적 폭력(13.1%), 정서적 폭력(57.8%) 못지않은 수치다. 다른 기관에 접수되거나 신고되지 않은 건수까지 합치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적 폭력 상담은 2022년보다 59%나 증가했는데 유튜브 등 개인 방송 콘텐츠 시장 활성화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진입장벽이 낮아 누구나 시도할 수 있고 성공하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연인, 배우자에게 영상 출연을 강요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자극성이 강할수록 조회수가 늘어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 성인물 촬영 등을 강요하는 일도 발생한다. 2021년부터 3년간 아내를 자택에 가두고 성관계 영상 촬영과 성인방송 출연을 강요(감금 및 협박죄)한 군인 남편 A(37)씨는 얼마 전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A씨 협박에 시달리던 아내는 숨진 채 발견됐는데 유서에는 그간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형량 강화 및 보호조치 개선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이에 교제 폭력 처벌의 법제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교제 폭력은 현행법상 형법으로 대개 다뤄져 피해자 보호 조치부터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피해자가 이별을 고하거나 신고할 경우 보복 위험이 큰데, 형법은 가정폭력 처벌법이나 스토킹 처벌법과 같이 보호조치는 두지 않고 특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에만 안전조치를 적용해서다. 민고은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교제 폭력에선 피해자 보호조치가 미흡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보호조치 관련 법제화를 통해 피해자가 국가기관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이 겪는 극심한 고통에 반해 형량도 낮은 편이다. 경제적 착취는 신체에 가해지는 물리적 폭행, 모욕, 협박 등 다른 유형의 교제 폭력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자세히 알고 있어 피해가 더 크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는 교제 관계의 특수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수정 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은 "연인 등 인적 신뢰 관계가 있는 경우 형을 가중할 필요가 있다"며 "가정폭력 처벌법 등의 적용 대상을 연인 등 관계로 넓히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3330 "전기차 화재 막자"…車업체, '배터리 이상징후 알림' 활성화 랭크뉴스 2024.08.25
43329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보관 탱크 내년부터 해체 개시 랭크뉴스 2024.08.25
43328 [속보] 이스라엘군 "헤즈볼라에 선제 타격…레바논 표적 공습" 랭크뉴스 2024.08.25
43327 이별 통보에 8년 사귄 연인 폭행한 승려 벌금형 랭크뉴스 2024.08.25
43326 윤석열식 남 탓의 절정 ‘반국가세력’ 타령 랭크뉴스 2024.08.25
43325 지난해 건보료 내고도 진료 안 받은 ‘의료미이용자’ 241만명 넘어…“의료 양극화 갈등 우려” 랭크뉴스 2024.08.25
43324 “최고의 남편이자 아빠…안녕, 나의 킹콩” [기억저장소] 랭크뉴스 2024.08.25
43323 ‘검찰 사칭’ 1511억 챙긴 보이스피싱 조직, 중국서 검거···피해자만 1923명 랭크뉴스 2024.08.25
43322 “다시 부는 ‘영끌’ 열풍”...주담대 증가폭 역대 최대 랭크뉴스 2024.08.25
43321 "발코니에 아이가"…사색된 6살 몸던져 구한 '이민자 스파이더맨' 랭크뉴스 2024.08.25
43320 종로학원, 의대 증원에 ‘N수생’ 최대 17만 8천여 명 전망…21년만 최대 될 수도 랭크뉴스 2024.08.25
43319 독립기념일 맞아 새 드론 공개한 우크라… 젤렌스키 "러, 응징 알게 될 것" 랭크뉴스 2024.08.25
43318 “한국, 이러다 망하는 거 아니야?”...부채 ‘3000조’ 시대 개막 랭크뉴스 2024.08.25
43317 "평균 연봉 3억5000만원?"…사람 없어서 몸값 치솟는 '이 직업' 뭐길래? 랭크뉴스 2024.08.25
43316 [단독] 윤 대통령 ‘카르텔’ 발언 후 과기부 R&D과제 1만여개 연구비 삭감···97개는 연구 중단 랭크뉴스 2024.08.25
43315 서울 ‘0.1도’ 차로 34일만에 연속 열대야 끝 랭크뉴스 2024.08.25
43314 피해금액만 '1500억원' 보이스피싱 일당 한국 강제 송환 랭크뉴스 2024.08.25
43313 의대 정원 확대에 'N수생' 21년만 최대될 듯…17만8천명 예상 랭크뉴스 2024.08.25
43312 로또 청약 광풍에 칼 빼든 정부, 줍줍 제도 전면 개편 추진 랭크뉴스 2024.08.25
43311 케네디 사퇴 ‘찻잔 속 태풍’일까…양당 후보, 경합주 총력전 예고 랭크뉴스 2024.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