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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 변론서 작심 발언
이태원 참사에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5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용산구청 전 안전재난과장이 결심공판에서 “국가의 의무를 말단 공무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했다”며 “‘대통령실 이전’이 참사에 일부 영향을 끼쳤는데도 행정안전부, 대통령실 등 ‘윗선’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작심 발언에 나섰다. 이날 검찰은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에게 징역형을 구형했다.

15일 검찰은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게 징역 7년, 최원준 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유승재 전 용산부구청장과 문인환 전 안전건설교통국장에겐 각각 금고 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뒤 같은 해 3월부터 1년4개월간 재판받았다.

이날 재판은 검찰의 공소사실 설명과 구형, 각 피고인 쪽의 최후변론, 피고인들의 최후진술 순으로 이어졌다. 검찰은 박 구청장에 대해 “이번 사고를 막을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 중 하나”라며 “용산구 재난 총괄책임을 지는 장이자 재난예방을 위한 안전관리의 장이다. 컨트롤타워로서 인파 집중 사고를 예방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구청장 등은 앞선 재판과 같이 ‘매년 핼러윈 데이가 개최됐지만 이처럼 대규모 인파 밀집으로 인한 압사 사고 위험은 없었고 예견할 수도 없었다’는 취지로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날 눈에 띈 것은 최 전 과장 쪽의 최후변론이었다. 최 전 과장의 변호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엔 ‘국가’가 빠졌다”고 주장했다. 최 전 과장 쪽은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의 사실상 공통된 상위 기관이자 재난안전관리 계획의 최종 책임자인 행정안전부 장관이 제외된 것은 “수사기관의 이중잣대”, “꼬리 자르기 수사”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사를 두고 부정적으로 표현했던 점 등을 봤을 때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이행해야 할 수장이 이렇게 생각하는데 재난안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발동할 수 있었겠느냐”고도 말했다. 특히 “유독 2022년 5월 기존과 달리 변화가 있었다”며, 용산으로 대통령실이 이전했다는 점을 참사의 원인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전 과장 쪽이 “이런 식의 수사·기소는 똑같은 세월호·이태원 참사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최고 권력자가 재난안전관리 체계를 확립하고 피해자들에게 명복을 빌고 사과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하며 발언을 마치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 10여명이 참여한 방청석에선 “옳소”라며 일제히 박수가 나왔다. 검찰의 이날 공소사실 설명에선 그간 재판 증언으로 나왔던 대통령실 이전 문제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날은 이태원 참사의 사전 예방과 사후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묻는 업무상 과실 재판의 첫 결심공판인 만큼, 시작부터 격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유가족은 줄곧 마스크를 쓰고 있는 박 구청장에게 “얼굴 좀 보자”고 소리쳤고, 피고인 쪽 변론 땐 “거짓말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이 최종 의견에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계실 유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하며 울먹이자, 방청석에선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박 구청장은 최후진술에서 “구청장으로 참사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 지금도 그날의 현장을 떠올리면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에 유가족들은 “그렇게 미안하면 (자리에서) 내려오면 된다”고 대꾸했다. 재판부가 유가족 최종 발언 전 박 구청장 등을 법정에서 내보내자, 분노한 유가족들이 그를 쫓아 나가다 충돌이 일기도 했다.

박 구청장 등 용산구청 직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에 대한 선고는 9월30일로 예정됐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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