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토머스 매슈 크룩스(사망)의 2022년 베설파크 고등학교 졸업 당시 사진.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피격 사건을 수사 중인 미 연방수사국(FBI)은 14일(현지시간) 이 사건을 용의자 토머스 매슈 크룩스(20·사망)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에 대한 개인적 반감으로 혼자 범행하는 '외로운 늑대'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 수사팀이 확보한 증거로는 뚜렷한 정치적 성향 등 범행 동기를 추정할 만한 단서가 전혀 등장하지 않고 있어, 이 부분은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도 크다.

극단주의 단체 연계 흔적 없고… 정신병·범죄전력도 없어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FBI는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내린 잠정 판단을 이같이 공개했다. FBI는 이 사건을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미수'로 규정한 뒤, 자택·휴대전화 압수수색 등 초동 수사를 진행해 왔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오리무중이다. 일단 크룩스가 외국 극단주의 단체 등과 연계됐다는 흔적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신병을 앓았거나 특정 이념에 몰두한 정황도 파악되지 않았다. 범죄이력은 물론 FBI 수사망에 오른 적도 없었고, 범행에 사용한 AR-15 소총 역시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이었다는 게 수사팀 설명이다. FBI는 크룩스의 차량 수색 과정에서 폭발 물질로 의심되는 장치를 발견해 분석 중이다.

수사팀은 그의 과거 온라인상 이력도 뒤졌는데, 또래와 달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흔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에 이른 계기를 유추할 단서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FBI는 밝혔다.

지난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토머스 매슈 크룩스(사망)의 2021년 베설파크 고등학교 시절 사진. 베설파크=AP 연합뉴스

평범한 중산층 가정 출신… "왕따당했다" 주장도

펜실베이니아주(州)의 중산층 가정 출신인 크룩스는 체스와 비디오 게임을 좋아했고 코딩을 배우는 등 평범한 청년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등학교 졸업 당시 비영리 단체에서 수학·과학 과목 장학금 500달러를 받는 등 성적도 평균 이상이었다. 영양보조사로 집 근처 요양원에서 근무한 기록도 있었다.

주 유권자 명부에는 공화당원으로 등록돼 있지만,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2021년 1월 20일 진보 계열 유권자 단체에 15달러(약 2만 원)를 기부한 이력도 있었다. 이 지역 카운티의회 댄 그르즈벡 의원은 NYT에 "그의 어머니는 민주당원이었고 아버지는 자유주의 성향이었다"며 "우리 지역에서는 전형적인, 정치 성향이 혼재된 가정"이라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공화·민주당 지지세가 엇비슷한 대선 경합주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주변인들은 크룩스를 "친구가 거의 없으며, 말수가 적고 정치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때로는 위장복이나 사냥복을 입고 등교하기도 했는데, 이런 옷차림과 외모 때문에 따돌림을 받았다는 증언들도 나왔다.

총격 직전 크룩스 발견하고도 체포 못해… '경호 실패론'

경호 실패론도 거세지고 있다.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선거 유세 중이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 및 현장 질서 유지는 비밀경호국(SS)과 지역 경찰이 담당했는데, 경찰관이 총격 직전 크룩스를 발견하고도 제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당시 '수상한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건물을 뒤지던 한 경찰관이 크룩스와 마주쳤으나, 자신에게 총구를 겨누자 체포하지 못하고 몸을 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크룩스의 총격은 그 직후 이뤄졌다.

한국일보

위용성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