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주민 여러분의 크신 사랑과 은혜로 잘 근무했고, 아쉬운 작별 인사를 올립니다."

서울 동작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손편지.

'퇴임 인사'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 편지를 쓴 사람은 이곳에서 12년 넘게 근무한 경비원 A 씨입니다.


A 씨는 지난달, 아파트 경비 용역업체로부터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받았습니다.

12년 넘게 일한 일터이지만, '왜 떠나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통보 방식도 '문자 한 통'이 다였습니다.

■3개월 '쪼개기' 근로계약…경비원은 '파리 목숨'

용역업체가 10년 넘게 일한 경비원을 손쉽게 교체할 수 있는 이유는 3개월 단위 '초단기' 근로계약에 있습니다 .

이른바 '쪼개기 근로계약'으로도 알려진 이 방식에 따르면 용역업체와 경비원이 3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합니다. 3개월 근로계약이 끝나면 다시 계약을 맺고, 그 계약이 끝나면 또다시 계약을 맺는 식입니다.


이런 쪼개기·초단기 근로계약은 경비원의 신분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용역업체는 3개월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계약만료'를 근거로 손쉽게 경비원을 교체할 수 있습니다.

기자: 선생님도 3개월씩 계약하세요?
경비원: 네.
기자: 그럼 3개월마다 관리사무소 가서 계약서 쓰시는 거예요?
경비원: 그건 부인할 수가 없는 얘기니까.
기자: 이런 게 좀 바뀌어야 할 텐데요.
경비원: 경비한테 경비 얘기 묻는데 뭐 할 말이 있겠습니까...
- ○○아파트 경비원-기자 대화 中

■"아저씨를 돌려주세요"…발 벗고 나선 주민들

A 씨처럼 '근로계약 종료'를 근거로 아파트를 떠나야 했던 경비원들. 올해 상반기 ○○아파트에서만 15명에 달합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용역업체 측에 '10년 이상' 근무한 경비원들을 교체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연관 기사] “경비아저씨를 돌려주세요”…무더기 교체에 입주민 나섰다

"용역업체한테 우리가 그랬어요. 물도 오래되면 고이니까 10년 넘은 거는 경비를 교체해 주십시오."
- ○○아파트 입주자 대표 (지난달, 입주자대표회의 中)

주민들은 반발했습니다. 열심히 일하던 경비원을 동대표들의 결정으로 교체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는 겁니다.

"경비 선생님께서 해고를 얼마 안 남겨두고 저희한테 말씀하신 거예요. 일한 지 10년, 11년 정도 되신 것 같아요. 주민들과 굉장히 유대가 깊고, 각 세대 구성원들에 대해서 빨리 파악을 하셨어요."
- ○○아파트 주민

오랜 시간 함께 지낸 경비원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경비원 교체를 반대한다는 주민들의 서명을 모아 입주자대표회의에 전달했고, 차량 시위도 벌였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경비원들이 3개월 단위로 '쪼개기 계약'을 맺어온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왜 나가시는 건지 그 얘기를 들어봤더니 3개월씩 근무계약을 하고 계셨고. 저는 입주민이지만 그렇게 오래 뵈면서도 몰랐던 사실이고요. 그 얘기를 듣고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부끄럽고."
- ○○아파트 주민 김경환 씨

'경비아저씨를 돌려달라'는 주민들의 목소리에도 입주자대표회의는 요지부동입니다. 오히려 '경비원 교체'는 용역업체가 결정한 일이라며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결국 주민들은 경비원 처우 개선과 입주자대표회의 전원 사퇴를 요구하며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6623 추석연휴 최장 9일…국내 주요리조트는 벌써 만실 랭크뉴스 2024.08.22
46622 '강남역 살인' 피해자 父 "최씨, 개원 위해 딸과 혼인신고 후 가스라이팅" 랭크뉴스 2024.08.22
46621 경찰·국정원까지 출동… '공산당' 현수막 내건 계모임에 '화들짝' 랭크뉴스 2024.08.22
46620 떠들썩하게 시작한 '이선균 사건' 수사…마무리는 '쉬쉬' 랭크뉴스 2024.08.22
46619 부산 옛 한진중공업 재개발 PF 사업장 경공매 신청… 대주단 “채권 회수 진행 중” 랭크뉴스 2024.08.22
46618 “두산에너빌·밥캣 주주 명단 공개해라”… 액트, 법원에 가처분 신청 랭크뉴스 2024.08.22
46617 폭염 속 부천 아파트서 90대 사망…"열사병에 코로나19 겹쳐" 랭크뉴스 2024.08.22
46616 한동훈 “청담동 술자리 가짜뉴스, 지금까지 민주당 누구도 사과 안해” 랭크뉴스 2024.08.22
46615 “임의규정일 뿐”…전국 기초단체 226곳 중 인권센터 겨우 11곳 랭크뉴스 2024.08.22
46614 "화산 폭발한다!" 목숨 건 구경꾼들 랭크뉴스 2024.08.22
46613 "3만원짜리 치킨 왜 먹어요?…그 돈이면 '이것' 온 식구가 배터지게 먹는데" 랭크뉴스 2024.08.22
46612 이재명의 끝없는 변신, 왜 동그란 안경을 선호할까? [패션 에티켓] 랭크뉴스 2024.08.22
46611 정말 개처럼 뛸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랭크뉴스 2024.08.22
46610 [투자노트] 전기차 주식 보신다고요?… 10월까지는 기다리시는 게 좋습니다 랭크뉴스 2024.08.22
46609 '빙그레 오너가' 김동환 사장, 술에 취해 소란 피우다 경찰 폭행 랭크뉴스 2024.08.22
46608 '처서'에도 무더위 계속…전국 대체로 흐리고 비 랭크뉴스 2024.08.22
46607 오늘 처서지만…전국 최고 36도 무더위 랭크뉴스 2024.08.22
46606 일촉즉발 투신 직전, 머리채 잡아 살린 인도 택시 기사 [잇슈 SNS] 랭크뉴스 2024.08.22
46605 5학년 남학생이 1학년 여학생 성희롱 논란 랭크뉴스 2024.08.22
46604 한석봉처럼 불 끄고 연습한 데이식스, 일 냈다... 초등생도 부르는 '청춘 찬가' 랭크뉴스 2024.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