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14일 행사 장소인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대형 실내경기장 파이서브 포럼에서 한 지지자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을 새긴 티셔츠를 입고 있다. 밀워키/AFP 연합뉴스

공화당 전당대회 직전 터진 총격 사건에 ‘피해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단결’을 강조하며 한껏 기세를 올리고 있다. 반면 전직 대통령도 경호하는 연방정부 산하 비밀경호국의 경호 실패 논란까지 만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수세에 몰려 뒷수습에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당대회 개막 전날인 14일 오후(현지시각) 대회 장소인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도착했다. 그는 밀워키로 출발하기 전 소셜미디어에 “난 공화당 전당대회 참석을 이틀 미루기로 했다가 방금 총격범이나 암살 시도 등 어떤 것도 내 일정을 바꿀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의 밀워키 도착 계획이 애초 무엇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공식 후보 지명과 수락 연설이 18일까지 이어지는 전당대회 후반에 예정돼 있어 도착 일정을 늦출 수는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둘러 밀워키에 도착한 것은 총격 사건의 ‘효과’를 살리면서 지지세를 확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미국은 “악이 이기게 놔둘 수 없다”며 “우리가 단결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주셨다”고도 했다. 대선 관련 행보에 소극적이던 그의 아내 멜라니아도 성명을 내어 총격범을 “괴물”로 표현하면서 “증오, 독설, 폭력을 촉발하는 단세포적인 사고”를 극복하자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두 차례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단결’을 강조했다. 그러나 고령 논란에 시달리다가 이번 사건까지 터지면서 더욱 수세에 몰린 분위기가 두드러졌다. 그는 “단결은 가장 이루기 힘든 목표이지만 지금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며 “우리는 적이 아니라 이웃, 친구, 동료들”이라고 했다. 전날 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통화를 언급하면서는 “그의 상태가 괜찮고 회복 중이라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우리는 짧지만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부르던 것과 크게 달라진 태도다.

바이든 대통령은 비밀경호국의 경호 실패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현장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밝히기 위한 철저하고, 신속하며, 독립적인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공화당 전당대회에 대해 안전 조처를 재검토하라고 비밀경호국에 지시했다. 그는 “총격범의 동기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추정하지 말자”며 섣부른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화당 쪽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엔비시(NBC) 방송 인터뷰에서 정치적 폭력을 비난하면서 “아마 링컨 이래 언론, 할리우드 엘리트들, 정치인들, 심지어 법률 시스템에 의해 (트럼프 전 대통령만큼) 심하게 악마화되고 정말로 탄압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그 지지 세력이 이번 사건의 분위기를 만들어줬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이런 가운데 개막한 공화당 전당대회는 총격 사건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세 확대 수단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에서는 대선 후보 공식 지명, 후보 수락 연설, 부통령 후보 지명, 당 강령 채택 등이 진행된다.

밀워키/이본영 특파원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279 "한국 관광지는 넷플릭스 덕"‥"中·日이 나아" 발언에 발칵 new 랭크뉴스 2024.08.19
45278 태풍 종다리 내일부터 제주 영향…해상에 태풍 예비특보(종합) new 랭크뉴스 2024.08.19
45277 [정책 인사이트] 위기 임산부 지원 한 달, 포기할 뻔했던 아기 엄마가 품었다 new 랭크뉴스 2024.08.19
45276 조지호 경찰청장, ‘수사외압 의혹’ 조병노 경무관 인사에 “좌천 맞다” new 랭크뉴스 2024.08.19
45275 박찬대 “한동훈, 토 달지 말고 26일까지 채상병 특검법 발의하라” new 랭크뉴스 2024.08.19
45274 배달 음식에 이물질 넣고 130여 차례 환불…20대 연인 구속 new 랭크뉴스 2024.08.19
45273 “이게 가짜였으면 좋겠다”… 미 IT매체, 아이폰16 색상 혹평 new 랭크뉴스 2024.08.19
45272 코스피 상장사 상반기 영업이익 60兆… 1년 전보다 4배 늘어 new 랭크뉴스 2024.08.19
45271 조지호 경찰청장 "수사외압 의혹 경무관 전보, 좌천성 아니고 좌천 맞다" new 랭크뉴스 2024.08.19
45270 넷플릭스 다큐로도 제작된 인니 '커피 킬러' 8년여만에 가석방 new 랭크뉴스 2024.08.19
45269 안산서 등교 중이던 여중생 둔기로 살해하려 한 10대 체포(종합) new 랭크뉴스 2024.08.19
45268 '김여사 디올백' 수사심의위 불발‥이원석 총장 직권 소집 가능성 남아 new 랭크뉴스 2024.08.19
45267 ‘연임’ 이재명 “정치 목적은 먹사니즘”…한동훈 “격차 해소 정책에 중점” new 랭크뉴스 2024.08.19
45266 윤 대통령 “반국가 세력 곳곳 암약…북 개전 초 분열 꾀할 것 ” new 랭크뉴스 2024.08.19
45265 [단독]여야 의원, '美민주 대선후보' 해리스 만난다 new 랭크뉴스 2024.08.19
45264 코로나 환자 8월 말 주간 35만명 전망…'작년 최고 유행 수준' new 랭크뉴스 2024.08.19
45263 김호중, 재판서 모든 혐의 인정… 음주운전은 제외 new 랭크뉴스 2024.08.19
45262 “생수 싹쓸이”…세금 2억 들인 냉장고에 실종된 양심 [잇슈 키워드] new 랭크뉴스 2024.08.19
45261 이재명 “대통령실이 배려할 건 일제 천황 아닌 우리 국민 마음” new 랭크뉴스 2024.08.19
45260 전당대회 연설까지… 정치에서도 영향력 커진 美 인플루언서들 new 랭크뉴스 2024.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