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장에서 오른쪽 귀 윗부분에 총탄을 맞아 피를 흘리면서도 주먹을 치켜들고 지지자들을 향해 "싸워라(Fight), 싸워라, 싸워라"고 외치고 있다. 성조기를 배경으로 한 이 장면을 두고 뉴욕타임스는 "역사에 잊히지 않을 이미지"라고 평가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유세 중 총격을 받아 오른쪽 귀 윗부분이 관통되는 부상을 입었다. 저격범은 현장에서 사살됐다. 공화당 대선후보 대관식이 열리는 전당대회 직전 충격적인 테러가 발생해 정치권의 긴장이 고조됐다.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일 오후(현지시간)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중 공격을 받았다. 연설 시작 5분쯤 지나 전광판에 불법 이민자 증가를 나타내는 차트를 띄우고 이를 설명할 때 관중석 왼편에서 총성이 3~4차례 울렸다. 트럼프는 얼굴을 찡그리며 오른쪽 귀를 틀어막고 곧바로 단상 밑으로 몸을 숙였다. 총성은 이후에도 몇 차례 계속됐다. ABC방송은 “최대 8발이 발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몸을 숙이라”고 소리치며 단상으로 뛰어 올라가 트럼프를 에워쌌다. 이후 트럼프는 오른쪽 귀에 피를 흘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관중석을 향해 주먹을 불끈 들어 보이며 “싸워라”고 외친 뒤 차량에 탑승했다.

펜실베이니아 지역 병원으로 옮겨진 트럼프는 간단한 응급처치를 받은 뒤 퇴원했다. 14일 새벽에는 뉴저지주 뉴어크 공항에 도착, 전용기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내려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트럼프는 치료를 마친 뒤 트루스소셜에서 “윙윙거리는 소리와 총소리를 들었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즉각 알았고, 바로 피부를 찢는 총알을 느꼈다”며 “이런 일이 미국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하루 뒤인 14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입장문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신 분은 오직 하나님”이라며 “어제 여러분의 염려와 기도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단결해 결연하게 악의 승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주 위스콘신에서 연설할 기회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 전당대회에 예정대로 참석한다는 뜻이다.

사법 당국은 이번 사건을 ‘암살 시도’로 규정하고 수사 중이다. 현장에선 총격범 외에 유세를 지켜보던 지지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버틀러카운티의 리처드 골딩거 검사는 총격범이 유세장 인근 건물 옥상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방수사국(FBI)은 총격범이 펜실베이니아에 거주하는 20세 토머스 매슈 크룩스라고 밝혔다. 그의 차량에선 폭발물이 발견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난 그가 안전하고 잘 있다고 들어서 감사한다”며 “미국에서 이런 종류의 폭력이 있을 자리는 없다. 우리는 하나의 나라로 단결해 이를 규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엑스에 올린 영문 메시지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며 “끔찍한 정치 폭력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전웅빈 기자([email protected])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