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카카오모빌리티 ‘매출 뻥튀기’ 의혹
당국 심의중 주행기술 핵심 쟁점화
카카오모빌리티 제공

서울에서 택시 가맹 사업을 하는 카카오모빌리티(카모)의 ‘카카오 티(T) 블루’ 택시를 타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센터패시아(대시보드의 가운데)에 티머니가 개발한 ‘앱 미터기’가 달린 차량이 대부분이다. 이 장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얻은 위치·시간 정보와 자동차 바퀴의 회전수를 측정해 택시 요금을 계산하는 장비다.

카모는 티머니의 앱 미터기에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블루 미터기’를 부착해 택시 기사의 휴대전화를 거쳐 회사 쪽으로 미터기 정보를 가져온다. 이렇게 4년여간 긁어온 정보의 가치가 1조원(가맹 택시 요금의 16.7%)에 육박한다는 게 카모 쪽 주장이다. 택시 미터기 정보가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운송관리시스템(TMS)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알짜 정보’라는 얘기다.

미터기 정보는 정말 1조원의 가치가 있을까?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카카오모빌리티 회계 조작 의혹 심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택시 자율주행 기술’이 핵심 쟁점의 하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업 회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금융당국 내 심의기구에서 이례적으로 테크(기술) 분야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카모 분식회계(회계 사기) 의혹의 핵심은 카모 쪽이 회사 매출을 뻥튀기하기 위해 가맹 택시 기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았다가 되돌려주는 꼼수를 썼다는 것이다. 현재 카모 가맹 택시(블루 택시)는 택시 요금의 20.0%를 카모의 100%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에 가맹 수수료로 낸다. 그리고 카모는 차량 운행 데이터와 광고·마케팅 참여 대가 등으로 운임의 16.7%를 다시 택시 기사들에게 되돌려준다.

이런 방식을 통해 카모는 회사 매출액에 실질 수수료 3.3%(20.0-16.7%)가 아닌 가맹 수수료 20%를 반영해왔다. 이 같은 ‘이중 계약’ 구조엔 카모의 상장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고의적인 매출 뻥튀기 의도가 깔려있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지적이다. 반면 카모 쪽은 “가맹 택시의 운행 데이터는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는 만큼 데이터 제공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것”이라고 반박해 왔다.

문제는 카모 쪽이 내세우는 택시 운행 데이터의 경제적 활용 가치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카모가 가맹 택시 사업을 시작한 2019년 말 당시 서울을 비롯한 국내 택시 대부분은 ‘기계식 미터기’를 장착한 차량이었다. 기계식 미터기란 차량 바퀴의 회전수를 통해 택시의 이동 거리와 요금을 측정하는 장치다. 일부러 타이어 공기압을 낮춰 택시 요금 바가지를 씌우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심심찮게 나올 만큼 낙후된 기계 장치다.

이처럼 카모가 가져오는 택시 미터기 정보가 ‘이동 거리 정보’에 불과한 만큼, 택시 자율주행 기술 개발 등은 명분일 뿐 실제론 매출 부풀리기 의도 아니냐는 게 의심의 뼈대다. 실제 카모의 연결 재무제표를 보면, 회사가 데이터 제공 및 광고 대가 등으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택시 기사들에게 되돌려준 수수료는 최대 1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반면 서울시 기준으로 택시(고급·대형 승합 택시 제외)에 이동 거리 정보뿐 아니라 위치 정보까지 포함하는 앱 미터기가 의무 장착 및 보급된 건 관련 법령(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이 이뤄진 2022년 이후다. 카모 쪽은 “기계식 미터기를 사용할 때도 블루 미터기 데이터와 기사 휴대전화 내 애플리케이션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 위치 데이터 등을 결합해 가치 있는 데이터를 생산해 왔다”며 “앱 미터기가 다수인 현재 상황과 이전의 데이터 가치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카모가 택시 기사에게 수수료 16.7%를 되돌려주는 이유라며 언급하는 광고 역시 차량 조수석 뒤쪽에 붙이는 A4 용지보다 작은 크기의 종이 한 장이 전부다. 이 역시 홍보 활동으로서 경제적 가치가 불투명하다는 이야기다.

‘카카오 티(T) 블루’ 가맹 택시의 조수석 뒤쪽에 붙어있는 홍보 전단.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홍보 전단 부착과 택시 미터기 정보 제공 등을 이유로 가맹 택시에 택시 요금의 16.7%를 수수료로 되돌려준다. 박종오 기자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소프트웨어 쪽은 회사가 정보 진위의 칼자루를 쥐게 되는 만큼, 금융당국 심의에 테크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붙여서 카모의 주장을 검증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 증선위는 오는 17일 카모 분식회계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지만, 이날 결론 내지 않고 다음달 21일 재심의하는 등 심사가 장기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854 40대女, 순찰차에 35시간 갇혀있다 숨졌다…경찰 "안 쓰던 차" 랭크뉴스 2024.08.18
44853 "살아 돌아와 감사하다"…열대야 달리기대회서 28명 탈진 랭크뉴스 2024.08.18
44852 인도 돌진 보행자 숨지게 한 60대 송치... "급발진 사고" 주장 랭크뉴스 2024.08.18
44851 중중 응급환자 살리는 '의사탑승 소방헬기' 경남에서도 뜬다 랭크뉴스 2024.08.18
44850 민주당 새 지도부 선출…이시각 전당대회 현장 랭크뉴스 2024.08.18
44849 내년부터 스마트폰·TV '자가수리' 가능한 부분 안내 권고 랭크뉴스 2024.08.18
44848 與 "8월 말까지 국회 연금특위 구성하자" 민주당 압박 랭크뉴스 2024.08.18
44847 이번엔 인천 송도 아파트 지하주차장서 화재… 전기차 아닌 가솔린 랭크뉴스 2024.08.18
44846 방심위, ‘사생활 침해 정보’ 쏟아지는 나무위키 제재 방안 고민한다 랭크뉴스 2024.08.18
44845 실거주 의무 없고 추첨제 물량도 200여가구…'디에이치 방배' 관심 ↑ 랭크뉴스 2024.08.18
44844 ‘인천 전기차 화재’ 스프링클러 끈 직원, 과실치상죄 적용되나 랭크뉴스 2024.08.18
44843 한미, 내일 UFS 연습 개시…여단급 훈련 4배로 늘어 랭크뉴스 2024.08.18
44842 방심위, KBS 광복절 '기미가요 방영' 논란 신속심의 예정 랭크뉴스 2024.08.18
44841 ‘그냥 쉬는’ 청년 44만 역대 최대…75%는 “일할 생각 없다” 랭크뉴스 2024.08.18
44840 김민희 “홍상수, 당신의 영화를 사랑한다”…로카르노 최우수연기상 랭크뉴스 2024.08.18
44839 정부, 추석 앞두고 농축수산물 원산지 표시 일제점검 랭크뉴스 2024.08.18
44838 "빚 많아서" 금은방털이 40대 붙잡혀…도보·자전거로 20㎞ 도주(종합) 랭크뉴스 2024.08.18
44837 ‘미 경찰 총격 사망’ 한인 흉기 들고 있었나…사건 당시 보디캠 공개 랭크뉴스 2024.08.18
44836 ‘쉬는 청년’ 44만명, 역대 최대… 4명 중 3명은 “일할 생각 없다” 랭크뉴스 2024.08.18
44835 인문계 최상위권 16% 의대·한의대 진학 랭크뉴스 2024.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