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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기준위 초안에 “국제 흐름 역행”
지난 3월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개최한 ‘세계 여성의 날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성별 임금 격차 해소’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최초로 마련된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기준 초안에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가능케 하는 요인 중 하나인 ‘성평등’ 관련 지표가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사회 흐름과 어긋나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회계기준원 산하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는 지난 4월 말 이에스지 공시 의무화 흐름에 발맞춰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을 공개하고, 올해 안 최종안 공표를 목표로 다음달까지 기업·투자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 한국회계기준원은 기업 회계처리 기준을 제정하는 독립된 민간기구로, 2026년 이후로 예정된 국내 기업의 이에스지 공시 의무화에 대비해 기준 마련에 나선 것이다.

공개된 초안은 △일반사항(재무정보 작성·보고 시 준수사항) △기후 관련 공시사항 △정책 목적을 고려한 추가 공시사항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정책 목적을 고려해 추가로 공시하는 내용엔 성별에 따른 출산휴가 사용 직원 수 비율, 육아휴직 사용 직원 수 비율 등 ‘저출생 대책’ 관련 지표들은 포함돼 있으나, 성별 직원 비율이나 성별에 따른 승진 및 근속 연수, 성별 간 임금 차이 등 성평등 관련 지표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이숙진 두이에스지(DoESG) 대표는 14일 이런 초안에 대해 성평등 제고 노력을 알 수 있는 지표 사용을 권장하는 국제사회 흐름과는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제사회는 이에스지 공시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기업의 성평등 제고 노력을 알 수 있는 지표를 반영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한 예로 세계경제포럼이 2021년 1월 제시한 ‘이에스지 공시 가이드라인’에는 남성 대비 여성의 기본급과 보수 비율은 물론, 성별 신규채용 인원 수와 채용 비율, 성별 인당 평균 교육훈련시간 등을 평가하는 지표들이 포함돼 있다. 미국의 장외 주식시장인 나스닥도 2019년 5월 성별 임금 격차와 고위관리자 및 임원의 성별 비율, 성희롱 방지 및 차별금지 정책 유무 등 지표를 포함한 ‘이에스지 공시 가이드’를 내놓은 바 있다.

이 대표는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은 기업 이사회 여성 수 등의 지표를 점수로 환산해 기업의 시장가치를 매기는 ‘젠더 다양성 지수’를 운영하는데,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투자 결정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해당 지표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도 성평등과 성별 다양성을 제고할 수 있는 지표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 주요 기관들이 성평등 관련 지표를 공시에 포함하도록 권고하는 까닭은 기업 내 성평등 수준이 높을수록 경쟁사보다 재무 성과가 뛰어나다는 점이 여러 연구를 통해서 확인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예로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 앤드 컴퍼니’의 2018년 다양성과 재무적 성과에 관한 보고서를 보면, 임원 성별 다양성에서 상위 25%에 해당하는 기업은 하위 25%에 해당하는 기업보다 이자와 세금을 납부하기 전 영업이익(EBIT) 마진 성과가 21%가량 높게 나타났다. 미국의 투자회사 모건스탠리가 2016년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성별 다양성이 높은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해 자본 조달에 영향을 미치는 주가 변동성이 낮았다.

이를 떠나서 투자자 등의 의사 결정 근거 자료가 되는 공시 정보에 성평등 관련 지표를 담아 기업의 성별 다양성 확보 노력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민선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평등 관련 정보 공개를) 기업의 선택에 맡길 경우 과연 기업이 알아서 성별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을 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성별 임금 격차 등을 공시 사항에 포함함으로써 그에 대한 기업의 성과와 노력을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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