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거리에 카드론 대출 스티커가 붙어 있다. /뉴스1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이 대출에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급전 수요가 카드·캐피탈사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카드론과 리볼빙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호금융·보험·저축은행·카드·캐피탈사 등 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보다 12조8000억원 감소했다. 2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 2022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2년 반 동안 45조8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금융권 가계대출이 크게 감소한 것은 상호금융의 주택담보대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상호금융의 가계대출은 지난 2022년에 전년 대비 10조6000억원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에는 27조6000억원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까지 12조3000억원 급감했다.
상호금융은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은행 수준으로 강화됐지만, 취급 가능 대출 만기는 30년으로 은행 만기 40년보다 짧다. 이 때문에 상호금융의 주담대 집행 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민금융기관으로 분류되는 저축은행의 가계대출도 올해 상반기에 200억원 감소했다. 여러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적자가 늘면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여신(말잔)은 100조7456억원으로 지난해 1월 115조6003억원을 기록한 이후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2월(100조5883억원)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 상품의 금리도 오르고 있다.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17곳이 취급한 사잇돌2대출의 평균 금리는 14.99%로 3개월 전보다 0.32%포인트 상승했다. 사잇돌2대출은 신용점수 하위 50% 이하 중·저신용자에게 SGI서울보증과 연계해 개인당 최대 3000만원을 중금리로 공급하는 상품이다.
이에 따라 급전 수요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카드사와 캐피탈사로 몰리고 있다. 카드·캐피털업계 가계대출은 올 들어 상반기까지 9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0조5186억원으로 역대 최다였던 4월(39조9644억원)과 비교해 5542억원 증가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카드사(롯데·현대·신한·삼성·비씨·KB국민·우리·하나카드)의 카드론 금리는 5월 기준 14.22%로 1년 전(14.12%)보다 상승했다. 결제성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약정) 평균 수수료율도 17.14%로 작년 동월(16.10%)보다 1%포인트 넘게 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카드론과 캐피탈 대출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이 상품들은 금리가 높아 제 때 돈을 갚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고금리,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많은 서민들이 불법사금융까지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